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가물하지만 중고등학교 생물학 시간에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는 계통 발생설을 배웠다.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설'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된 것 같은데 오늘 찾아보니 1800년대 중후반에 독일 의사 헤켈이 주창한 것이었고, 당시에도 과학자들이 그렇지 않다고 상당히 반발했지만 여튼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당시 미국 하버드대 동물 형태학자가 이미 그건 한 개체의 배아 가지고 약간만 모양을 달리해서 근거 그림들을 조작한 것이라고 메모해 둔 게 있고 1970년대 즈음에 이미 짜가로 판명된 것이라고. 그런데도 아직 교과서에도 신빙성 있는(?) 설로 등장하는 모양이라 그거 좀 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고 외치는 학자들이 꽤 있다.

하긴 뭐 내가 철썩 같이 사실로 알고 있는 것 중에도 저런 류에 속하는 짜가들이 어디 한둘일까만.

인간으로 치면 개체 발생은 수정란에서 분만 직전의 태아가 되기까지의 과정이고 이 분야를 다루는 학문이 인간 발생학.
분만을 거쳐 최초 허파 호흡을 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신체적/정신적/행동학적 변화 추이를 다룬 학문이 인간 발달학.

이따금 '개체 발달은 계통 발달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개인차야 있지만 발달 과정에서 개인은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가 발달해왔던 과정을 압축하여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여기서는 물론 신체적 발달(형태학)은 제외하고 정신이나 행동 양식, 사유 능력, 문화 그런 부분에서의 발달 과정을 말한다.

근거? 그런 것은 전혀 없다.
그냥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개인적인 착상이 유일한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