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이대 강연문제로 시끄럽군요. 그런데 진화심리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을 듯한데.. 설마 진화심리학 입장에서 호주제와 여성의 혼외정사욕구를 이야기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무식하다고 해도.... 사실 복거일은 무식한 인간은 아니라는 평이 대세일텐데... 그러나 복거일의 도덕성은 예전부터 의심스러웠죠. 고종석이 아무리 쉴드 쳐 주려고 해도, 복거일은 상당히 미심쩍은 인물입니다.

<4의 규칙>이라는 책의 서평을 책도 읽지 않고 썼더군요. <4의 규칙> 비평내용 두개를 올려봅니다.


[책] 4의 규칙, 이건 스캔들이야!!!!!!

알렉산드리아도서관 | 2005-11-2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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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규칙 : 출판 스캔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작과정, 마케팅 과정이야 말로 더 끔찍한 사건이다.


전에 이 책의 1권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훌륭한 책이 번역 때문에 엉망이 되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말은 맞는 말이지만 이 책과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이 책은 번역도 엉망이지만 원본 역시 별로 볼 것 없다.


대학생이 자의식에 가득차서 자신의 현학을 뽐내보고 싶은 마음에 어려운 소재를 택해서 제법 글재주를 부려 끄적여 본 책. 그것이 이 책의 전부다.


그리고 번역자는 이 책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정성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내용을 삭제하고 오역하고 고유명사 표기를 멋대로 바꾸어가며 안그래도 재미없는 책의 재미를 더욱 떨어뜨린다.


가장 웃기는 것은 이 책의 서평들이다.


[The New York Times 리뷰의 자넷 매슬린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이 정말로 뛰어난 이유는, 미스터리를 헤쳐 나가는 과정이 대단히 정확하고 명징한데도 불구하고 과장과 상상력의 범주 또한 이야기 속에 정교하게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콧 피츠제랄드와 움베르토 에코, 댄 브라운이 힘을 합쳐 소설을 쓴다면 '4의 규칙'이 나올 것이다. 놀라우리만치 훌륭한 작품이다. 반드시 읽을 것을 추천한다.

- 넬슨 데밀, '오지'와 장군의 딸'의 저자]


어떤 블로거의 말대로 저 넬슨 데밀이라는 작자를 만나면 한대 심하게 때려주고 싶다. 어떤 블로거는 피츠제랄드나 움베르토 에코가 들으면 기절 초풍할 노릇이고 댄 브라운은 명예훼손소송을 걸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젤 웃기는 서평은 복거일의 서평이다.


중앙일보 9월 25일자에 실린 서평의 일부를 보자

[4의 규칙』이 역사추리 소설의 특질을 짙게 띠었지만, 독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이 본질적으로 성장 소설이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젊은 대학생이고 그들은 신비스러운 르네상스 시대 저작이 만든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각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실제로 연구한 대학생은 끝내 불에 타서 죽고, 화자를 포함한 나머지 세 대학생도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경험을 통해서 원숙해지고 졸업한 뒤에 각기 자기 길을 잘 걸어간다.]


웃기고 계신다. 복거일씨는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거나 다른 서평을 보고 멋대로 서평을 쓴 것에 틀림없다.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직접연구한 대학생 폴은 불에 타죽지 않았다. 다만 실종되었을 뿐이고 나중에 주인공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복거일, 이젠 아주 사기를 치는구나.


미스테리는 따로 놀고 서스펜스는 아무데도 없으며 번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인 책, 그러면서 도대체 희한한 재주로 온갖 화려한 서평만은 가득 담아서 엄청나게 팔아먹은 책. 그게 이 책의 정체다. 다빈치 코드는 최소한 헐리우드식 재미나 제공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자의식과잉 탓에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자신들의 대학생활과 현학적인 묘사만 가득하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는 것은 악몽이다.

더 끔찍한 악몽은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다는 것이다.


P.S. <다빈치 코드>는 사무실에서 사줘서 읽었지만 이 책은 내 돈주고 사서 읽었다....... 너무 끔찍해서 비슷한 류의 책들<성수의결사단>, <단테 클럽> 등등에 대한 미련도 싹 버려 버렸다.


P.S.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처럼 풀리지 않는 고문서 중 또 유명한 것은 <보니히 고문서>다. 미국의 윌프레드 보니히가 구입한 이 고문서는 이탈리의 프라스카티에 있는 몬드라곤의 예수회 수도원의 낡은 상자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204페이지고 원래 28페이지가 더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이 책안에는 1666년 8월 19일에 프라하 대학의 학장 마르쿠스 마르티가 예수회의 아타나시우스 키르처에게 보내는 편지가 붙여져 있다.

아무튼 이 책은 다양한 식물과 별자리 그림이 있는데 식물그림은 현재 있는 식물이 아니었고 언어는 라틴어인지, 중세영어인지, 오크(중세 프랑스남부지망 언어)인지 조차 판별 불가능. 
이책 역시 20세기 초반에 윌리엄 뉴볼드라는 펜실베니아대학의 교수가 암호해독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4의 규칙에 쓰인 것 처럼 commuto라는 라틴어를 키워드로 하여 암호를 해독했다고 한다. 4의 규칙에 나오는 암호해독은 대부분 뉴볼드의 암호해독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볼드의 해석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당시부터 재기 되었고 지금은 거의 부정되는 형국. 다양한 이견들이 있지만 역시 결정적인 해독은 아직 없다. 현재 이 책은 예일대학에 기증되어 해독을 기다리고 있다.

4의 규칙에 질려버린 김에 보니히 고문서로 이런 사기 추리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그럼 복거일은 또 읽어보지도 않고 주례사 서평을 중앙일보에 실어 줄까?


[책] 4의 규칙

알렉산드리아도서관 | 2005-11-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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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예전에 신비주의 공부를 하면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의 책 몇 권이 있는데 그중 한권이라고 하더군요.

이 책의 내용은 신비주의자의 언어, 즉 녹색언어, 혹은 새의말로 쓰여진 것이라서 그 내용은 신비주의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많은 신비주의 비밀결사에서는 이미 이 책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책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덥썩 [4의 규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1권을 다 읽었습니다.......


결론은.....ㅠ.ㅠ


도대체 무슨 이런 번역이 다 있단 말입니까. 이건 의역도 아니고.... 그냥 불성실한 번역일 뿐입니다. 의역을 할려면 매끄럽기나 해야지... 그냥 목구멍에 꺽꺽 걸리는 것처럼 도대체 거슬려서 읽을 수가 없네요.


너무 답답해서 인터넷에서 원본을 구해서 대조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원본을 보니, 세상에 멋대로 내용을 빼먹고 있더군요.

좋아요, 중요하지 않은 내용-예컨대 성금요일의 전통을 소개하는 p169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에 대한 원본의 디테일들-을 빼는 것은 좋다 이겁니다. 원작자는 싫어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히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아래 내용을 한번 보세요.


[이제 성금요일의 설교는 인문대학 교수의 강연으로 대체되었고, 강연에서는 하나님보다 더 적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지옥이다]


도대체 이렇게 어색한 문장을 작가가(그래도 작가인데!) 쓸리가 없잖아요.

원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The Good Friday sermon is now nothing more than a lecture delivered by a member of the humanities faculty; the only thing mentioned less often than God in the lecture is hell.]


대략 원서를 보니 프린스턴대학에서 성금요일의 설교전통을 조나단 에드워즈가 시작했는데 현대에와서 '현대적 맥락'에서 이것이 강의로 바뀌었다... 그런데 조나단 에드워즈는 무덤에서 봄만오면 돌아누울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 나오면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번역자는 이 모든 구절을 싹 삭제해 버립니다.


위 문장도 매끄럽게 번역하면

[성금요일의 설교는 이제 인문대학의 교수단 중 누군가가 실시하는 강의일 따름이다. 그러니 강의에서 하나님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옥보다야 좀 나은 형편이겠지만.]


뭐 이정도 되겠네요.


이밖에도 오역이 정말 많네요. 캐릭터의 심리적 흐름을 드러내는 맥락은 거의 살리지도 못합니다.


[The elevator discharges us on the main floor of the museum. Paul guides me across it, ignoring the paintings he’s pointed out to me a dozen times before?the vast Rubens with its dark-browed Jupiter,the unfinishedDeath of Socrateswith the old philosopher reaching for his cup of hemlock. Only when we pass the paintings Curry brought for the trustees’ exhibit do Paul’s eyes wander.]


이 문장을


[엘리베이에서 내리자 박물관 중앙 홀이 나왔다. 폴은 전에 뎔두번도 넘게 가리켜 보이던 그림들을 무시하고 홀을 가로질러 갔다. 그림 가운데에는 루벤스가 그린 눈썹이 검은 쥬피터 그림과 독당근이 든 잔을 향해 손을 뻗는 그림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의 미완성 그림도 있었다. 리처드가 위탁자들을 위한 전시를 위해 가져온 그림들을 지나쳐 가면서 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번역합니다.


지금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그 수수께끼의 일부를 풀기 위해 박물관으로 간 폴은 마음이 급해서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중이지만, 리처드 커리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 가져온 그림에 이르러서는 폴의 눈동자가 그쪽을 향해 흔들렸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중입니다. 폴이 그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라고 마치 길을 찾는 것 처럼 묘사해 버리는군요. 자기가 일하던 박물관에 와서 왜 두리번 거린단 말입니까....ㅠ.ㅠ 길 찾는 것도 아니고.


오역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서 원서를 모니터에 띄워두고 의심스러울 때마다 비교하면서 읽자니 진도가 안나갑니다.


좋은 책을 번역이 망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 책은 좀 심하군요.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와 [4의 규칙]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포스팅 할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제 2권까지 다 읽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