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자들이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을 적용해서 추파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Error_management_theory

 

Haselton, M. G., & Buss, David. (2000) Error Management Theory: A New Perspective on Biases in Cross-Sex Mind Reading

http://homepage.psy.utexas.edu/HomePage/Group/BussLAB/pdffiles/Error_Management_Theory_2000.pdf

 

여자가 남자에게 추파를 던졌는데 남자가 알아채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본다. 왜냐하면 번식 관점에서 보면 매우 귀중한 성교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가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지 않았는데 남자가 추파라고 오인한다고 해도 그리 큰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애매한 경우에는 남자가 여자의 말, 표정, 행동 등을 추파로 해석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 위에서 인용한 논문을 쓴 David Buss의 주장이다.

 

나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몸 허락(여자가 남자에게 성교를 허락하는 것)과 관련하여 오류 관리 이론을 적용한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어쨌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내색을 보였는데 남자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본다. 반면 여자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몸을 허락하려고 한다고 남자가 착각할 때에는 그리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가 애매한 경우에는 여자의 말, 표정, 행동 등을 몸 허락 신호로 해석하도록 진화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성교에 응하지 않는 여자를 두고 “자기도 좋으면서 튕기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남자가 애매한 경우에 그런 식으로 해석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류 관리 이론을 추파나 몸 허락 낌새에 적용하는 것이 가망성이 큰 가설들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다른 측면에서 추파나 몸 허락 낌새에 접근하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남자가 여자가 던지는 추파나 여자가 보이는 몸 허락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본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에 비해 그런 것들을 알아채는 데 쓰이는 뇌 회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나는 누군가 이런 가설을 제시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것은 내가 생각해낸 가설이다.

 

 

 

성교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남녀가 나오는 동영상이 있다고 하자. 물론 남자는 성교를 원하고 여자는 (적어도 표면적으로 볼 때에는) 거부한다. 피험자들에게 그 동영상을 보여준 후 “여자가 몸을 허락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때 남자 피험자가 여자 피험자에 비해 “그렇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첫째, 오류 관리 이론에서 파생된 가설인 “남자는 애매한 경우에는 몸 허락 신호로 해석한다”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둘째, “여자의 몸 허락과 관련하여 남자가 여자보다 정보를 더 잘 처리한다”는 가설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때 남자들은 여자들이 알아채지 못한 미묘한 낌새를 알아차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첫째와 둘째 가설을 모두 적용해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실험으로는 두 가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쪽 다 그럴 듯한 해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자가 추파나 몸 허락 신호를 페로몬(pheromone)으로 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자가 그런 페로몬을 잘 감지하도록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페로몬이 밝혀진다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여자의 추파를 더 감지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을 적어도 페로몬과 관련해서는 검증하기 쉬울 것 같다. 나는 인간 페로몬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어떤 상황을 보고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여자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 또는 “여자가 몸을 허락하려고 하고 있다”는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만 보여주어서는 어느 가설이 옳은지(모두 옳다면 어떤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 알아내기 힘들다.

 

“남자가 여자보다 추파 감지나 몸 허락 감지를 위해 더 많이 투자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미묘한 것들을 남자는 알아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실험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아주 잘 하는 여자 배우에게 남자 배우 A와 추파와 관련된 상황을 연기하도록 한다. 그리고 남자 배우 B와도 똑 같은 연기를 하도록 한다. 두 장면은 남자 배우가 다르다는 면만 빼면 거의 완벽하게 똑 같다. 되도록 두 남자의 외모 수준이나 차림새를 비슷하게 한다.

 

이 때 여자 배우에게 어떤 남자 배우가 이성으로서 더 호감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피험자들에게는 두 장면 중 어느 장면에서 여자 배우가 더 추파를 많이 던졌는지 물어본다. 만약 남자 피험자들이 여자 피험자들에 비해 여자 배우가 호감을 더 많이 느낀 남자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더 잘 지목한다면 남자의 “추파 감지 기제”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가설과 부합한다.

 

 

 

이덕하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