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물론 아직도 알고리즘의 발전이 더 필요하고 갈 길이 멀기는 해보이지만 deep learning은 라이브러리화가 잘 되어 있어서 컴퓨터 사이언스 학부 2학년생들도 곧잘 다루는 것 같다. 뭔가 trial version과 같은 엉성함을 느끼게 하지만 상품화시켜서 출시해도 recall 당해서 회사를 말아먹게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물론, 회사 제품의 신뢰도에는 적잖은 흠이 가겠지만 말이다. 물론, 나에게 하라고 하면 나는 못한다. ㅜ.ㅜ;;;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술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윈도즈 귀신들이 리눅스로 와서는 맥을 못추는 것이나 vise versa와 같다.


사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가장 위대한 산물은 객체화 그리고 라이브러리화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deep learning은 그 성격 상 라이브러리화가 필수(소위 big data)이기 떄문에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 같다.


deep learning 분야의 발전은 마치, 인간 유전자지도가 밝혀지면서 유전공학의 급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응용분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해결된 과제보다는 해결될 과제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것과 같을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deep learning 분야는, 빌게이츠의 윈도즈 버전 OS들이 아트인 소프트웨어 분야를 노가다 수준으로 전락시켰다며 많은 천재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전업하게 만들었던 사태와 비슷한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사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big data를 제어하고 분석하는 tool만 제대로 갖추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런 시점에 도달한다면, 인문학의 최후의 과제라는 '시간에 대한 정의', 유전학의 최후의 과제라는 '노화에 대한 비밀' 그리고 딥러닝, 그러니까 AI에 인간의 감정을 트레이닝 시키는 것 등이 최후과제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물리학에서는 광속을 넘는 속도를 만들어내는게 최후의 과제일 것이다. (읽어본 논문에 의하면 겹친 평면을 쭉 펼치는데 그 펼쳐지면서 확장되는 속도는 광속을 넘는다고 한다. 마치 전선에서 전류의 흐름은 초당 2mm인데 스위치를 켜는 순간 불이 켜지는 것과 같은 논리)


먹고 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이해를 하려면 골이 빠개질 정도로 아프지만 이해를 하고 나면 이해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 또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최근에 제4차산업 관련 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면서(뭐, 내가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이명박 식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할 정도의 참여도인데) 항상 부딪치는 부분은 화학 분야이다. 내가 먼저 글에서 conceptual 분야에서 달려 은퇴를 해야겠다라는 투덜거림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런 투덜거림의 절반 이상의 몫은 화학관련 분야이다.


10여년이 넘었지만, 화학분야 국책과제를 두어건 수행했고 비록 심사과정에서 탈락했지만 화학분야 국책과제를 직접 기안 작성하여 제출할 정도로 화학분야의 이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완전 잘못된 것으로 화학분야만 만나면 부딪친다. 기술적 유리천장이라고나 할까? 

뭐, 화학분야의 결과물을 전자화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겠지만 그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면 아마도 현장에서 오동작을 할 것이고 그런 오동작 때문에 고생하는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엔지니어링을 하는 분야는 제4차산업혁명의 아주 일부분의 분야이지만 다른 분야를 쳐다보아도 제4차산업혁명의 핵심학과는 화학과인 것 같다. 아나로그를 디지탈로 바꾸고 또한 디지탈로 바꾸어진 것을 아나로그로 변환하는 기술이 전자/IT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왔듯, 화학과는 MAN-MACHINE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화학과 사람들은 참 cool하다. 교수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자신의 연구논문 업적 등을 위해 전자/IT와 같이 일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그 심리저반에는 '손님은 많고 선택은 우리가 한다'라는 것이 느껴져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뭐, 어디 전자/IT분야만이 화학과를 짝사랑할까? 의약부분도, 잘은 모르지만 화학과에 대한 짝사랑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현대물리학과의 현대수학에 대한 짝사랑만큼 할까? 위에 언급한 학문들 간의 co-work는 그래도 '누이좋고 매부 좋고'에서 더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지만 수학학자들은 물리학에 아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현대물리학자들에게는 수많은 물리학적 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현대수학에서 제공되는 개념들 중 상당부분을 필요로 한다고 하니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자/IT 학문이 화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고 그래서 화학분야는 전자/IT 분야에서 다룰 학문의 한분야에 불과했지만 지금 두 분야의 학문의 짝사랑 방향이 바뀐 것과는 달리 수학과와 물리학과의 짝사랑은 그 방향이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