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오십 년쯤 전에 대한극장에서 상영한 영화가 있었다. 나중에는 텔레비젼으로도 몇 번 상영된 적이 있으니, 나이 든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바로 "사막은 살아 있다"라는 기록영화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그린 영화이다.

이 기록영화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면은 사막에 흔치 않은 비가 내리는 장면과, 비가 내린 직후 식물들이 거의 순식간에 자라 잎과 줄기와 꽃을 내고, 그 꽃들이 만개하여 사막을 형형색색의 보석같은 아름다움으로 수놓는 장면이었다. 물론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식물들이 자란 것은 아니고, 초저속촬영기법의 덕택이지만, 여하튼 바람과 모래와 내리쬐는 햇볕만이 존재하던 사막의 어느 깊숙한 곳에 저런 생명력이 숨겨져 있었는가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신비와 경이가 아닐 수 없었다.

영화는 물론 그 뒷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꽃이 만개한 화려한 장면,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온갖 동물들이 활개치고 살아 움직이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맋이자 종결화면이었던 것이니까. 관객들은 벅찬 감동과 생명에의 희열을 느끼면서 영화관 문을 나서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자. 메마른 사막이 있다. 비가 내렸다. 꽃이 피었다. 씨를 내렸다. 그 다음 장면은 과연 무엇일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메마른 사막" 이외의 다른 아무 것도 아닐 터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있다. 이 지구라는 별의 역사의 대부분은 "물과 수증기에 덮힌 땅"이었다. 조륙 운동(조산 운동)이 있었다. 바다에, 대륙에 생명체가 번성하였다. 그것들이 묻혀 석탄과 석유가 되었다. 영장류의 한 동물이 이 석탄과 석유를 캐내어 사용하고 있다. 그 다음 장면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물과 수증기에 덮힌 땅"은 아닐 것인가?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보면 지구인들의 문명이란 마치 메마른 사막에 피어난 샤론의 장미처럼, 찰나간에 흘러가는 별똥별처럼, 섬광처럼 타오르는 불꽃이라고나 할 것인지...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무성하게 피어 기쁜 노래로 즐거워하며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샤론의 아름다움을 얻을 것이라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로다"
(이사야 35:1-2)

그러니 인류의 문명의 장래가 다시 워터 월드라 할지라도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을 기쁘게, 이틀을 살면 이틀만큼을 기쁘게 살면 그것으로 족할 일 아니겠는가?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