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바라본 중대재해법

- 노조위원장도 당연직 안전책임자로 하여 안전사고 발생시 똑같은 처벌을 받도록 하자

 

2021.01.23.

 

중대재해법 통과로 각 회사마다 안전 담당 임원이나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이고, 예전처럼 바지 사장으로 내세울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하루하루를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야 하며, 야간이나 휴일에 공장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겁부터 덜컥 난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회사로부터 안전 담당 임원으로 내정될까봐 전전긍긍거리는 임원들과 간부들이 많다. 오너나 전문경영인들은 대책을 강구하라고 닦달이고. 아마 앞으로 안전사고로 감방에 갈 바에 차라리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오너들도 속출하리라 본다.

 

중대재해법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망 등 중대재해를 줄이자는 것이 목적이라면 실질적으로 그에 맞는 법안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 중대재해법은 처벌을 극대화해서 기업과 경영진의 심적 부담만 잔뜩 안겨 경영 의욕만 저하시켜 놓았다.

감독기관의 자의적 해석의 폭이 넓어 경영책임자가 어디까지 얼마나 안전사고 예방에 노력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며, 안전사고 발생시 면책되는 범위도 확실하지 않다. 노사간 갈등만 부추키고 자칫하면 중대재해 사고를 더 늘릴 우려도 있다.

사형제 폐지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사형제를 존치하는 이유는 위하효과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르면 나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살인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처벌강화는 위하효과가 없다, 어떤 기업이나 경영책임자도 안전사고를 일부러 내고자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안전사고 발생시 받을 불이익(처벌)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크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경영책임자는 안전사고 예방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가 공장 내에서 자살한 것이 확실해 사측의 책임이 없는 것이 분명해도 3일 휴업과 벌금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CCTV에 노동자가 자살하는 동영상이 있어도 회사가 직원의 심리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하여 몇 일간 휴업을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산업현장이다. 이 경우는 그나마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사건 현장을 담은 물적 증거라도 있지만, CCTV의 사각지대나 노동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CCTV 설치를 할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노동자의 귀책사유인지 안전설비의 미비나 관리감독의 부실인지 가려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경우는 회사측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1 주일에서 한 달 간의 휴업 조치와 벌금을 받거나 심한 경우는 경영(안전)책임자가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은 그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전설비 설치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기업들이 안전에 이렇게 막대하게 투자하는 이유는 물론 직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이지만, 솔직히 안전사고 발생으로 입는 회사의 손실이 안전 예방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도 회사(기업주, 경영책임자, 사측)가 안전에 최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중대재해법을 신설한 것은 추가적인 안전사고 예방 효과는 거의 없고, 사업주나 경영진의 기업 경영 의지를 꺾는 부작용만 초래한다.

속도제한을 과도하게 하면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50km로 한다면 사망사고는 지금의 1/10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교통정체로 인한 매연, 에너지 낭비, 신속 후송 지연 등으로 입는 사회적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50km 이하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주들은 기업을 매각하기 시작하고 제조업 창업은 대폭 감소하여 일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사업주, 경영책임자, 안전담당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고, 일자리 감소는 구직난으로 이어지고 실업률은 높아져 노동자들의 경제적 빈곤과 신체적 건강 뿐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해치게 된다. 중대재해법으로 추가로 얻을 안전사고 예방 실익과 중대재해법으로 안전 관련 책임자와 실무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일자리가 감소되어 입을 노동자의 삶의 질 저하에 따른 손실 중에 어느 쪽이 더 클까?

 

중대재해법은 페지되는 것이 좋겠지만, 이왕 입법이 되었다면 실효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보완책은 공장 내에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노사 양측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노사 모두가 안전사고 발생시에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안전은 공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며, 안전을 위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것도 이들 당사자들이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에는 정작 당사자들의 책임이나 처벌 조항은 없다시피 하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안전관리 방침을 위배했거나 안전관리를 방해했을 경우 사측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조항이 없다.

이렇다 보니 중대재해법이 노동자들에 의해 악용이 되거나 안전사고 발생시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노동자측에 유리한 부분만 강조되어 사측이 실제 책임져야 할 것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 현재 현장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더라도 이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특히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귀책사유가 노동자에게 있든 없든 관계없이 회사측은 사고피해자나 사고피해자의 유족들과 보상합의를 서두른다. 사측이 보상합의를 하려는 이유는 고용노동부나 경찰, 검찰이 보상합의 유무에 따라 사측 처벌 수준을 달리 하기 때문이고, 또 회사측에 보상합의를 빨리 하라고 독촉하기 때문이다. 사측 입장에서는 처벌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 사측의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불분명하더라도 일단 보상합의를 하게 되고, 이 때에 사고피해자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사고피해자나 사고피해자 유족들은 사측 책임을 과장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건 상황이나 시스템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이지 사고피해자나 사고피해자가 특별히 심성이 나빠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이 내년에 시행되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사고의 책임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데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필자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중대재해법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더 해이하게 만들 수 있고, 노사 간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실효적으로 하려면 노사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위원장도 당연직 안전 책임자로 하여 중대재해법에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책임과 위반시의 처벌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지고 처벌도 받도록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측의 안전사고 예방 의지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충분히 고양시켜 놓았고, 이미 사측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안전사고 발생시 받는 불이익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있다. 보다 더 안전사고 예방을 하려면 노동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데, 중대재해법은 그러한 유인효과는 없으며, 오히려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나태하게 할 우려마저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등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의 폭을 넓히는 움직임들은 활발하지만, 왜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안전에 대한 노동자들의 참여와 책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없는지 모르겠다.

 

) 필자가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이유도 중대재해법에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5.18 왜곡 처벌법도 민주당과 합의해 통과시키고 탄핵을 막지 못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에 반성은 못할망정 되레 사과하는 짓을 보며 이미 포기했지만, 결정적으로 완전히 마음이 떠난 것은 중대재해법에 합의해 주는 모습을 보고부터이다.

‘5.18 왜곡 처벌법을 합의해 통과시켜 준 것은 사상과 양심, 학문,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포기한 것으로 우파의 가치인 자유주의를 내팽개쳐 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 과오라며 사과한 것은 거짓과 날조에 의한 탄핵을 인정하는 것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정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을 수수방관한 것은 실용주의와 효율성을 방기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상기 세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자유우파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은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