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賢者)란 현명한 놈이라는 뜻이다.  최근 본회원을 지칭하여 '현자'라고 한 회원이 있었는데, 글의 내용으로 보아 진정성이 전혀 없는 희롱성 지칭으로 보인다. 본회원은 스스로를 현자라고 여기지 않으므로 뭐라고 비아냥거리든지 별 상관없다.  그러나 여하튼 이 기회에 현명(賢明)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계기를 마련해 준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현명(賢明)은 여자적으로는 어질 현, 밝을 명이다. 

  어질 현을 파자하면 굳을 간과 조개 패가 되니, 원래 재난때 자기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구휼해 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재난때 재물 갖고 있어 봤자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 넘을 사람 없다"는 조선 속담대로 약탈 당할 터이니 먼저 선수쳐서 재산을 푸는 지혜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서 "[강간을] 피할 수 없거든 즐겨라"라는 주장까지 현(賢)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밝을 명을 파자하면 날 일과 달 월이니, 해와 달이 밝음은 당연한 것이나, 특히 여기서의 의미는  눈 밝을 명이다. 총명(聰明)이 귀 밝을 총, 눈 밝을 명임을 보면 짐작 가능하다.

  그러므로 현명이란 "밝은 눈을 가지고 결핍된 사람을 찾아내어 자발적으로 자기 재산으로 도움"을 뜻할 터이다. 단, 「논어」 학이편에 등장하는 "현현역색(賢賢易色)"이라는 귀절에서 보듯이 현(賢)은 명사뿐 아니라 동사로 쓰이기도 한다. (※ 이 귀절에 대한 주희의 해석은 매우 이상야릇하여 실소를 불러 일으키지만 각설한다.)

  고대의 재산이란 곧 재물이었으나, 현대에는 지적 재산권이라는 말이 유행하듯이 무형적 재산, 지식 정보도 중시된다. 본회원이 여기 쓰는 글들이 과연 재산상의 가치가 있겠는가? 별로 그럴 법 하지 않다. 그러니 역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현자' 운운이란 반어법에 불과한 아무 말 소잔치인 셈이겠다.

  현명과는 다른 뉘앙스로서 좀더 포괄적으로 흔히 "머리가 좋다"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은 대유법으로서 "머리속에 든 뇌가 좋다"는 말을 이리 쓴 것이다. 뇌가 좋다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근대 이래로 여러 학자들이 지능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이론을 전개하였고, 그중에는 몹시 정치하여 무슨 힐베르트 공간 수학을 연상시키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들을 최대한도로 단순하게 환원하면 머리가 좋다는 것은 결국 다음 세 가지중 하나 혹은 그것들의 조합을 가리킴이라 여겨진다. (본회원이 삼차원 생물이어서인지 삼차원이 편하다.)

1. 빨리 앎
2. 많이 앎
3. 옳이 앎

1. 빨리 앎: 이것은 CPU 가 빨리 동작한다는 말이겠다
2. 많이 앎: 이것은 HD/SSD 크기가 크다는 말이겠다
3. 옳이 앎: 이것은 RAM 크기가 크다는 말이겠다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에 벅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느 정도 벅이 있더라도 작업 메모리가 충분하다면 stack overflow같은 에러는 피할 수 있으니 옳이 앎은 작업 메모리의 크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syntax error같은 초보적인 벅은 이미 걸러졌다는 가정하에.

  위 세 가지는 각각 공자의 益者三友(友直→빨리, 友諒→옳이, 友多聞→많이)중 하나씩을 연상시킨다. 따져보면 세 가지중 중요도가 일반적으로 빨리 < 많이 < 옳이 이겠고,  현명이란 이 세 가지중 특히 "옳이 앎"에 중점을 둔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옳이 알아야만 글리 말하거나 글리 행동할 가능성이 줄어들 터이므로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중요도의 순서가 변경될 수도 있으니, <보고 요령>, <보고 지침>등에 흔히 나오는 주의 사항이다.

1. 최초 보고: 빨리
2. 중간 보고: 많이
3. 최종 보고: 옳이

  그런즉  5.18 광주 항쟁 사건이나 세월호 침몰 사건의 "최종 보고서"는 대관절 언제 나오는 것인가? 헬리콥터 기총 소사 정도라면 피의 강이 흘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건 뭐 트로츠키의 "영구 혁명"도 아니고...  6.25 남침의 "최종 보고서"가 나온 연후에나 나올 수 있음일지 모르겠다.

20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