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남한에서 사용하는 학술 용어중 한의학과 같이 지나로부터 전래된 구학문 용어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근대 일본의 학자들이 서양 문물을 수입하면서 한자의 조어력을 이용하여 만든 신어들이다.  

  개중에는 고대 지나에서의 용례가 있으되, 번역어로서 새로운  어의가 부여된 경우도 있다. "민족"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 단어는 5세기경 지나 남북조 시대때 용례가 있으나, 현대의 극동 삼국에서 "민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면 영어/불어 단어 nation을 떠나서 논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나폴레옹 이래의 "국민족속"의 준말이다.

  일본 학자들이 서양 어휘를 번역하면서 가급적 동음이의어를 피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그 한자들의 한국어 발음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수학에서 '상한'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가 있다.
上限 じょうげん shàngxiàn
象限 しょうげん xiàngxiàn
보다시피 일본어나 지나어로는 발음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 남한 수학자들이 quadrant의 역어로 '사분면'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1상한, 2상한, 3상한, 4상한이라고 불렀다.

  사회 과학에서 '가처분'에는 두 가지가 있다.
假處分 かりしょぶん jiachǔfèn
可處分 かしょぶん kěchǔfèn
위의  가처분을 지나에서는 임시처리/잠시처리라고 쓰므로 아예 다른 어구이고, 남한에서는 아래 가처분을 요즘 '처분가능'으로 바꾸어 쓴다.

  자연 과학에서는 '정상'이 두 가지이다.
正常 せいじょう zhèngcháng
定常 ていじょう dìngcháng
이 두 단어가 중세 한국어로는 각각 '졍샹'과 '뎡샹'으로 구별 가능했었으나, 서울 방언의 [경]구개음화 현상때문에 지금은 둘 다 '정상'이 되어 버렸다. 

  正常 = 正當 + 定常 이므로, 둘 사이에는 포함 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여하튼 소리가 하나이므로 혼동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조만간 영어의 stationary의 한국어 역어를 定常에서 다른 무언가로 바꾸어야 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라틴어 statio가 섬, 세움, 머묾의 뚯이므로, 立常이나 駐常 정도가 적당할 거라고 예측하는데(止常은 동음이의어가 많아서 탈락),  국어학자들이 손쉽게 이해될 용어를 만들거나 찾아낸다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