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이 일본에서 수입해서 쓴 불화수소의 순도가 12N인지 여부는 아직도 불명확합니다. 삼성전자에 물어보고 싶어도 제가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2. 저는 클리앙에 올라온 글들을 읽었을 때 12N이 참일까 거짓일까 의심이 생겼습니다.


첫째 이유는 특정한 전문가나 당사자의 말이 아니라, 신문기사가 출처였는데, 아시다시피 기자들이 팩트 체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아니죠. 함부로 믿었다가 뒤통수 맞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이유는 댓글들에 나오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 너무 실감이 났기 때문입니다. 5N 정도밖에 못 봤다든지 하는 얘기들 말입니다.


셋째 이유는 일본 회사의 홈페이지에 12N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꼭 그것을 판다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 5N 제품도 팔 수 있고, 6N 제품도 팔 수 있는 거잖아요. 이 부분을 우주 님은 다르게 해석하셨습니다. 불화수소의 가격만 보면, 톤당 140만원 정도~1400만원 정도라면, 삼성전자 같은 회사에서는 아무 부담이 안 되겠죠. 그래서 우주 님의 해석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납득했습니다.


넷째 이유는 제가 에칭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에칭이라는 게 염산으로 구리판 같은 것을 녹여서 홈을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불화수소(이게 불산 맞나요?)로 반도체 웨이퍼를 에칭한다면, 불화수소가 실리콘(규소)을 녹인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12N이나 되는 고순도의 불화수소가 필요한 걸까요? 어차피 하는 일이라는 게 실리콘을 녹이는 역할 밖에 없는데, 1조 개의 불화수소 분자에 1개의 불순물 분자가 섞인 정도의 순도가 과연 필요하겠냐 이겁니다....

며칠 전에 AMD에서 새로 나온 젠2 CPU들은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CPU 칩의 회로선폭이 7나노미터라는 얘기죠. 이 회로선폭은 아주 작아서,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에서 CPU 칩을 제조하게 됩니다. 먼지 한 톨은 인간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크기이지만, 7나노 CPU에게는 바윗돌보다 큰 크기일 것이고, CPU의 오동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지 한 톨과 불화수소 분자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검색해 보니, 기체 분자의 경우는 0.1 옹스트롬~1옹스트롬 정도라고 나오네요. 10옹스트롬=1나노미터라고 합니다. 불화수소 분자의 크기를 1옹스트롬으로 가정하여 계산하면, 7나노미터는 70개의 불화수소가 횡대로 지나갈 수 있는 폭입니다. (0.1옹스트롬으로 가정하여 계산하면, 700개의 불화수소가 횡대로 지나갈 수 있는 폭이고요.) 70개 중에 한 개가 불순물 분자라고 해도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3. 의문을 느끼고, 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우리는 이제 누구의 말도 함부로 믿을 수 없는 상태인 듯합니다. ^ ^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어서 그냥 믿어줬던 시대는 영영 가 버리고, 이제는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믿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