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51809


[세월호 참사 일주일 후 조선일보에 소방청 고위 관계자의 인터뷰가 실렸다. 당시 기자가 보내왔던 초고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고 첫날 도착한 해역에 뒤집힌 세월호 뱃머리가 보였다. '이미 다 끝났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밥이 없으면 3주, 물이 없으면 3일을 버티지만 공기가 없으면 3분이 한계다. 이미 3분이 지난 지 오래였다." 전문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솔직한 토로였지만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에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구조 책임자가 사고 첫날 "이미 끝났다"고 판단했다는 인터뷰가 나가면 당사자가 큰 곤경을 치를 게 뻔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는 표현으로 바꿔 기사를 출고했다.


인터뷰 속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구조는 과학이다. 과학으로 분석해서 사실대로 말해줘야 거짓말이 거짓말을 만들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초기 정부는 상황 파악도 못 하고 허둥댔다.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당장의 비난을 피하려고 눈속임하기에 바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자 얼치기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무책임한 주장이 구조 현장을 흔들었다. 세월호는 대통령 공격 소재가 됐다.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가리지 않았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재난 사고 대응을 과학 대신 정치로 바꿔 버렸다. 그래서인지 재난 사고, 특히 선박 침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 대통령이 보이는 반응에는 어떤 강박이 느껴진다. 전임자가 시달렸고 자신은 정치적 수혜를 누렸던 '대통령은 그때 무얼 했느냐'는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