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논객 복거일이 또 사고를 쳤나보다.

(관련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5814.html)


복씨는 지난 21일 이화여대 행정학과 전공수업인 ‘규제행정론’의 초청강연 도중


“여성은 결혼을 했어도 언제나 혼외정사의 의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여성을 감시해야 한다..... 여성의 시집살이는 남성의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 시집살이는 여성이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며, 성적인 관계를 남편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남성은 자식이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신할 수 없어 계속 다른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 관습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어서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 호주제 역시 폐지해서는 안 된다.”며 요즘시대에서 보기 힘든 고루하고 황당한 주장을 했다.



‘춘향전은 변사또가 성춘향을 따먹는 이야기’라는 김문수의 말과 저속성과 무식함에서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영어공용어를 주장했을 때부터 알아 봤는데, 복거일의 수준으로선 능히 할 수 있는 말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가 복거일을 간략히 평하면 천박성과 즉물성이다. 그는 경영학인지 경제학인지를 전공했다는데,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미천한 지식들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고 꿰어맞쳐 황당한 논리로 재생산한다는 게 그의 특징이다. 경제학을 해서 그런지 인문학적 깊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다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예를 들면, 언어의 역사적, 문화적, 권력적인 면은 무시한 체, 언어라는 걸 단지 기능적인 도구로 보고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하는 것에서 그의 천박함이 드러난다.   


이번 발언도 정치적으로 부적절함은 물론이고 학문적으로도 부정확하다.


1. “여성은 결혼을 했어도 언제나 혼외정사의 의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여성을 감시해야 한다.”라는 말은 여성 대신 남성이라는 말을 대입해야 더 정확하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들은 어느 개체나 혼외정사의 의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없는 하나 마나 한 말이 된다. 오랜 기간 임신을 하는 여성보다는 단 기간에 유전자를 무수히 퍼트릴 수 있는 남성이 혼외정사 의도가 여성보다 훨씬 더 많다.


2. “시집살이는 여성이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며, 성적인 관계를 남편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라는 주장도 지식이 일천함 때문에 나온 말로 보인다. 인류역사상 시집살이보다는 모계사회나 데릴사위 제도가 더 일반적이었다. 여성은 채취구역이나 정착지에서 채취나 농사를 짓고 남성은 주로 며칠씩 걸리는 원거리 사냥을 했기 때문에 생긴 관습이다. 그러다 사냥감의 고갈로 수렵은 사라지고 농사에 주로 생존을 의존하게 되자 남성들도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시집살이가 생긴 것이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시집살이는 여성의 노동력을 필요로 해서 생긴 것이지 여자를 혼외정사로부터 감시하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3. “남성은 자식이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신할 수 없어 계속 다른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복거일 류에게나 들을 수 있는 황당한 새로운 이론이다. 남성이 혼외정사를 하는 것은 남성들의 성향일 뿐이지 당위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자기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려는 진화과정에서 생긴 전략 때문이지, 자기 자식의 부계를 의심하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4. 호주제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관습이어서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장도 틀린 말이다. 호주제와 생물학적 진화하고는 상관이 없고, 호주제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권력을 더 높게 유지하려는 가부장주의자들이 고안한 제도에 불과하며, 그것도 모계사회의 전통에 비해 역사가 아주 짧다.


복거일이 이런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가는 점은, 고종석이 복거일을 멘토로 생각한다고 고백했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고종석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 고종석의 지식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가 훨씬 뛰어나 보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