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이 선거 떡밥으로 들고 나온 한일해저터널

 

2021.02.03.

 

국민의힘당의 김종인이 오늘 부산에 내려가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들고 나오자, 가덕도신공항 받고 그에 더해 한일해저터널을 하나 더 배팅했다. 우리 정치계가 포커 판의 타짜들의 세상이 되고, 대형 할인점의 원 플러스 원 행사장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고 집권하고 싶어도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한일 해저터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사업인지는 아래의 몇 가지 사실에서도 금방 드러난다.

 

1. 천문학적 사업비

 

한일해저터널의 공사비는 얼마가 소요될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사실 무리이다. 교통연구원은 92조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긴 했지만, 제주-목포 해저터널을 146천억원에 건설이 가능하다고 뻥을 쳤던 교통연구원이니 이를 믿으면 바보다.

50km 유로터널(정식 명칭은 채널 터널)의 공사비가 18조 원이었다. 그것도 30년 전의 금액으로 당초 8.7조 원(46)에서 18조 원(95)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중국과 대만이 검토 중인 중국 푸젠(福建)성 핑탄(平潭)현에서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 신주(新竹)시를 연결하는 길이 135의 해저 터널 예상 공사비가 248조 원(14400억 위안)이다.

총연장이 240km가 넘고, 해저구간만 140~150km가 될 한일해저터널을 93조에 건설이 가능하다고? 최소 300조가 넘어갈 것이다. 통상 계획했던 공사비보다 2~3배가 더 들어갔던 전례를 보면 300조로도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9, 한일해저터널을 검토할 당시에 30조엔(330)을 잡았다.

 

2. 0에 수렴하는 사업성

 

유로터널이 지금 흑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한일해저터널도 경제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건 유로터널의 역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유로터널은 지금은 흑자가 나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누적적자는 어마어마하다. 유로터널은 1994년 개통 이후 계속된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은 물론 89억 유로(현 환율 기준 12조 원)의 부채로 2007년 파산 직전에 채무조정을 하고 겨우 살아났다.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깡통'을 찼고, 채권은행들은 장기저리로 42억 유로만 남기고 47억 유로를 탕감해야 했다. 2009년 영업이익이 2.8억 유로인데 지급이자만 2억 유로이다. 47억 유로를 탕감 받고서 이제야 흑자로 간신히 돌아선 것이다. 47억 유로를 탕감받지 않았으면 지금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을 것이다.

영국 철도전략국(SRA)의 경제학자 안게라는 유로터널로 인해 영국이 입은 순손실이 100억 파운드(15.2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일해저터널은 어떻게 될 것인지 유로터널을 참고로 하여 예상해 보자.

유로터널의 배후인구는 6200만의 영국과 많게는 7.3(유럽 전체), 적게는 5(EU)의 유럽인구다. 한일해저터널의 배후인구는 작게는 부산권 500만과 후쿠오카 중심의 큐슈지역과 혼슈의 히로시마 지역까지의 1천만을 합쳐 1,500만에서, 많게는 남한 전체 인구 5천만과 간사이 지역까지 포함한 일본의 4천만을 합쳐 9천만명 수준이다. 이것도 최대로 잡은 것이다. 나고야의 중부지역과 도쿄의 간토지역은 한일터널의 영향권 밖이다. 해저터널의 영향권에 있는 인구수에서 한일터널과 유로터널은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유로터널이 공사비가 18조 들어갔는데도 깡통을 찼는데 300조 이상이 들어가고 배후인구가 유로터널의 1/10도 안 되는 한일터널이 경제성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3. 한일해저터널을 이용할 승객과 화물이 거의 없을 것이다

 

2005년 유로터널 이용자는 하루 35000, 720만 명에 승용차 210만 대, 트럭 128만 대, 버스(코치) 63000대에 달하는데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일터널은 2005년의 유로터널 이용량만큼이라도 여객과 화물이 있을까?

부산서 후쿠오카, 혹은 오사카까지 갈 경우의 운임을 예상해 보자.

후쿠오카(하타카)에서 오사카까지는 거리가 약 500km, 산요신칸센의 요금은 약 12,000(132,000)이다. 이 요금을 기준으로 하면 길이가 240km에 달하고 사업비가 300조 이상이 들어간 한일해저터널 구간 요금은 25,000(275,0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산서 오사카까지 요금은 37,000(407,000) 정도 예상된다.

부산서 비행기를 이용해 후쿠오카와 오사카를 갈 경우의 항공료는 아래와 같다.

부산-후쿠오카 평균 왕복항공료는 135,211원이고, 최저가 할인인 경우 편도가 38,404, 왕복이 83,880원이다. 부산-오사카는 특가 왕복항공료 55,000, 실속형은 135,000~95,000, 일반은 237,000~195,000원이다.

왕복 항공료가 한일해저터널 편도 요금보다 싼데 어느 누가 비행기 대신 해저터널을 통해 한일간을 왕래하겠는가?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 해저터널도 공사 시작할 때는 여객 이용객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완공하고 보니 항공이 발달하고 LCC(저가항공)이 보편화되면서 여객 이용객이 없어지자 주로 화물 운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내의 이동에서도 여객 이용객이 이 지경인데 통관, 보안검색 등을 통해야 하고 운임도 비싼 한일해저터널로 한국인과 일본인이 드나들겠는가?

 

그렇다면 화물 운송량은 있을까? 이것 역시 기대난망이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표준궤를 쓰고, 일본은 신칸센을 빼고 대부분 협궤를 쓰고 있어 궤간가변을 해야 하거나 환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궤간변경을 한다 해도 일본철도는 낮은 축중률(철도위에 올릴 수 있는 중량이 매우 낮다) 문제가 있어 한일간 화물이 오갈 수 없다. 국제적 운송을 위해 컨테이너의 표준중량(40피트 기준 30)을 최소 축중 기준으로 잡는데 일본의 철도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4. 서울서 도쿄까지 시속 300km로 한걸음에 내달린다고?

 

우리 국민들 중에는 한일해저터널이 뚫리면 서울서 도쿄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 줄 안다. 유로스타가 런던에서 브뤼셀, 파리까지 유로터널을 통해 환승하지 않고 달리니 한일해저터널도 그렇게 될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철도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서 KTX 산천을 타고 부산을 거쳐 한일해저터널을 통과하여 후쿠오카-오사카-도쿄로 내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서 부산으로 가서 부산에서 한일해저터널 전용열차를 타고 후쿠오카까지 간 다음에 후쿠오카에서 다시 신칸센을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양국이 사용하는 전압이 문제가 된다. 경부선은 교류 25000v 60hz, 한일 해저터널의 일본측은 직류 1500v이다.

두 번째는 열차의 크기다. 일본 열차는 크기가 작아 KTX를 신칸센에 입선시키면 열차 1량당 길이가 달라 승차 위치도 바뀔 뿐 아니라, 신칸센은 고상 홈, KTX는 저상 홈 승차이다. 열차의 크기가 다를 경우 운행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일해저터널 전용 열차를 제작해 이 구간만 운행하고, 각각의 종점에서 환승할 수밖에 없다.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환상은 또 있다.

해저터널을 KTX나 신칸센처럼 300km 이상 고속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해저터널은 터널 내의 풍압 때문에 160km 이상 고속으로 달릴 수 없다. 상하행 열차가 마주보며 고속으로 달리게 되면 풍압이 올라가 열차와 터널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하행선을 따로 터널을 만들어 운행하는 유로터널도 160km로 속도 제한을 하고 있고, 상하행 복선인 세이칸 해저터널도 140km/h로 달리고 있다. 따라서 한일해저터널 구간을 지나는데 소요되는 시간만도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될 것이다. 쓰시마와 이키 섬에 정차하면 시간은 더 걸릴 것이고.

한일해저터널구간을 지날 때는 나의 시간이 아니라 신의 시간이 된다. 해저터널에서 사고가 생기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신의 운명에 맡겨야 한다. 2시간 정도를 컴컴한 터널을 앉아서 꼼짝없이 가야 하는데 이용객이 있을까?

심지어 해저터널이 아쿠아리움인 줄 알고 바다 풍경을 즐기며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20084월 유로터널 안에서 강한 인화성과 독성의 산업용 페놀을 적재한 트럭에 화재가 발생하여 14명이 부상하고 양방향 교통이 마비되었다. 터널이 오븐처럼 가열되어 섭씨 400도에 달했고 화재 발생 10일 후에 일부만 교통이 재개되었다. 1996년에도 화재로 2주간 교통이 차단되었고, 수개월이나 터널이 무너진 상태로 있었다.

200912월에는 고속열차 5편이 잇따라 고장을 일으켜 승객 2000여 명이 터널에 갇혀 10시간 이상 공포에 떨었다. 20101월에도 고속열차가 터널 안에서 멈춰 서 승객들이 다른 열차로 옮겨 타느라 2시간이 늦어졌고, 후속열차 3편이 되돌아갔으며, 이후 열차편도 지연되는 등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50km의 유로해저터널이 이 정도인데 240km의 한일해저터널에서 이런 사고가 난다면?

 

5. 한일해저터널로 자동차는 다닐 수 없다

 

한일해저터널에 도로 터널을 개설하여 자동차도 오가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상상만 하고 꿈 깨는 것이 좋다. 유로터널이나 세이칸터널도 열차만 다니지 자동차는 안 다닌다. 열차의 컨테이너에 승용차와 트럭을 싣고 유로터널을 통과하는 것이다. 유로터널을 자동차가 다니면 발생하는 매연을 배기하기 힘들고, 사고가 날 경우 구조하기 힘든데다 보수하기도 힘들다. 세이칸은 디젤 열차도 못 다니게 한다. 38km 터널도 배기 문제로 자동차가 못 다니는데 하물며 240km나 되는 한일터널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겠는가?

 

6. 자연환경 파괴(굴착으로 나오는 폐석 처리 문제)

 

다른 환경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해저터널을 굴착하며 나오는 버럭(폐석) 처리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240km의 해저터널을 굴착하면서 나오는 버럭(폐석)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로터널도 38km 해저 터널을 굴착하면서 나오는 버럭의 처리에 가장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유로터널의 6 배에 이르는 한일해저터널 공사에서 나오는 버럭을 처리할 방법이 있을까?

해저터널 공사시 나오는 버럭 량을 한번 계산해 볼까? 터널의 크기를 유로터널과 같다고 보고 터널 길이는 240km, 여객&화물용 상하행 터널 2 개의 직경은 각 7.6m, 공사시의 TBM의 직경은 8.36m, 서비스(보조) 터널 직경은 4.8m, TBM 직경은 5.36m라고 가정해서 계산해 보겠다. 버럭의 량은 240km*3.14*(2*4.18*4.18 + 1*2.68*2.68) = 31,742m3이 된다. 이를 어찌 처리할까? 새만금을 메우는데 쓸까?

 

7. 공사기간과 기술상 문제

 

유로터널 공사시 굴진속도가 1,667m/, 세이칸터널은 2,560m/년이었다고 한다. 각각의 공사기간은 8, 18년이 걸렸다. TBM 기술도 발달했으니 한일해저터널의 굴진속도를 5,000m/년 하더라도 240km를 굴착하려면 20년은 걸릴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대마도와 이키 섬이 있으니 부산, 대마도, 이키, 혼슈에서 각각 굴착하면 공사기간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마도, 대마도-이키섬까지 해저구간 거리가 55km 정도로 세이칸의 해저터널구간에 비해 2배 정도가 되어 굴착속도가 그 동안 발달했다 해도 20년은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터널 길이가 일정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공사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점도 감안하면 20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공사기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난제로 공사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세이칸 해저터널공사시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해저 100m 지하 굴착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압의 용출수였다. 굴착이 가능한 지반을 찾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고, 터널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되어 3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세이칸 해저터널에서 나오는 지하 용출수는 분당 29톤으로 이 물을 배수하는 데에 연 17억 엔(190억 원)에 이르는 유지보수비 등으로 세이칸터널은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8. 기타

 

지진에 의한 피해나 테러에 의한 사고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이칸터널 공사 경험과 기술이 일본에 있으니 지진 문제는 해결한다고 하여도 테러에 대한 방비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일터널구간 내에 어느 한 지점에라도 사소한 사고만 나도 운행이 정지되어야 하는데, 폭탄 테러라도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지상의 사고는 해당 부위만 보수하면 되지만, 폭탄 테러로 해저터널이 붕괴되면 보수 자체가 힘들어지고 사고로 인한 후속 재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