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없는 세상에서 사슴은 만수무강할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병에 대하여 웬만한 남한인들이라면 다들 나름의 추억/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개는 "자다가 이불 킼"하는 씁쓸한 기억일 테고, 일부 사람에게는 남한인들의 저열하고 무식하고 충동적인 레밍 기질에 대한 강력한 예화로 기억될 것이다. 더하여 빨갱이들의 사악하고도 영리한 기만적 선전 선동술에 대한 진절머리도... 혹간에는 "자다가도 웃음이 나오는" 인간들도 있을  터이다.

당시 이후 널리 퍼진 상식을 요약하자면, 양의 "긁음병(scrappie)"이라는 오래된 병을 일으키는 이상 프리온(prion, PrP^sc)이 종간 장벽을 넘어 소에게 전파되었고, 새쳐가 수상이던 시절 이래 소 시체 부산물에 대한 고열 처리를 생략한 채 육골분 사료를 만들어 그전처럼 '소' 사료로 썼고, 소들중 오래 산 소(젖소나 번식소)에게서 발병하여 퍼지다가, 그 소를 먹은 사람들에게도 변종 크로잋펥-야콥병(vCJD)이 발병하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열 처리한 육골분은 현재도 돼지나 닭의 사료로 쓰이나, 이들은 반추 동물이 아니며, 돼지는 6개월, 닭은 2개월이면 죽으므로 광우병이 발병할 위험성이 실제적으로 0이다.)

양에서 시작된 이 병이 역시 종간 장벽을 넘어 양 목장 주변에서 사는 사슴에게 전염되었다. "만성 소모성 병(chronic wasting disease, CWD)"이라는 고유 명사의 병이 1981년 미국에서 발견되었고, 점점 확대되어 가는 추세이다. (한국어로는 광록병이라 불리기도 함.) 사슴에게 이 병이 특히 위험한 까닭은 프리온 단백질이 침샘을 통하여 분비되기도 하는데(?), 사슴이 뜯어먹은 풀에 프리온이 묻고, 그 풀을 다른 사슴이 뜯어먹으면 전염이 되는 사례까지 존재하기때문이다. 또한 죽은 사슴의 시체가 토양을 오염시킬 경우, 그 토양에 프리온이 10년 넘게 잔류하기때문에 한 마리가 발병하여 죽으면 그 시체 주변에 이 병이 동심원상으로 퍼져나가며, 결국 몰살의 길로 가게 마련이다.

최근 이 병 걸린 사슴이 와이오밍주와 아이다호주에서 발견되었고, 심지어 남한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었다. 남한이야 사슴 농장 얼마 되지도 않으니 그렇다 치고, 미국의 위 두 주의 사이에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있으니, 여기가 사슴 밀집지역이다. 문제가 실로 간단치 않은 것이다. 뿐 아니라 맛이 간 사슴을 먹은 지구인들에게 사슴 유래 vCJD가 안 오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생태학적 접근이다. CWD 완전 발병-사망의 훨씬 이전 단계부터 사슴의 이상 행동이 발생하므로, 원래대로라면 이런 사슴은 포식자의 습격에 취약하며 자연 도태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자연스런 과정이 생략 혹은 삼제되었을 경우 결국 발병-사망-전파-전염-발병의 사이클이 완성되는데, 이 악순환을 끊어줄 죽음의 천사(= 나머지  사슴들에게는 삶의 천사)가 바로 늑대라는 것이다. 포식자 청소 효과(predator cleansing effect)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늑대와 코요테를 멸종시키면 사슴은 행복해질까?

늙은이가 코빋-19로 다 죽으면 어린이/젊은이는 행복해질까?
남자를 멸종시키면 여자는 행복해질까?
자본가를 멸종시키면 노동자는 행복해질까?
백인을 멸종시키면 흑인은 행복해질까?

1900년대 애리조나에서 백인과 인디안이 협력하여 늑대와 코요테와 여우, 퓨마등을 쓸어버린 적이 있다. 과연 바라는 대로 사슴의 개체수가 수천 마리에서 수만 마리로 늘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굶주린 사슴들이 나중에는 풀뿌리까지 캐먹다가 굶어 죽어 떼죽음당하였고, 토양은 거의 영구적으로 황폐화되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들로 포장되어 있다"는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의 말대로이다. 그의 직업이 의사였으니, 아마 그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처량한 부르짖음일 거라고 본다.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8] 상어 죽이기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03/2009080301636.html

백신이 나오고 항생제가 나오고 항암제가 나오면, 그것이 이 별에게 좋은 일일까?

202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