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마담님 글의 글에 댓글로 달았는데,


글이 생각보다 길어진데다, 정식으로 한번 토론해고픈 욕심도 생겨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일단 오마담님 글부터 읽으시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인용되는 것 같더군요.


아마 고고학적 증거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장은 매우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충분히 인정하구요.


다만 몇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기록에 나오는 어떤 사실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없다... 그것이 그 역사적 사실 자체가 없다는 충분한 입증이 되는지?


멀리 갈 것 없이 광주민중항쟁의 경우를 한번 되새겨보죠.


아실지 모르지만 광주항쟁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후 신군부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 자체를 기록에서 지우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 사실의 해석을 달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그런 일 자체가 있었다는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당시 전남지방의 전경부대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휘관의 훈화/정신교육 시간에 "이것이 상층부의 지침이다"라는 전제 아래 들은 얘기입니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투쟁 위에서 광주항쟁이 일종의 '역사적 사건'으로 재평가받게 되었지만, 그런 투쟁이 없었거나 또는 있었다 해도 그 투쟁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광주항쟁은 지금도 여전히 야담이나 전설의 수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광주민주항쟁이라고 인정한 지금에도 여전히 딴 소리를 하는 얘들이 한둘이 아니죠.


물론 신문이나 기타 다양한 기록물에는 광주항쟁의 흔적이 지워질 수 없는 무게로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야담과 설화 수준의 기록과 국가의 공식 기록물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겠죠.


과학기술과 인지의 발달, 권력의 사회적 균형장치, 법치 시스템 등이 완비된 20세기 후반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대상이 한두 사람의 뜨내기가 아니라 엄연히 한 국가의 수천 수만명 시민들을 대상으로 5대 도시에서 백주 대낮에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사건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말살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은 어떤가요? 우선 당시 히브리인들이 상당한 규모라고는 하지만 이집트인들이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던 고센지방에 제한적으로 거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경에는 그들이 중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나오지만 성경기록만 갖고 따져봐도 그들의 노동이 국가 사회 경제적으로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즉, 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역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노동에 종사하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계층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파라오의 입장에서야 자신의 소유물인 히브리인들이 자신의 관할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매우 불쾌하고 손해나는 일이었을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탄압도 하고 그랬겠죠. 아마 탈출 노예들을 추적하다가 상당수 병사들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당시 이집트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그렇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 사건이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무리들이 떠나갔고, 그 과정에서 파라오가 쪽팔리는 일을 당했는데 그 사건을 굳이 당시의 국가 공식 문서에 기록을 해서 남겼을까요? 당시 이집트의 정신문화, 기록문화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 가운데 집권층의 체면을 손상하는 사건들이 100% 기록됐을 것이라고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쿠데타 군인이나 집권 세력들보다 당시 이집트 지배계층이 더 양심적이고 근대시민적 양식을 갖추고 있었으리라고 믿을 근거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히브리인들은 이집트를 떠나서 '사라져버린' 존재들입니다. 이것이 광주 항쟁 사건과 당시 히브리인들의 출애굽 사건의 결정적인 차이 아닐까요? 기록이라는 것도 담지자(owner)가 있어야 생명력을 갖는다고 봅니다. 히브리인들은 애초에 이집트에 거주할 때도 핵심 이집트인들과 그다지 긴밀한 관계였던 것 같지는 않고, 그들이 떠난 뒤에는 그들의 문화나 전통 등을 이어받을 다른 집단도 없었을 겁니다. 도대체 누구를 통해서 그들의 사건이 기록되고 보존될 수 있었을까요? 이집트를 떠난 히브리인들이 그런 기록을 담당할 유일한 집단 아니었을까요?


또 하나, 좀 더 본질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기록이나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예수라는 인물도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유력한 것 같더군요. 저는 이러한 주장 역시 증거나 자료에 충실한 판단일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다윗이나 솔로몬 왕국이 허구라면 유대인들의 정신세계에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성전도 허구라는 얘기겠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유대인들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그렇게 애끓는 사모의 심정을 투영했을까요? 저는 그 사실이 신기합니다. 유대인들이 십계명이나 언약궤, 성전 등을 중심으로 수천년 동안 쌓아온 온갖 정신적 집적물은 도대체 어떻게 출발한 것일까요? 그냥 그 모든 것이 사기이고, 또는 우연일까요? 설혹 그렇다 해도 저는 그 사기 또는 우연에 뭔가 계기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 계기가 뭘까요?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예수가 허구인물이라는 얘기도 그렇더군요. 예수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가상 인물이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치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예수'라는 이름, 그 이름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세월 동안 어마어마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을까요? 저는 그게 더 궁금합니다.


만일 예수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기나 허구, 우연에 의해 예수라는 이름 자체가 저렇게 역사적으로 어마어마한 비중을 가진 상징으로 자리잡았다면 그것은 예수 설화(라고 치고)가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보다 훨씬 엄청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만일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계획이나 음모에 의해 저런 사기가 가능했다면, 저는 그런 사기를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개인이나 집단은 신 또는 절대자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장경동 목사라고 아시나요? 한국에서는 꽤나 유명하죠. 개신교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겁니다. 저는 이 양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전에 무슨 기독교 케이블TV에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양반이 미국에 가서 순회 집회 비슷한 걸 했나 본데, 어느 지역에 가기로 예정돼 있는데 갑자기 허리케인인가 뭔가 하여간 기상이변으로 야외 집회를 갖기 어렵게 됐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일행들이 모두 모여서 기도를 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기적적(?)으로 그 허리케인이 진로를 바꿔서 아무 탈 없이 집회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이 양반이 그러더군요.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믿는 사람들은 에이 그게 그냥 우연이지, 멀... 이래요. 그럴지도 몰라요. 그냥 우연일 수도 있죠. 그런데 말이죠, 중요한 건 왜 그런 우연이 주로 믿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에요..."


지금 아크로 횐님들이 막 비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이 말을 마음 편하게 무시하게 되지 않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허접한 크리스찬이지만, 저 말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있거든요. 사람의 힘으로 판단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암튼, 정작 본론에서 하고픈 말은 그겁니다. 예수의 이름, 이게 우연이라면 정말 더욱더 이상한 일이라는 거에요.


창세기가 수메르 신화를 그대로 베꼈다고들 얘기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수메르신화도 고대에 있었던 어떤 실제 사건을 나름의 시각으로 기록했고, 창세기도 고대의 어떤 실제 사건을 나름대로 충실하게 기록했다면, 두 문서의 기록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저 두 가지 문서 내용의 유사성이 어떻게 두 가지 기록이 허위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또는 한 기록이 다른 기록을 베꼈다는 입증이 될 수 있는지 좀 의문입니다.


출애굽 사건이 언제 일어난 사건인지도 사실은 모두 추측일 따름 아닙니까? 출애굽기에는 당시 파라오의 이름이나 기타 신상을 짐작할만한 어떤 정보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문서에는 아예 그런 기록이 없다면서요?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난 사건인지 단정할 수 있나요?


저는 사실 성경 고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문외한의 입장에서 갖는 궁금증입니다. 나름대로 배워보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요즘은 이것도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시들해집니다... 그나마 오마담님 글을 보고 그동안 품었던 궁금증을 풀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