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만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연좌제는 부정됩니다. 아버지의 죄를 아들이 책임질 이유가 없고, 딸의 죄를 어머니가 책임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 기준이 타당한 것인지는 확고하지 않으며, 따로 토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중잣대를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중잣대를 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판단이 헷갈리거나 애매한 사안들이 간혹 나옵니다. 예를 들면,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봐야 할 것인지 여부가 참 헷갈립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안중근 의사는 그냥 테러리스트 중의 한 명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이 테러리스트를 찬양해야 할 판입니다. 설마 착한 테러, 나쁜 테러라는 기준이 추가로 있는 것일까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면, 밖에 나가면 시민들이 몰매를 놓으려고 하겠죠? 그래서 저는 공공연하게 이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습니다.)


저는 박정희를 무지 미워합니다. 김일성, 이승만, 박정희 .... 이런 순으로 미워하죠.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나 박지만에게 박정희가 저지른 잘못과 범죄에 대해서 책임을 지우지는 않습니다. 박정희가 저지른 잘못은 박정희가 온전히 책임질 일입니다.


저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의 딸이라서 책임을 지우자는 게 아닙니다. 지 애비의 반역과 독재를 부인하는 것을 비판하고 비난합니다. 그래서 이런 썩어빠진 사고방식을 가진 애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무능하다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만...)


박지만이 마약전과가 7범인가 그렇습니다. 박지만이 거듭 마약범죄를 저질렀지만, 이건 박지만이 책임질 일입니다. 박지만이 마약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박근혜에게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그만둬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외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들 남경필을 조롱하고 비난할 때, 저는 남경필에 대해서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아들의 잘못을 아버지가 책임질 이유가 없죠. 하루종일 옆에 끼고 사는 것도 아니고, 남경필이 아들을 로봇으로 조작하는 것도 아니니까 통제가 애초에 불가능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경필더러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라거나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거나 하는 말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애들이 뻘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의 경우 대선후보 당내경선에서 전과 17범인지 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4범인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기업인으로서 수시로 받은 벌이 그렇다는 것을 두고, 계란에서 뼈를 찾는다는 식으로 시비를 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범죄로 처벌을 받아도, 이렇게 참작할 만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걸 두고 대통령을 사퇴하라 마라 시비를 거는 것은 남들은 하더라도 저는 하지 않는 일입니다.


유시춘의 아들이 마약밀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를 빌미로 유시춘을 EBS 이사장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걸까요? 유시춘이 사퇴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녀가 EBS 이사장으로 있으면, EBS가 마약범죄를 옹호하거나 부추기기라도 하나요??


 백 번 양보해서, 이번에 유시춘더러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합시다. 그럼 앞으로 이 기준을 다른 모든 공직자에게도 적용해야 마땅합니다. 내로남불로 이중잣대를 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렇게 동일 잣대로 재겠다는 사람만이 유시춘의 사퇴를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