알파고의 동생들 이야기가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을 이김으로써 지구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를 개량한 알파고 제로가 등장하여 알파고를 100:0으로 이겼다는 보도가 있은 후, 알파고 제로를 더 개량하여 규칙을 알려줌없이 어깨너머 관찰만으로도 알파고 제로를 능가하는 알파제로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작년 말에는 규칙은 고사하고 연습도 없이 스스로 승리의 전략을 짜내는 뮤제로까지 발표하여, 바둑말고도 각종 게임에 투입하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스타크랖트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인간을 능가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런 알파 시리즈중 하나가 알파폴드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의 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슬만 죽 늘어 놓은 것을 단백질 1차 구조라고 부른다. 이 사슬은 분자내 원자들의 반 데르 발스 힘의 영향으로 꽈배기처럼 꼬이게 되는데 이것을 단백질 2차 구조라고 부른다. 이렇게 꼬이다 보면 아예 각도를 가지고 틀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그 결과 평면상에 놓여 있던 꼬인 사슬이 벌떡 일어나 프레첼보다 복잡한 입체가 되니 이것을 단백질 3차 구조라고 부른다. 단백질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가 각종 효소 노릇이니, 효소의 작용은 결국 이 3차 구조의 모양에 달려 있다. 그래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보고서 그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알아냄은 그 기능을 이해함의 관건이다. 이러한 사실은 구조기능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그냥 상식적으로 당연히 이해될 것이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알아내기는 쉬운 일이나, 그 3차 구조를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 방법, 예컨대 기질 검사, X-ray 분광 검사, X-ray 회절 검사, X-ray 자기원이색성 검사, NMR등을 이용하더라도 추측만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껏 3차 구조가 알려져 있는 단백질은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하여 10만 종 정도이었다.

알파폴드는 아미노산 사슬의 접힘을 가지고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추측해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올해초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35만 종의 단백질에 대한 추측을 해냈는데, 그중 25만 종은 아직껏 3차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던 단백질들이다. 그 결과 지구인들이 만드는 2만 종의 단백질들의 3차 구조가 전부 규명되었으니, 이를 연전에 지구인들을 흥분시켰던 지구인 유전체 프로젴트 성공에 버금가는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조선 속담이 있거니와, 유전체 → 유전자 → DNA → mRNA → 아미노산 사슬 → 단백질 덩어리라는 연쇄 이해의 마지막 단계가 완성된 것이다.

이 사건의 영향이 어디까지 갈지는 지금으로서는 사량하기 어렵다. 당장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단백질 합성, 항생제 내성을 차단하는 단백질 합성등이 떠오르고 있고, 코로나 바이럿의 생태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날까? 딮마인드의 인공 지능이 어느날 강인공 지능으로 개안하지는 않을까?

스티븐 호킹은 죽기 직전 지구인들의 미래에 닥칠 위험성에 대하여 예언하였다. 다섯 가지 위험을 열거하며  향후 200년내로 우주로 진출하지 않으면 지구인들은 파멸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암담한 예언이었다. 그의 다섯 가지 위험을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hazard A: A.I.에 의한 atomic 전쟁
• hazard B: biotic pandemic
• hazard C: chemical climate change
• hazard D: demographic explosion
(호킹은 A.I.와 핵전쟁을 별개 위험으로 세었다.)

이백 년의 시간 여유가 있을지 의문인 터에 더하여, 남한은 인구 폭발(demographic explosion)이 아니라 인구 내폭(demographic implosion)을 겪을 판이니, 알고 보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애시당초 태어나지 않았다면 멸망할 일도 없을 테니까.

만일 다행이라면 이 또한 문가의 위업 아니겠는가.

"너는 A.I.[가 일으킬 전쟁]에 관심 없겠지만, A.I.[가 일으키는 전쟁]는 너에게  관심 있다." (레온 트롳키 금언의 바꿔쓰기)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