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문제로 정국이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흥미진진해지기는 하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더하네요.
민주화 투쟁경력을 전가의 보도처럼 우려먹던 정치낭인들이 설치고 자기들의 무능과 불성실을 피해자 코스프레로 대중들을 속이고 사이비 기자들이 편향된 정치관으로 무리수를 둘 때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진보의 총체적 위기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런 사이비 진보들 싹쓸이 하고 합리적인 진정한 진보가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진보언론(기자)들의 양심과 자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민간인 사찰 건을 기획하고 총선의 이슈로 밀어올릴려고 한 주체는 한겨레와 KBS의 새 노조였던 것 같고 다른 자칭 진보언론들은 분위기 띄우기에 열심이었지요. 한겨레는 한 달전부터 민간인 사찰 건을 총선 이슈로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 역력합니다. 거의 매일 이 건을 Top 기사로 1면을 장식할 정도였으니까 그 의도가 분명했지요. 사실 이 사찰 건은 2년전에 불거진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가 집요하게 이 건을 물고 늘어진 것은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의 프레임으로 몰고갈 소재로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한미FTA,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은 원죄가 노무현에게 있으니 정권 심판의 소재는 부적합하고 4대강이야 워낙 식상한 문제라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민간인 사찰 건은 민주 국가의 근본을 흔들고 대중들이 자기 문제화하기 쉬운 이슈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KBS 새 노조는 자기들의 파업 명분으로 더 없이 좋은 소재이기도 하고 총선에서 결정적 기여를 함으로써 차기 정권이나 의회에서 입지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도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한겨레나 KBS 새 노조가 판단한 것은 무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에 유익하다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이든 명분 세우기든 문제 삼을 이유가 없지요. 어느 정권이든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과 대중들의 이해가 일치하면 수권하는 것이고 대중들에게도 좋은 일이니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정당의 목적을 사시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입니다. 편법, 불성실, 사실의 왜곡, 편향된 시각, 잘못에 대한 합리화, 형평성 결여 등의 문제가 노출될 때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KBS 새 노조, 한겨레, 그리고 자칭 진보 언론들이 이런 못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KBS 새 노조가 보인 모습을 보면 실망 그 자체입니다. KBS 새 노조는 MB 정권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찰한 문건이 2600건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자기들이 입수한 문건을 세부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총선 이슈 제기와 파업 명분 세우기에 급급해 덜컹 MB가 2600건을 사찰했다고 발표해 버렸죠. 불성실이 낳은 결과입니다.
청와대가 2600건 중 2200건은 노무현 정권 시절 것이라고 반박하자 KBS 새 노조는 2008년 1월~2월(노무현 정권) 사이에 2200건을 사찰한 것이냐고 하면서 청와대가 구라친다고 조롱하는 기사도 올리고 트위터를 날려 이를 받아 공지영, 조국 등은 리트윗하는 뻘짓에 동참을 했습니다. 상대(청와대)가 반박을 하면 일단 사실여부를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또 덜컥 구라쟁이라고 조롱부터 해 버렸지요. 결과는? 2200건은  노무현 정권 시절임이 밝혀져 KBS 새 노조가 구라쟁이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더 가관이더군요. 예상했던 대로 본격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불륜, 착한 사찰/ 나쁜 사찰 모드로 전환합니다. 노무현의 2200건은 정상적인 업무감찰이고 이명박의 400건은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합니다. 청와대는 2200건에는 현대 노조, 화물연대, 전공노 사찰이 들어있다고 발표한 것에는 반박도 못합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KBS 새 노조가 MB의 민간인 사찰의 대표적인 것으로 지적한 무궁화클럽(전직 경찰 출신 모임) 사찰이 사실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부터 해 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KBS의 새 노조의 폭로로 무궁화클럽 회장이 MB를 고소한다고 했으니 완전히 자뻑이 된 것이죠. 어제는 무궁화 클럽 사찰을 MB 정권의 불법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하더니 오늘은 노무현 정권의 합법적 공무 감찰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국민들을 호구로 보는 것도 아니고 하루 사이에 저렇게 표변하는 말을 뻔뻔스럽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경향신문이 올린 박영선 의원이 갖고 있는 사찰 문건 사진도 일자가 2007년 9월로 되어 있습니다. 경향의 사진을 보고 저는 한겨레의 허재현 기자가 "부러진 화살" 기사를 쓰면서 자기 주장과 정반대의 증거를 올린 것이 생각나 기자들의 자질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욕은 앞서는데 머리는 안 돌고 손발은 안 움직이니 저런 사태를 빚는 것입니다.

우리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반응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황우석 버전2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인지부조화 현상에 멘붕을 보여주는군요. 노무현의 착한 사찰 / 이명박의 나쁜 사찰만 닥치고 주장하지 드러난 팩트에 대한 수용은 볼 수 없고 논리적인 반론이나 분석은 찾아 볼 수 없네요. 서프라이즈는 불리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삭제해 버리고, 다음 아고라는 착한 사찰/나쁜 사찰 일색이고 차분히 토론할 주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2008년에 노무현이 청와대 서버를 봉하에 갖고 가겠다는 것 때문에 한참 논란이 된 사건이 생각나더군요. 전직 대통령이 왜 청와대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보려 했는지 의아했는데 그 이유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보험증서가 그 곳에 있고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스가 그것이었다고 보면 오버한 것일까요?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 불리하고 유리하고를 떠나 진보(언론)들이 좀 당당하고 양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불법적 민간인 사찰이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게 엄단이 있어야겠다는 바램을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