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 문둥이, 언청이, 얼간이, 외눈박이, 귀머거리, 벙어리,  곱사등이, 곰배팔이, 외팔이, 육손이, 절름발이, 앉은뱅이.

이 열세 개의 단어는 전부 "이"로 끝난다. "분"도 아니요 "놈"도 아니니 평칭이다. 높힘말도 아니요, 낮춤말도 아니다. "~이"를 "~장애자"라 하여 높아지지 않는다,  놈 자(者) 자이므로. 그렇다 해서 "~장애자"를 "~장애인"이라 하면 높임말이 되는가? 둘 다 그저 그런 한자 사대주의의 노정일 뿐이다.

지배자 > 지배인
지도자 > 지도인
관리자 ≒ 관리인
안내자 ≒ 안내인

그런데 "~이"와 달리 눈 먼 사람은 장님, 소경, 봉사라고 부른다. 한자 사대주의의 반영일 수도 있겠으나.

「예기」 왕제편을 보면, 고대 지나의 주나라에서는 "오십장어가 육십장어향 칠십장어국 팔십장어조(五十杖於家 六十杖於鄕 七十杖於國 八十杖於朝)"였다고 한다. 쉰 살이면 자기집에서 지팡이를 짚을 수 있고, 예순 살이면 동네에서 지팡이를 짚을 수 있고, 일흔 살이면 나라 전체에서, 여든 살이면 심지어 조정에서도 지팡이 짚기를 허락했다는 말이다.

장님(杖您, 지팡이 장, 당신 님)은 지팡이 짚은 어른이라는 뜻이니 나이를 존중해 주는 말이요, 소경(少卿)은 태부소경의 준말로서 고려때 종4품 벼슬이고, 봉사(奉事)는 이씨조선 종8품 벼슬이다.

눈먼이들만 이렇게 특별 대접을 해준 것에는 나이 대접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중 한 해석이 "육안이 감기면 심안이 뜨이리라"는 전통적 보상적 기대감이다.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해 봐!
이른바 천태지관(天台止觀)과도 통한다. 과연 고타마 붇다의 십대 제자중 천안 제일 아나율은 육안을 잃은 고로 천안을 얻었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1) 두 눈을 가리고, (2) 천칭을 들고, (3) 칼을 쥔 채, (4) 나아가려는 여자로 그려진다. 육안을 감음이 오히려 상황 전체를 사심없이 공평하고 바르게  보기 위한 조건이라는 말일 터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법원 중앙 홀의 '한국적' 정의의 여신은 (1)눈을 뜨고 누군지 살펴보며, (2) 저울을 들고는 있으나, (3) 족보책을 끼고, (4) 앉아서는 누구 후손인지를 따진다. 그래서 문재인 후손인지 조국 후손인지 박정희 후손인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

조선인들에게는 윤리라는 것이 없다. 도덕은 그나마 조금쯤 있었던 모양인데,  요즘은 그조차도 길이 나뉘고 쌓인 것이 흩어져 버린 양상이다. 망해도 아쉽지 않은 나라들이겠다.

얼간이: 얼(정신)이 가 버린 이

202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