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G20, 그리고 그 이후에 트럼프가 한국에 와서 김정은까지 만나고 가는 동안에 출장중에 있었습니다. 간간히 중간 내용들을 듣기는 했었는데, 낮에는 일이 바빴고 저녁에 남는 시간에는 쇼셜 -- 다른 말로는 밥먹고 술먹고 놀기 -- 하느라 정확하게 팔로우업을 못했습니다. ㅎㅎ

돌아와서 뭔 일이 생겼는지 정리 겸해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이 동영상입니다. 트럼프가 G20가 끝나고 한국을 가기 직전에 프레스 컨퍼런스 및 기자들과 G20 성과, 특히 대중무역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전체 동영상이네요. 한시간이 좀 넘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나름데로 재미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를 또라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그 즉흥적인 행동들은 대부분 상당히 일부러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이성적인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네요. 또 한편으로 그런 미치광이 같은 행동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내심 트럼프를 우습게 보았던 그 마인드 셋도 좀 바뀐 느낌이랄까.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하는 동영상을 보고 난 후의 저의 감상입니다.


(1) 트럼프는 연설 시작 부분에서 (또한 마무리에서도) 이제 끝나면 한국을 가는데, 김정은을 만날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느낀 것은 6월말의 전세계의 주인공은 트럼프 자신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김정은과 만나서 뭐를 합의를 했는지 저는 잘 이해가 안되는데,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주에 2020년 대선을 목표로 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제 1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는 것으로 미국내 이슈를 독점하여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제가 오전에 호텔에서 아침밥 먹으면서 NBC 뉴스에서 민주당 쪽 인사들이 나와서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논평하는 것을 몇개 보았는데, 한결같이 실제적인 "Denuclearization"에 관련된 합의나 진전이 없는 한 무의미한 만남일 뿐이다만 반복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내용들이 주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원한다면 김정은을 아무때나 불러내서 만날 수 있다라는 것을 실제로 현실화 시켰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원하면 김정은을 언제든지 불러내서 브로맨스를 찍을 수 있는 능력을 보면서 등꼴이 오싹했거나 또는 짜증이 났을겁니다. 현재까지 민주당 쪽에서는 했던 적이 없던 일이라는 것에 대한 그 상징성이 정권을 다시 찾아오기가 힘들 것 같다는 절망감같은 것을 주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저는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게 된다면 설사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 아니 더 크게 나가서는 대중 관계가 지금구도와 달라질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두번째로 아베나 시진핑에 대한 인물평을 하는 모습, 일본에 대한 인상평, 오사카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비즈니스맨 출신답다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띄워줄 때는 정말 은근한 척하면서도 확실하게 띄워준다는 느낌이랄까.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진실성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어요. 트럼프가 면전에서 협상을 잘 풀어 갈 수 있는 파워가 저런 수사법을 -- 특히 연설문따위를 참조하지 않고 저렇게 즉흥적으로 연기(?) --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네요. 

나중에 돌아설 때는 가차없이 돌아서는 그 냉혹함도 저런 수사법이 동반이 되어야 효과가 크겠다라는 생각이 들구요. 그렇게 당한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문재인한테 베풀어준 선심과 멘트에 문빠님들이 상당히 고무되어 있던데 그러다가 나중에 뒤통수 대차게 맞을 때가 올겁니다. 트럼프는 트럼프의 편이지 그 어느 나라의 편도 아니니까요. (물론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보수니 뭐니 하면서 트럼프에게 볼멘 소리를 하는 자한당쪽도 빙신같기는 매한가지입니다.)


(3) 중국 문제로 돌아가서 지금 상반기 주식 시장 결산 관련해서 지난 주말의 월스트리와 연관된 미국 주요 언론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된 상태입니다. 2019년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나스닥, S&P500, 다우존스등등이 지난 50년간 가장 상승률이 높다고 까지 주장합니다 (이번 상반기에만 대략 17% -- 20% 정도 성장). 이렇다면 월스트리트는 민주당의 자금줄인데, 이들은 현재 트럼프에 악감정이 없거나 그 악감정이 희석되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승무드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 필수이고, 이것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입니다. 트럼프는 G20에서 시진핑을 만나서 한 협상 내용을 가지고 이 변수에 대해서 걱정 마라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동안 무역마찰이 커져서 리스크가 커질 때 마다 중간 중간에 미국 시장'만'을 안정시키던 그 전형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G20에서 시진핑과 협상을 통해서 트럼프가 가장 먼저 얻어낸 것은 미국 식품과 농산물에 대한 대 중국 수출 장벽을 허문 것입니다. Almost immediately 농부들에게 이익이 갈 것, 최종적으로 무역전쟁이 끝나게 되면 이들에게 엄청난 이득이 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인 협약을 이끌어 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자기 재선에 유리한 집토끼를 잡는 행동중에 하나겠죠. 

그런데, 한편으로 반면에 중국에게 유리한 협상들, 예를 들면 관세라던지 아니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푸는 것에 관련된 협상들은 일시적 또는 "(협상의) 최종단계까지 가봐야 할 수 있겠다", 또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주지 않는 부품에 한정함" 정도로 말합니다. 실제적으로는 중국한테 별로 양보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인들의 특성상 협상결과를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한다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을 때 쓰는 방법입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해왔듯이 한동안 소강상태를 만들어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내 기업의 숨통을 풀어주고, 다시 때가 되면 또 건수를 잡아서 관세, 화웨이 규제건, 또는 특허관련된 문제들을 또 다시 꺼내들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올해 초에 이번 정부의 친중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면서 곁가지로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은 한쪽이 완전 백기를 들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한동안 (중국)주식은 꼴아 박다가 중간에 소강 상태가 오면 국뽕에 취했거나 시진핑에 취한 중국 투자가들은 이제 끝인갑다 하면서 주식시장에 돈을 더 넣을 것이고, 그러면 중국 주식은 잠시 다시 올라가겠지만, 그 돈을 서방 자본이 낼름 받아가는 -- 알비나님 표현처럼 short china식의  -- 싸이클이 계속 반복되면서 중국 내부 자본과 경제만 주저 앉는 씨나리오데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화웨이에 대해서는 공중분해 되던지, 아니면 실질적인 소유권이 미국이나 서방 자본이 될 때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제가 올초에 썼던 글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 http://theacro.com/zbxe/5422966 --  여기 댓글들에 화웨이에 대한 내용들이 있는데, 그때만해도 화웨이가 지금처럼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될 지 다들 전혀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불과 몇개월 전이지만 그때를 비추어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잠시 트럼트의 cheap talk이 만든 소강상태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 (2), (3)을 대략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 것은 민주당 경선을 처바르기 위한 대선 과시용이었고, 트럼프는 트럼프의 편이거나 미국만의  편이니 그 일거수 일투족이나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과대해석은 근물이며,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중무역전쟁은 지금까지 해왔던 양상처럼 다시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트럼프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