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강북과 강남간의 격차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면서, 서울에서도 지역간에 뚜렸한 차이가 나는 정치적 성향과 투표행태가 드러나고 있죠. 강북은 민주당 강세, 강남 일대는 새누리당 강세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참 기분이 묘한 것이, 왜 이런 현상은 '지역주의'라고 부르지 않는가입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영호남간의 정치적 갈등을 판박이로 빼다 박은 축소판이 분명한데 말이죠. 정말 이상합니다. 강남과 강북이라는 행정구역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러면, 강북과 강남이 영호남 대립 구도과 얼마나 유사한지 대충 한번 열거를 해보죠.

1. 강남인들은 강북인들을 멸시하는 정서가 있고, 반대로 강북인들은 강남인들을 재수없어하는 지역 정서가 존재한다.
2. 민주당 지지, 새누리당 지지로 확연하게 갈린다. 선거후 정당별 당선자를 색칠하면 남북으로 갈린 그림이 더욱 확실해진다.
3. 이 구도는 87년 이후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지되어 왔다.
4. 강북인들은 무언가 억울하게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강남인들은 말이 없다.
5. 주구장창 반민주적인 새누리당을 더 많이 지지하고 있는 강남인들을 향해 어떤 정치인도 쓴소리 한번 해본 적이 없다.
6. 강남에 출마하는 민주당 정치인에게 '적지에서 출마'라는 표현을 쓰고 만약 당선되면 '대권주자'로 모신다. 
7. 강남인들중에도 양심적인 민주화 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강남좌파라고 부른다.
8. 강남좌파들은 가끔 "강남을 싸잡아 욕하지 마라'며 화를 낼 때가 있다.
9. 강남인이 민주당을 지지하면 강북의 민주당지지자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양심 있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대접 받는 경우가 있다.
10. 강북인과 강남인들 사이 격차의 주된 원인은 부동산 자산 가격이다.
11. 때로 강남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의 우선 제공 같은 프리미엄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12. 가끔 강남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기도 한다. 정치인인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13. 강북과 강남에는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 당선보증수표를 의미하는 지역구가 아주 많다.
14. 새누리당 지지세가 조금 약한 송파지역을 '강남 진출의 교두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15. 강남인들과 강북인들 사이의 이념분포를 조사하면, 보수와 진보의 구도로 뚜렷이 나눠진다. 

대략 생각나는대로 적어도 이 정도입니다. 현재의 영호남 대립 상황에 비교해 그 열기가 덜하기는 해도, 영호남 대립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강북과 강남 사이에도 대부분 존재합니다. 영호남을 지역주의로 분류하는 기준을 들이대면 강남북 지역주의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이죠. 그런데 이렇게 분명히 지역으로 갈라져서 정치사회적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데도, 아무도 그 현상을 지역주의라고 부르지 않죠.

가령 민주당이 주로 당선되는 강북지역의 정치 성향을 "강북의 저항적 지역주의"라고 부른다면 어떻습니까? 조금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겠죠.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강북에서 계속 몇선씩 내리 당선되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향해 '강북토호' 라고 부르는건 어떻습니까? 민주당더러 '강북지역당'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강북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하라'고 공격하는건 또 어떻습니까? 강남의 한표 한석이 강북의 열표 열석보다 더 소중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야당 정치인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절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받기는 힘들겠죠. 그런데, 그런 정신나간 소리들이 대한민국에서 상식처럼 통용되고, 일반적인거니까 옳은거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참 많죠. 그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