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인가 그랬습니다. 김원웅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가 여의도에서 열렸죠. 제가 거기 가서 대놓고 이렇게 말을 했더랬습니다. '노무현정부와 개혁세력은 무능하다. 무능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대선후보를 내지 말자. 이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런 말을 했더니, 당장 온갖 험악한 욕설에 고함까지 나오고, 결국 다른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을 받으면서 그 자리를 나오게 됐죠. 그 때 한 사람이 저를 따라 나와서 카페로 데려갔습니다. 노무현정부가 뭘 잘못했길래 무능하다고 평가하는지 알고 싶다고 묻더군요. 저는 각 분야에서 내놓을 만한 업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게 도대체 뭐가 있냐, 내세울 만한 업적이 뭐가 있냐고 말했죠. 그 사람은 제 말을 별로 수긍하지를 못하고, 이 불쾌한 자리는 끝났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은 안희정과 몹시 닮았는데, 본인이었는지 확인은 안 됩니다. 그리고 2007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대패하고 말았죠.


 저는 노무현정부 이후로 개혁세력이 유능하다는 환상에서 깨어났습니다. 물론 보수세력보다는 훨씬 유능한 게 맞습니다만, 제가 바라는 기준으로는 50%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권을 잃은 5년간 무능을 유능으로 채워서 '다시 정권을 맡겨 주십시오'라고 요청해야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개혁세력이 인재를 영입하거나,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에도 '유능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시즌2가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더랬습니다. 2년7개월이 지난 지금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능한 개혁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으니까, 개혁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성과와 업적이 안 나오니까 국민들이 개혁세력을 불신하게 되고요. 그러나 대안이 될 만한 세력이 없습니다. 썩어빠지기로 유명한 보수세력이나 한 줌도 안 되는 진보세력이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죠. 이게 희극이자 비극입니다.


전에도 몇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저의 롤 모델은 제갈공명, 관중, 열자입니다. 한 30년을 이렇게 생각하며 살다 보니, 이제는 이 롤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도 잘 안 됩니다. 저는 문제해결에 관심을 둡니다. 공공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저절로 관심이 여기에 쏠리죠. 과외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부동산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초고령사회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북핵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 일반적인 해결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될 때에는 변칙적인 방법,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방법을 궁리하게 됩니다.


문재인과 민주당 애들은 자기네가 내놓은 정책으로 잘 개혁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다 나름대로 전문가의 관여로 만들어진 정책일 것이니까, 함부로 폄하할 수도 없었겠죠. 그러나 결과를 보면, 그 정책들은 그리 신통한 효과가 없었음이 입증됩니다. 에혀.....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북핵문제의 해결은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협상하여 해결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여 해결하는 방법이 하나 있죠. 문재인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여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고요.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는 경우에는 남한은 잘해 봐야 들러리, 잘못 되면 관객밖에 안 됩니다. 2년7개월간 미국과 북한이 협상하도록 여러 모로 도왔습니다만, 미국과 북한은 지금까지도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이 주고 많이 받기' 방식을 선택했어야 하는 건데, 미국은 '적게 주고 적게 받기' 방식을 선택한 듯합니다. 그러니 소중한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죠. 더 기다린들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가 탄핵되고, 대선기간이 되었는데, 어찌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데드 라인인지 레드 라인인지 점점 다가오는데, 국회에서는 아직도 치고받기나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게 웃기니까 희극이고, 전쟁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비극이죠. 고비마다 재수없기로 소문난 한국 아닙니까? (딱히 한국만 재수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결과가 많이 다를 수도 있었는데, 이 기회를 놓친 게 참 아깝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운명이겠거니 하고 참고 견디며 사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