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은 창작자가 예술품 곳곳에 숨겨놓은 열쇄, 그러니까 자신의 예술품을 이해하기 위한 열쇄를 관람자 또는 독자에게 찾기를 원하는 술래잡기라고 한다. 물론, 나같은 경우에는 창작자가 숨겨놓은 열쇄를 찾을 의도가 전혀 없어서(찾아서 뭐하게?) 현대예술(주로 1990년대 이후) 특히 꼴같지도 않게 의식화라는 MSG만 잔뜩 주입한 한국 영화나 한국 소설책들은 거들떠도 안보지만. (뭐, 그래도 DVD나 책들을 사다 쟁여놓기는 했다.)


이런 창작자와 관람자 또는 독자와의 술래잡기의 여파가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초성 대화에 슴겨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만이 아는 초성표현 또는 대화는 무언가 은밀한 느낌(?)까지 주니까. 그런데 알파벳 문화권에서도 이런 초성대화, 그러니까 단어의 첫번째 스펠링 놀이가 있던가? 예를 들어 'dykwias?' 같은거 말이지. 확실한 것은 중국 한자로는 초성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중국어는 같은 한자발음이라도 4성에 의하여 액센트에 의하여 뜻이 달라지니까 '같은 한자발음'인 다른 한자를 섞어 놀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초성대화를 보고 문득 생각이 들어 한마디.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