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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 Il


참 요상한 일이다.
전혀 관심이 없는 정치집회에 많게는 200만이 모였다는 것도 87년 대선 유세 이후론 처음 접하는 광경일 것이다. 또한 200만이나 모였어도 그 자체숫자는 그다지 위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요상하다. 검찰개혁, 비조국의 입장이었던 분들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반검찰-조국지지의 입장인 분들의 엄청난 위세에 압도당한 것 같다.

친문계열 주도의 막강한 단일대오의 조직력과 동원력, 결속력은 최근 몇 년의 모습 속에서 충분히 예상되어왔다. 전통적으로 리버럴들은 비조직화의 결속력이 떨어지는 부유하는 집단으로, 결속되고 조직된 집단은 좌파의 통념이었는데 이젠 이런 공식은 재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

주목하고 싶은 건 촛불세력은 분화하여 이젠 완전히 수면 위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편의상 친문계열을 촛불세력의 우파, 그 외를 촛불 좌파라 불러도 무방하고 김세균 교수님처럼 자유주의 개혁파, 진보계혁파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나중에 명확하고 적절한 용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무튼 좀 더 생각하고 싶은 건 편의상의 촛불 좌파다.

촛불 우파의 세 과시에 그다지 주눅 들지 않았던 이유는 촛불좌파는 대단히 산개, 분산해 있어 조직력과는 담을 쌓은 존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총이 조직력의 구심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미 그 단위를 넘어선 느낌이고, 굳이 조직이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떤 조직인가의 여부이겠는데 전통적 조직관은 분명 아닌 것 같다.

물론 숫자상으로 분명 촛불 우파가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나 촛불 좌파들의 전반적 특징들이 지식, 이성, 합리, 논리, 상식 등등을 바탕으로 하는 존재들이기에 담론 생산능력은 오히려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히려 확장성, 포용, 포괄성이 어떤 정치집단보다 높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우위에 생각들이 엄청난 세 과시에도 시큰둥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김규항씨가 말했던 ‘사유하는 개인’일지도 모른다. 참 멋진 말이다. 허나 이 또한 아직은 설익고 추상적이다.

당장의 한계들, 특히 추상성의 한계가 눈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촛불 좌파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현실의 질곡, 자본주의의 질곡에 탈피하려는 ‘미래지향적’이고 ‘대안적’인 의미, 그 맹아를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사회 본질적이 문제에 대한 근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장의 정권보위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촛불 우파하고는 명확한 차이다.

그럼에도 촛불 우파와 좌파가 검찰개혁을 공통분모로 공동전선을 취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촛불좌파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한 곳으로 모아내기가 힘들뿐더러 기본적으로 조국 개인 1인에 귀속되는 개혁에 반대하며, 전체사회의 시스템의 개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촛불좌파의 향후 행방에 대해서는 그 분산적 속성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이 어느 시점에서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등장이 한국사회의 변곡점이 될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그 분산성이 장점이 될 수 있을지, 그저 단점뿐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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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우파란 말 적확하죠. 이 표현 저도 써먹을 생각.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