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분야의 최저임금제 - 안전운임제

 

2020.01.07.

 

정초부터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려고 하는지 걱정입니다.

나라가 온통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에 빠져 있는 사이, 국토교통부가 작년 12월에 해괴한 제도를 도입하고 올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바로 안전운임제입니다.

 

<국토교통부고시 제2019 - 1007-2020년 적용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

http://www.molit.go.kr/USR/I0204/m_45/dtl.jsp?gubun=&search=&search_dept_id=&search_dept_nm=&old_search_dept_nm=&psize=10&search_regdate_s=&search_regdate_e=&srch_usr_nm=&srch_usr_num=&srch_usr_year=&srch_usr_titl=&srch_usr_ctnt=&lcmspage=3&idx=16301

 

안전운임제란 저운임으로 인해 과로, 과적, 과속의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자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정부가 공표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나 운송업체는 위반하는 건마다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컨테이너 운송과 시멘트 운송에만 적용한다고 하네요.

얼핏 보면 취지나 목적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그 내용을 보면 시장경제의 경쟁체제를 무시할 뿐 아니라 합리적 물류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에너지 낭비와 환경 훼손을 초래하게 하는 나쁜 제도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 제도 도입으로 운송비가 12.5% 인상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30~40%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충북에 소재한 당사 공장의 경우 광양에서 공장까지 40ft 컨테이너 1대 운송비로 42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안전운임제에 따라 앞으로는 59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해 인상률이 40%가 넘습니다.) 안전운임제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30~40%가 늘어 수출 경쟁력이 그만큼 저하되게 됩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문제였듯이 이번 안전운임제로 인한 운송비 급등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물류비 인상은 기업만의 문제로 단순하게 치부해 버리면 되겠지만, 이 제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합리적 물류시스템 운영이 어렵게 되어 국가경제를 좀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류는 정보화를 통해 최적의 운송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전국 단위 운송을 관장하는 대형 운송업체들은 컨테이너 운송차량이 empty container만 싣고 운행하거나 차량 Head와 샤시만 달고 운행하는 일이 없도록 수출-수입 물량을 matching시켜 컨테이너 운송 차량이 화물을 싣지 않고 운행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광양에서 수입 원자재를 컨테이너로 충북에 있는 공장으로 운송하고, 이 컨테이너에 생산된 제품을 싣고 다시 광양으로 보내 수출하게 함으로써 당사(화주)는 물류비를 절감하고, 운송업체(차주, 운송기사)는 인건비, 연료비를 추가로 들이지 않고 운임을 더 받을 수 있어 상호 이익이 됩니다. 운송업체(차주, 운송기사)는 광양-충북 공장을 왕복하는 것은 똑같지만 1회 왕복운임이 아니라 편도운임의 두 배인 42만원*2 = 84만원을 받게 되어 이익이 되는 것이고, 화주는 수입-수출 화물을 매칭시킴으로써 수입, 수출시의 국내운송료를 적게 내게 되어 이익이 됩니다. 대형 운송업체는 이렇게 자신들과 계약한 화주들의 물량들을 전국적으로 관리하여 수입-수출 운송 물량을 매칭해서 화주들에게 물류비용을 절감해 주고 자신들도 이익을 챙기고 있지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 화주와 운송업체가 Win-Win 하는 구조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안전운임제는 광양에서 충북공장까지 원자재를 싣은 40ft 컨테이너 1대를 운송할 때 59만원을 주어야 하고, 충북 공장에서 제품을 광양으로 출고할 때도 그 운임을 59만원을 주어야 합니다. 안전운임은 기본적으로 컨테이너 운송차량이 광양(출발지)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공장(기착지)으로 가서 화물을 내리고 다시 빈 컨테이너를 싣고 광양(출발지)으로 돌아가 컨테이너를 광양에 하차해 놓는다는 전제하에 계산된 것으로 광양(출발지)-충북 공장(기착지) 간 왕복 운임입니다. 수입-수출 화물을 매칭하여 운송해도 수입 화물을 광양-> 공장으로 운송할 때도 건교부가 고시한 왕복 운임, 수출 화물을 공장->광양으로 운송할 때도 왕복 운임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화주나 운송업체는 굳이 수입과 수출 화물을 매칭해서 운송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차주(운송기사)에게 수입시나 수출시에 매칭을 하나 하지 않으나 각각 왕복운임을 다 지급하는데 화주나(기업)나 운송업체는 굳이 따로 담당자를 두거나 시스템을 구축해서 수입-수출을 매칭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고속도로에서 empty container를 싣고 다니는 컨테이너 운송차량이나 컨테이너 없이 HeadChassis만 달고 다니는 차량을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게 되면 똑같은 물동량을 운송하더라도 컨테이너 차량이 더 필요하게 되고 에너지 낭비도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화주)들에게 돌아가고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컨테이너 차량의 주간 운행이 늘어나 고속도로 정체가 더 심하게 되고 사고 위험도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수입-수출 매칭량이 줄어 컨테이너 운송 차량의 운행량이 많아져 고속도로 사정이 나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안전운임제에는 운임만 고시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과 공휴일, 심야(22:00~06:00) 운송시에는 20% 가산 운임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업(화주) 입장에서는 굳이 20% 가산 운임을 지급하면서 심야 운송을 할 필요가 없으니 지금보다 주간 운행량이 늘어나게 되겠지요. 그마나 그 동안에는 컨테이너 운송 차량의 야간 운행이 많아 주간 교통량이 야간으로 일부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주간의 고속도로 사정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도로 정체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낳게 되고 이는 곧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쟁을 막아 효율적인 운송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화주, 운송업체, 차주, 운송기사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시장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고시하고 이행하게 함으로써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개별적 특수성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해 버렸습니다. 종국에는 이해관계 당사자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국가경제를 좀 먹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안전운임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전국 주요 지점에 ICD와 통합 운영 CY를 지원하여 컨테이너의 효율적 운송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그 효과 이익을 차주나 운송기사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시행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를 공표하면서 안전운임위원회, 전문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총 48회의 공식회의를 거쳐 논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들에서 화주나 운송업체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일부 위원들이 표결에 불참했다고 합니다. 민노총-화물연대 등이 주도하고 이들의 의견만 반영된 채 결정된 것입니다.

저는 운송기사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하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제를 망쳐 가며 일시적으로 그들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는 정치적 이해가 개입된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반시장적 방식의 해결책은 반드시 시장의 보복을 받게 됩니다. 시행 후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선의로만 포장된 정책은 결국 그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이 정부는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