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성공은 디테일에 있다 (Success in details)"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과 비젼이라도 구체적인 실행과정이 없거나 디테일을 무시하고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오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청와대측 발표에 대해 KBS 새 노조와 오마이뉴스 등 진보언론이 반박한 기사를 보고 문득 이 말이 떠오릅니다. 자칭 진보언론들의 반박(논리)에는 디테일이 보이지 않아 제가 저 말을 떠올리게 되었나 봅니다.


어제 청와대는 문재인이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단 한 건의 불법 민간인 사찰이 없었다고 단언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노 정권도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MB 청와대가 자기들의 민간인 사찰을 노 정권 사찰로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KBS 새 노조가 자초한 일이니 청와대도 할 말은 있게 됩니다. KBS 새 노조나 한겨레, 민통당이 처음부터 MB의 사찰 건만 이야기했으면 저런 빌미를 주지 않았을 것인데 2600건이 모두 MB 정권의 사찰이라고 뻥튀기한데다 KBS 새 노조는 한 술 더 떠 무궁화클럽 사찰이 MB의 대표적인 민간인 사찰이라고 폭로한 것이 청와대의 반격을 정당화시켜준 꼴이 된 것이죠. MB 정부 시절 것이라고 한 2600건 중 80%가 노무현 시절 것이고 KBS 새 노조가 대표적으로 꼽은 무궁화클럽 사찰은 MB가 아니고 노무현 정권 시절의 것이니 청와대는 당연히 반박하지 않을 수 없죠. 진보언론이나 민통당 등 야권이 본질을 회피하는 물타기라고 해 보았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엄밀히 보면 야권이 제공한 헛발질을 빌미로 청와대가 물타기하는 것이죠. 본질은 MB가 민간인 사찰을 불법적으로 했느냐이니까요.) 앞서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진보진영의 불성실과 조급함, 그리고 형평성을 잃은 사고가 이런 비극을 불러온 것입니다.

조금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는데 다시 본론을 돌아가서, 진보언론이 보이는 논리의 디테일 부족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금락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 시절의 민간인과 정치인 사찰의 사례로 2002년 대선에서 반노무현으로 지목되었던 김영환 새천년민주당 의원(2003년),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을 지원했던 허성식 민주당 전 인권위원회 부위원장(2004년),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협회장(2003년), 전국전세버스운송연합회 김의협 회장(2007년) 사찰을 들고, 또 노정권 시절의 국정원 고모씨가 이명박 주변 131인을 사찰한 혐의로 지난 해에 실형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정권도 민간인 사찰을 한 명백한 증거가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KBS 새 노조, 오마이뉴스, 한겨레는 최금락 청와대 대변인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노무현 정권 시절의 2200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경찰청의 김 경정이 노 정권 시절의 경찰청 감찰 기록을 USB로 가져간 것일 뿐,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 불법 민간인 사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옹색한 재반박을 합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반론은 전혀 제기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노무현의 착한 감찰/이명박의 나쁜 사찰이라고 앵무새처럼 주장할 뿐입니다. 청와대의 노 정권의 불법 사찰 주장을 반박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그것이 정당한 감찰이라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반박해야 하는데 그냥 두루뭉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불법 사찰이 없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KBS 새 노조는 민간인 불법 사찰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던 무궁화클럽 사찰이 노무현 정권 시절의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 전혀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일한 사건이 이명박이 한 것이라면 불법 사찰이 되고, 노무현이 한 것이면 합법 감찰로 둔갑시키는 신공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런 편향된 정치의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깨어 있는 시민들은 이런 진보언론의 주장에 맞장구 치고 노무현의 착한 감찰 / 이명박의 나쁜 감찰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네요. 디테일에 약한, 디테일을 게을리 하는, 단순하고 감성적인 대중의 단면입니다.


논리와 반박은 추상적인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디테일하게 논제에 부합하는 이야기로 풀어야 상대나 제3자에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진보언론의 헛발질이 자꾸 나오는 이유는 거대 담론에만 집착하고 디테일한 실행 담론은 회피해 온 그 간의 형태(습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거대 담론은 추상적이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총론이다 보니 책임이나 실행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말만으로 정치하거나 발로 뛰지 않고 데스크에서 기사 쓰기 좋은 사람들이 즐기는 경우가 많지요. 솔직히 자기가 알고 있는 어쭙잖은 지식으로 대충 구라를 풀어도 그럴 듯 해 보일 수 있고 검증 또한 쉽지 않은 것이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어 게으른 지식인들에게도 거대 담론은 인기있는 품목이지요.


제가 요즈음 민간인 사찰 건으로 진보언론과 야권을 까대기만 해서 MB의 대변인이 된 것 같네요. ^*^ 거듭 말씀드리지만, 민간인 불법 사찰은 인권유린이며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범죄임으로 그 누구를 막론하고 그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강화 조치도 따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제 글이 MB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며, 제 글이 그런 용도로 쓰여서도 안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