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 후에 몇 편 더 읽고나서 내용을 연장한 건데 현재까지 써논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사실 그 후에도 몇 편 더 읽었는데 하편까지 쓸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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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의 대표적인 악역 가운데 하나인 ‘황문병’에 대한 묘사... '자기보다 나은 자는 시기하고 자기보다 못한 자는 멸시한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축에 속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미 성인이겠지...

어려운 책은 읽으면서 짜증이 나고(하긴 요즘처럼 바쁜 때는 아예 시도도 하지 못한다) 읽기 쉬운 책은 다 읽고 나서 하나도 보람이 없다. 바람둥이는 자기에게 쉽게 넘어오는 여자에게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하던데 마치 그 비슷한 심리라고나 할까... 

지난번 에코 짝퉁 몇가지에 대해서 약간 글을 올렸는데 그 후 별다른 변화는 없다. 다만 캐드펠 시리즈를 몇 권 더 읽고 나서 그에 대한 평가가 약간은 더 올라갔고(물론 그 단순무식한 권선징악과 하이틴 로맨스식의 스토리엔 여전히 입이 벌어질 정도지만 그렇게 여러 권의 작품을 쓰면서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다...) 아루트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을 한번 더 보고 그에 대한 평가가 약간 내려갔다는 점... 

 

사실 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 ‘괴델, 에셔, 바흐’의 글귀가 자꾸 등장하기에 그게 내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줄 알았다. 즉 어떤 주인공이 믿고 있던 체계(hierarchy)가 가짜(pseudo) 체계로 밝혀지면서 오는 혼란을 그릴 줄 알았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세계의 완벽한 논리적 구성을 굳게 믿고 있던 그 체스선수가 ‘괴델의 불완전성’에 부딪혀 그 믿음이 처참하게 깨지는데서 오는 충격을 그리던지... 그런데 그냥 별 재미도 없는 체스풀이로 끝나버리니... 하긴 이사람은 항상 끝부분이 좀 약하더라...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한마디로 다빈치 코드보다 못하다. 그리고 이 사람의 글은 더 이상 읽고 싶지가 않다. (모르지 내가 어쩌다 보니 베르베르의 소설은 욕을욕을 하면서도 거의 다 찾아 읽은 것처럼 이사람 작품도 앞으로 더 보게 될지도...) 그러고 보니 베르베르와 비슷한 점이 몇가지 있군... 마치 미지근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어중간한 지식의 과시에 어중간한 스릴, 어중간한 로맨스. 어중간한 유머... 내가 이런 걸 아주 싫어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것도 '어중간하게' 할 수밖에는 없다. 주인공은 정말이지 정신없이 부지런히 뛰어다니기는 하는데 하나도 긴장감이 안든다. 나같으면 아무도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주인공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기 상황에 너무 오래 놔두는 일은 삼가겠다. 아무튼 번역을 하려면 기본적인 과학지식은 있어야지... 무슨 놈의 가속기가 "초속 290만 킬로미터"야? -_-

요즘은 두어명의 작가들이 공동저작으로 에코짝퉁들을 만들어내는 추세인 것으로 보이던데.... 에코빠로서 그에 대한 나의 느낌... ‘혼자서 안되니까 떼거지로 덤벼드는구나... ^^;’

4의 규칙 : 음... 그러고 보니 한때 자전적인 작품을 아주 좋아한 적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별로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전에 이문열에게 하도 데여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전적 소설의 효과는 일회성이다. 좋건 나쁘건 한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 우려먹으면 그 이상 추해지는 주제는 없다. 전반적으로 2할 정도 부족한 느낌. 이 쇼생크 탈출식의 결말은 중반만 지나면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데... 수수께끼 풀이에 조금은 더 지면을 할애해도 되지 않았을까? 이대로는 약간 이해가 어렵다. 뭐, 프린스톤 대학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좀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임프리마투르 : 이 부부가 4부작을 만들겠다던데... 그 제목을 합치면 "모든 비밀은 공개될 수 있으나 진실은 여전히 숨겨져 있다"라나 뭐라나... 뭐 그다지 독창적인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이들을 다 읽을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보아하니 완간을 하려면 무지 시간이 걸릴 텐데 그때까지 사람들이 기억이나 할는지... 여러 아류들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에코를 강력하게 의식한 것만은 틀림없다. 중세시대의 연금술, 의술, 식사, 정치 등 생활사를 묘사하느라 자료 수집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문제는... 그게 좀 정도가 지나쳐서 어처구니없게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 길게 나열되니 맥이 끊길 수 밖에... (전에 아시모프의 SF 소설을 보다가 꽤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뜬금없이 미래 세계에선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화장을 하는지 한참동안 묘사하는 바람에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다 가끔씩은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는 것도 그렇고... 
그보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메인스토리 자체는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 그 유럽을 뒤흔드는 음모라는 것 자체가 시시한 역사추리물에서도 다 나오는 내용 아닌가? 결국 이들과의 차이점은 그 방대한 자료수집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거야 말한 바와 같이 이야기 흐름만 끊고 있고... 아니 솔까말 나같은 사람이 세세한 중세 생활사를 알아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중요한 건 이러한 자료로 인해 이야기에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aura가 생겨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게 부족하다. 

아참. 끼워주는 음악 CD가 있었지. 사실 나는 음악보다 미술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여기 대해서도 별 감흥이 없다. 소설에서 그 음악들이 어떻게 훌륭하며 어떤 식으로 감상해야 하는지 말로 좀 설명해주길 바랬는데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천사가 배를 먹고 있는 인간에게 그 맛을 말로 표현에 보라고 졸라대던 기분?) 그것도 좀 부족한 느낌이다. 남편이 음악 전공이라며?

결론 : 짝.퉁.은. 아.무.래.도. 짝.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