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질말고 을(乙)질이 얼마나 흔할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계약 자유의 원칙"이 기본 정신이므로, 수많은 계약이 존재한다. 자유민주주의란 시장 경제 체제를 보장하므로, 여기서는 '돈'이라는 추상적 재화가 특히 중요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일무이한 재화나 용역 혹은 희귀 동전 우표등이 아니라면, 돈이 가장 큰 액면 대비 교환 가치를 갖는다. 무슨 선물 꾸러미나 상품 쿠폰이나 백화점 상품권등보다 현금(hard cold cash) 선물이 어버이날 선물로 가장 선호되는 까닭이다, 물물 교환하지 않는 한 재화나 용역을 보유한 사람의 선택은 하나(판매 = 돈과 교환)뿐이나, 돈을 보유한 사람의 선택지는 사실상 무제한이므로.

  그래서 돈을 쥔 쪽이 <갑>이 되고, 돈받고 재화나 용역을 파는 쪽이 <을>이 된다. 대개는 앞의 이유로 갑이 갑질이라는 것을 하기가 쉬우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이른바 "을질"이라는 현상도 나타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흔한 듯 싶다.

  의료보험제도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1. 갑-을: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직접 의료 용역을 제공
  1-1 갑(국민)-을(영국 정부)
  1-2 갑(시민)-을(미국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
(※  HMO와 소속 병의원이 별개 기관일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독점 특약을 맺으므로 PPO와 차이가 있다.)

2.갑-을-병: 보험자와 계약한 의료기관이 피보험자에게 대신 의료 용역을 제공
  2-1 갑(국민)-을(남한 국건보)-병(병의원)
  2-2 갑(시민)-을(미국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PPO))-병(병의원)

3. 갑-을,을: 의료기관이 제공한 용역 비용을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청구
  "갑-을,을"은 남한의 실손형 의료보험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환자와 병의원의 관계가 갑-을이고, 피보험자와 보험사의 관계도 갑-을이다. 일단 진료비를 환자가 내고, 낸 영수증을 가지고 보험금을 청구하므로, 병의원과 보험사가 얼굴 붉히며 접촉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가 이러한 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서 의료보험에 관한 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갑질은 커녕 보험자의 을질이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1의 경우 남한 국건보/심평원이 국민에게는 을질을, 의료기관에게는 의제(擬制) 갑질을 함을 간취할 수 있다.

  보험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 남한 여자들, 특히 2030녀들의 을질도 실로 심각하다, 82년생 김지영과는 정반대로. 그들에게는 아마도 을질할 자격(資格)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대의 미만(彌滿)한 태중 여아살해(fetal femicide)에서 살아남은 승리자/잔존자들이므로.

  아래 인구 통계를 보라. 
출생연대별 남녀                        남자       여자     성비
66-70년생남/71-75년생녀     193만    206만     94:100
71-75년생남/76-80년생녀     197만    199만     99:100
76-80년생남/81-85년생녀     192만    196만     98:100
81-85년생남/86-90년생녀     198만    144만   137:100
86-90년생남/91-95년생녀     183만    148만   124:100
91-95년생남/96-00년생녀     207만    151만   137:100

  서양에 "결혼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고 한다. 이것에 의하여 결혼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 모든 남자는 결국 사기꾼이고, 모든 여자는 결국 매춘부라고 한다. 사기꾼의 숫자가 너무 많고(과다 경쟁), 매춘부의 숫자는 너무 적다면(과소 경쟁) 을질의 범람이  불문가지이다. 특히  사기와 매춘이 국기(國技)인 남한에서는 더욱 더 그러할 터이다. 

  그래서 유명한 "피타보라스의 정리"가 나오게 된다. 여러 따름 정리가 있으나, 본정리는 다음과 같다. "연애할 때는 9:1, 결혼할 때는 8:2, 그러나 이혼할 때는 5:5."

  을질을 당하지 않는 비결이 있다. 갑이 되지 않음이다. 이른바 "sellers' market"을 떠나면 그만이다.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