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부동(五獸不動)이라는 성어가 있다. 한 방안에 코끼리, 쥐, 고양이, 개, 범이 함께 있으면 순환 극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다섯 마리의 짐승이 모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코끼리는 쥐가 귓속으로 기어 들어가 골을 파먹을까 두려워한다.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 함은 당연한 것이고, 고양이가 개를 무서워하는지는 좀 불확실하지만(메인 쿤은 10 kg, 치와와나 욬셔 테리어, 미니어쳐 핀셔의 경우 3 kg 남짓)  일반적으로 그렇다 치고, 개가 범을 무서워 함도 당연한 것이고, 범이 코끼리를 무서워하는지도 약간 미심쩍지만 두려워하기는 할 거라고 본다. 공포(恐怖, 두려워할 공, 무서워할 포)를 극복한 존재이려면 불환과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하므로, 범이라 하여 자기 체중의 이삼십 배가 너끈히 나갈 코끼리가 만만하겠는가.

  현 동북 아시아의 정세를 보면 이 오수부동이 연상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이라는 코끼리가 북한이라는 쥐새끼가 날뛸까봐 두려워하고 있는데, 북한이라는 쥐새끼는 남한이라는 고양이의 한드의 매력에 인민들이 녹아내릴까봐 두려워하고, 남한이라는 고양이는 일본이라는 개가 독도로라도 쳐들어 올까봐 전전긍긍하는 듯이 보이고, 일본이라는 개는 공산 지나라는 범을 장차 어떻게 대적하여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고, 공산 지나는 미국이라는 코끼리를 이 방에서 내보낼 방법이 과연 없는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인 듯 싶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 다른 점도 있다. 코끼리는 자기 귀와 골이 쥐에게 파여 먹힐까 두려워하지만, 미국이 설마 자기 땅 본토가 북한 원자탄/수소탄에 의해 공격받을 것을 두려워하겠는가? 그저 미국의 준자치령인 일본과 준보호령인 남한이 보복 공격 당할까봐 북한이 날뜀을 그동안 지켜 보고만 있었음인데, 만일 정은이가 다시 핵실험이든 대륙간 탄도탄 실험이든 감행한다면, 재인이 치하의 남한이야 이미 눈밖에 났고  아베 치하의 일본 하나가 걱정일 터이니, 아베만 O.K.하면 북한에 대한 침공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쥐새끼가 쥐벼룩을 키우고 있고, 쥐벼룩이 치명적인 페스트균(Y. pestis)을 갖고 있으므로, 이 경우 침공이란 전격적 섬멸전의 양상을  띄리라 예상한다.

  물론 손 안 대고 코푸는 게 최상이므로, 정은이가 하노이 회담 실패 책임을 뒤집어 씌워 김영철을 숙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김영철을 포섭하여 선제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사주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시도함이 먼저일 거라고 본다. 소국의 사신이 적성 대국을 방문할 때 포섭 순위 1번이 됨은 당연한 노릇이므로, 그런 공작이 분명 있었으리라고 보며 성공 여부는 지켜 볼 일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재인이가 미국편에 서기는커녕 도리어 북한편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미국이 경제 봉쇄를 조금치라도 해제하면, 그곳을 '침투구'로 삼아 북한이 미국의 부저추신(釜底抽薪) 계책을 쉽게 돌파하리라는 뻔한 예상을 불러 일으킨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과자 봉지나 라면 봉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거기에 찢을 칼집이 단 한 군데라도 있으면 거기서부터 봉지를 잡아 찢어내기란 여반장이다. 만일 칼집이 단 한 군데도 없다면 과자 봉지 하나 찢기도 맨손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전투 지역 선단(front end of battle area, FEBA) 유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다른 보기를 들자면 캠핑용 공기 베개에 아무리 작은 바늘 구멍이라도 그게 만일 있다면, 잠자기 시작이야 가능하겠지만 결국 오밤중에 깨듯이, 봉쇄 작전이란 그 물 샐 틈없는 integrity가 유지되지 않으면 쓸모 없는 헛수고가 되게 마련이다.

  재인이가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고 북한 경제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자기 때문에 정은이만 죽어나게 생긴 것을 모르고 미북 재협상을 못하게 대못질을 함이라는 해석이 있다. 만일 남한 정권이 미국에 협조적이라면, 미국은 언제든지 개성이든 금강산이든 철수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 딜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 반대라면 단계적 딜은 고려 불가이다. 미국이 혹시나 하는 기대조차 버리고 이제는 확신을 갖고 대북압박을 더 강화하겠다는 마당에  재인이 정권이 온존한 상태에서 미국이 다시 단계적 접근법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정은이가 포괄적 해결, 즉 CVID를 [말로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다시 대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은이에게는 이제 막차가 떠난 것 아닌가 싶다. 만일 일이 결국 이리 끝난다면 재인이의 별명 문재앙이란 실로 "정은이에 대한 재앙"이었다는 뜻이 될 터이다.

  나중에 혹시 재인이가 "저의 그간의 친북/종북 정책이 실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극비 협의 끝에 김정은을 사지로 모는 동시에 보복 공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장 투항 작전'이었음을 공개합니다."라는 커밍 아웉이라도 있을지... 만일 그런 것이었다면 병법 36계중 상옥추제(上屋抽梯)와 고육계(苦肉計)의 연환계(連環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마 아닐 거야.)


추가: 재인이를 보면 임진왜란 때의 심유경이 연상된다. 심유경의 최후가 뭐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