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 논리로 풀다>, 채널A

http://tv.ichannela.com/program/culture/destiny/concept.html

3 5<초능력>

 

 

 

<초능력> 편만 보았다. 하지만 <이영돈PD 논리로 풀다>가 제목과는 달리 미신을 부추긴다는 점이 이 한 편만 보아도 뻔히 보였다.

 

<초능력> 편에서는 여러 명의 소위 초능력에 대해 소개했다. 염력으로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배우지도 않은 외국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몸에 온갖 물건을 붙이는 사람, 씨에서 몇 분 만에 싹이 트도록 하는 등의 초능력을 보였다는 사람.

 

 

 

그러면서 초능력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의견 즉 진짜 과학의 편에 선 사람들의 의견은 거의 알려주지 않았다. 연기자를 시켜서 염력을 쏘는 흉내를 내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초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의견을 주로 보여준 것이다.

 

 

 

염력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망신시킬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피험자가 눈을 감고 있거나 차단막을 설치함으로써 피험자가 염력 쏘는 장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염력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실험을 두 번씩 하면 된다. 한 번은 실제로 자칭 초능력자에게 염력을 쏘게 하고 다른 한 번은 염력을 절대 쏘지 말라고 하면 된다. 물론 “몸에 힘을 빼라”는 식으로 자칭 초능력자가 피험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똑 같이 해야 한다. 나는 염력을 쏠 때나 쏘지 않을 때나 일부 사람들이 넘어지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간단한 실험 방법이 있음에도 이영돈 PD는 왜 하지 않았을까?

 

 

 

날짜만 알려주면 요일을 금방 맞추는 능력이 있는 사람, 사칙 연산을 놀랍도록 빠르게 하는 사람은 드물기는 하지만 꽤 많다. 그런 사람은 아주 특이하기는 하지만 초능력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나온 어떤 출연자는 배우지도 않은 여러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했다. 정말로 전혀 접하지도 못한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초능력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외국어들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 주장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그 사람이 대단한 초능력자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몇 십 년 전 일이기 때문에 그 때 그 사람이 외국어를 접했는지 여부를 지금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의 주장일 뿐 검증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 정도는 시청자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야 한다.

 

 

 

몸에 온갖 물건을 붙이는 자석 인간 편에서는 일반인들과 단순히 비교를 하기만 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해 출연자의 몸에는 물건이 더 잘 붙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체형에 따라, 피부 상태에 따라 물건이 잘 붙기도 하고 잘 안 붙기도 한다. 출연자는 살이 많고 배가 많이 나왔다. 이런 체형에서는 똑바로 서 있어도 물건이 잘 붙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체형과 피부 상태에 대한 진짜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1980년대에 유리 겔라가 한국에서 와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리고 유리 겔라 신드롬이 일어날 때에 초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한 중학생이 대단한 인기를 끈 적이 있다고 한다. 유리 겔라나 그 한국인 중학생이나 사기꾼임이 뻔 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유리 겔라의 사기가 어떻게 폭로되었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그 중학생이 사기를 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몇 분 만에 새싹이 트도록 만드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등 그 중학생은 온갖 사기를 쳤다.

 

 

 

염력, 자석 인간의 경우에는 실험 자체는 사기가 아니다. 실제로 염력을 쏘는 시늉을 하면 사람이 넘어지며, 실제로 온갖 물건들이 몸에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염력이 있다고 믿을 수도 있고, 자신의 몸에서 대단한 자기장이 발생한다고 믿을 수도 있다. 충분히 머리가 나쁘고 무식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유리 겔라와 그 중학생은 의식적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기에 많은 사람들이 속는다. 심지어 상당히 저명한 과학자들도 비슷한 사기에 속았다. 사기를 치는 수법은 어떤 면에서는 모두 똑 같다. 마술사들의 트릭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술사들은 마술 쇼에서 마술 트릭을 쓴다. 마술 쇼라는 맥락 자체가 “자, 제가 온갖 눈속임으로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눈속임은 “정직한 속임수”다. 반면 자칭 초능력자들은 그것이 마술 트릭이 아니라 진짜 초능력이라고 우긴다. 이런 면에서 그들은 악질 사기꾼이다.

 

전문 마술사가 TV나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시라. 대부분의 일반인은 어떤 트릭을 쓰는지 전혀 감도 못 잡는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만약 그 전문 마술사가 진지하게 자신에게는 초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온갖 초능력을 보여준다고 해 보자. 이것이 유리 겔라와 그 중학생이 벌인 일이다. 쉽게 믿는 사람들은 그것이 트릭이 아니라 초능력이라고 믿어 버린다.

 

 

 

유리 겔라와 비슷한 자칭 초능력자들을 골탕 먹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문 마술사 앞에서 한 번 초능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면 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전문 마술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앞에서 초능력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유리 겔라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전문 마술사 앞에서 초능력을 보여주기를 거부했다.

 

 

 

이영돈 PD는 내가 위에서 이야기한 식으로 초능력자들의 진짜 실체를 까발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영돈 PD가 단지 머리가 나쁘거나 무식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또는 이미 초능력의 실체에 대해 내가 아는 정도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위해 일부러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영돈 PD의 머리 속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알 바도 아니다.

 

만약 이영돈 PD가 자칭 초능력자들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도 일부러 미신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이영돈 PD는 매우 부정직한 PD. 만약 이영돈 PD가 자칭 초능력자들의 실체를 모를 정도로 멍청하고 무식하다면 그런 사람을 PD로 뽑은 <채널A>라는 방송사에 문제가 있다. 적어도 <채널A>에서는 그렇게 멍청한 PD가 초능력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나는 특별히 <채널A>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중파나 케이블이나 미신을 부추기기는 다 똑 같다. 정도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이다. 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참조하여 미신을 일관성 있게 제대로 까발리는 방송사를 하나도 본 적이 없다.

 

 

 

<논리로 풀다>라는 제목 때문에 혹시나 제임스 랜디가 주도하여 만든 SBS <도전! 백만 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 만큼 괜찮은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보았는데 역시나 미신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었다.

 

이영돈 PD에게 부탁 하나만 하고 싶다. 제발 제목만이라도 <이영돈PD 미신으로 풀다>로 바꿔라.

 

 

 

이덕하

201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