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 신화중의 인물에 조국을 빗대어 말한다면 이카루스를  들 수 있겠다.

미노스 왕에 의하여 감금된 후, 다에달로스가 탈출을 기도하는데, 이때 조카인 이카루스가 도와 주었다고 한다. 새의 날개들을 밀납으로 붙여 사람 날개를 만들었다. 물론 재료는 궁금증 만땅인 미노스 왕이 공급해 주었으리라. 지혜로운 현인도 때로는 멍청할 수 있다는 본보기이다. 비행 탈출에 성공한 후 의기양양해진 이카루스는 자기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점점 높이 날았고, 태양의 열기에 의하여 날개의 밀납이 녹아내리자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소설은 여기서 영감을 얻었을 터.

이도 델포이 신전벽에 새겨져 있는 심오한 문구의 한 재료가 되었으리라.
"너 자신을 알라. [너는 새가 아닌, 가짜 새이다.] [네가 달고 있는 것은 네 고유의 것이 아니다.]"

이카루스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언제였을까?
그런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he truth)"을 한 단어로 anagnorisis라고 한다. 좀 어려운 단어이지만, 분해해 보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ana(up) + gno(know) + ris(make, become) + is(state)

이카루스가 바닷물에 너무 가까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남은 날개마저 물에 젖었다. 그처럼 국이도 본전조차 못 건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주역 」건위천 제6효의 효사인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대로이다.

조선 속담 "가만히나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그때 가서 상기하더라도 이미 "내일이면 늦으리"...

(※ 헬라어 어원 단어가 나온 김에 국이에게 들어맞는 의학 용어를 보너스로 소개한다. 

정신과 용어로 병식(病識, insight)이라는 것이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기가 정신분열증에 걸려 있음을 모르고, 따라서 의사의 진단명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비로소 자신의 병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데, 이를 "병식이 생겼다"고 표현한다.

그러면 "병식이 없음"이 한 단어로 무엇이겠는가? anosognosia이다.

a(absent) + noso(disease) + gno(know) + s + ia(state)

의사들 속어로는 insightopenia라는 단어도 쓰인다.)


ANAGNORISIS

noun (plural anagnorises) • The moment in the plot of a drama in which the hero makes a discovery that explains previously unexplained events or situ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