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사실이 아닌것을 전하거나 왜곡하는 일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기자 또는 편집부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편향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외적인 요인에 따라 의도적인 왜곡을 하는 경우도 많은듯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한때는 BBC가 공정한 언론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BBC는 어떤 이유로 가능했었던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깊게 파고든것이 아니라 결론이라 말하긴 우습지만 제가 보기에 BBC는 BBC의 구성원들이 진실을 보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경우 그럭저럭 가능한 여건이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시청자/독자(그냥 독자라 칭하겠습니다), 언론사의 수장, 기자, 정부, 광고주 등등 언론 환경의 구성원 대다수가 언론은 진실을 전해야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구조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지금의 언론 상황은 너무나 당연한것이다(비록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특정언론사나 기자 개인들을 욕하는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것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제가 파악한 BBC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영국왕실에 의해 설립되었고 초창기에는 왕실이 수장(Director-General)을 임명했습니다. 초창기 수장들이 어떤사람들이였는지 자세하게 살펴본것은 아니지만 간략한 프로필들을 보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을만큼 개인적으로 파워가 있는 인물들이고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BBC가 진실을 보도하는것에 큰 역활을 할 수 있었을듯합니다.
일단 영국왕실이라는 존재는 정치권등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직접 뛰어들어 이권을 추구할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제3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직 재계나 정치인에 비해 이권보다는 진실을 추구할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그들도 인간이므로 당연히 100% 진실을 추구하지는 못하겠지만 현직 정부 관계자, 정치인 또는 재계 인물들의 경우 99%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움직인다는것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언론사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광고수익을 무시할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 기관이든 사기업이든 광고주라는 존재부터 자유로울수가 없고 결국 광고주들의 이권을 반영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BBC의 경우는 시청료 강제징수(약 26만원/연)로 이런점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또한 시청률/구독률은 광고수익에 직결되므로 독자/시청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독자들이 낚시성 기사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사실만을 원한다면 언론사들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독자들이 원하는것에 맞춰 사실만을 쓰겠지만 현실에선 각 언론사들의 특정 독자층의 입맛에 맞도록 왜곡된 관점으로 기사를 쓰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기사를 써야합니다.
물론 구독수나 광고수익에서 손해보더라도 독자 입맛보다는 기자, 편집부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도 있겠으나 비즈니스적으로 지속가능하기는 어렵겠지요.
BBC는 콘텐츠 판매와 시청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그외 세세한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BBC가 공정함에 신경을 쓰는 모습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했던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름 공정성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그 의지를 관철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장
외부적 이권(정치적, 경재적)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구조가 핵심인듯합니다.
2.의 조건은 영국의 경우 어찌어찌 가능했다해도 1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BBC라 해도 지속가능한 모델은 아닐듯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재벌이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회사를 정리하고 예전 관계들을 모두 끊어낸 후
비영리 재단을 세워 진실을 전하겠다는 목표로 언론사를 운영한다면 시도는 해볼수있겠으나 여러 여건상 BBC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본문내용과는 빗나간 내용이지만 언론이야기 하시니 마침 생각난 기사입니다. 미국언론은 보수/진보 성향이 명확하게 갈리는 것에 비해 프랑스언론은 정치성향에 의한 갈림은 없고 다원적이나 엘리트주류언론/비주류언론 이렇게 언론매체의 질적위계가 확연해서 전통적으로 위상이 높은 소수 주류 언론매체가 중심을 잡아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짜뉴스나 정치양극화에 대해 미국만큼이나 걱정할 일은 없고요.
프랑스는 엘리트 주류 언론매체 자체가 정치성향상으로는 다원적이고 예의 전통적인 권위로 담론을 주도하며 변방의 언론매체와는 다른 얘기를 하지만 바로 그 권위가 프랑스민주주의를 오히려 좀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를테면 '노란조끼운동'에 대해서 변방언론은 대중이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 위주로 전달한 반면 엘리트주류언론은 대중의 움직임(기사에서는 populist movement라고 표현, 우리나라에서는 포퓰리즘하면 부정적인데 그에 비해 좀 더 글자그대로 외면받는 대중의 운동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과 요구사항보다 이 운동이 마크롱정부나 공권력에 끼치는 영향 등 정치적 쟁점만 언급. 보도한 시점도 느렸습니다. 선동과 가짜뉴스를 경계하며 각만 잡다가 대중에 실재하는 저변민심과 소원해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음.. 그나마 경향이나 한국일보가 좀 편향성이 덜한 것 같고 나머지는 양극화가 심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너무 낮아요. 한계레는 정치편향이 심하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 보고 진보적인 아젠다가 많아서 싫지는 않은데 그래도 너무 편협해 보일 때가 자주 있어요. 기층민의 삶을 대변하는 면에서는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조선일보는 문화면이나 좋은 거 전해 듣지 아예 안 봄.
Albina 님의 댓글을 읽고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습니다.
우리가 제도를 모방하는 것은 어쩌면 할 수도 있습니다. KBS나 EBS가 광고에서 완전히 자유롭도록 시청료를 인상하고, 강제로 징수하도록 법을 개정할 수 있겠죠.
그러나 모방할 수 없고,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긍지를 가진 사람들,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언제쯤이나 되어야 실현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섣부르게 제도만 도입했다가, 시청료를 올렸다는 욕만 먹고, 공정한 언론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전에 제가 봤던 미국 드라마 [조안 오브 아카디아]에 보면, 신문사의 어느 한 부서에 팩트를 체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오빠가 하반신마비 장애인인데, 이 팩트 체크 일자리를 얻어서 열심히 검색도 하고 그러더군요. 신문사나 방송국에 이런 부서와 인력이 있다면, 그나마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규모를 키워서, 팩트 체크하는 공영 언론을 하나 따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유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