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용어의 문제. 좀 잘 아시는 분들은 예타, 예타 이런 말 써가면서 논리를 펼치십니다만, 일반에 문제를 제기 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풀어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혹은 예비 타당성 면제라고 이야기 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몇글자 줄이지도 못할뿐더러, 이런 줄임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일종의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헤드라인에 "예타 면제 예산" 이런 식으로 써있으면 그게 뭔지 모르겠는걸 하고 넘어갑니다. 반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예산"이라고 풀어 써주면 그냥 제목만 봐도 문제점이 뭔지 눈에 확들어옵니다.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가 문제일때 모든 언론이 "삼성 바이오"라는 표현대신 "삼바"라고 줄여서 써 주었던 것 처럼 말입니다.


(2) 이번 예비타당성 면제 예산안은 너무나 뻔하고 기가 차기 때문에 다들 할말이 없을 줄 알았읍니다. 그걸 어떻게든 프레임을 전환시켜서 "모든 토목 공사가 나쁜게 아니다." 라느니, "수십년 숙원 사원이다", "서울 놈들이 지방 인프라 건설을 막아서 말려죽이려고 한다."라느니 하면서 논점을 전환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찰 뿐입니다. 

SOC 사업, 대규모 토목 공사, 경기부양 패키지. 누가 하지 말란 소리 안했습니다. 지방 균형 발전, 지방 인프라 건설 다 마찬가지 입니다. 경제 활성화랑 지방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잘 선정해서, 과감하게라도 투자할건 해야하겠지요. 그게 국가 운영을 위한 리더쉽 아니겠습니까.

(2-B) 그런데 말입니다.

거기에도 절차라는게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이런식으로 국가 균형 발전, 경기 부양을 목표로 국가가 벌이는 사업이 낭비 되는 요소를 줄이자고 있는 제도가, 이게 과연 할만한건지 아니면 누가 봐도 명백한 돈낭비인지 아닌지 한번 따져보고 시행하자는게 예비 타당성 조사입니다. 처음에는 비용대비 편익 (Benefit / Cost) 등 경제성만을 보다가 2003년 부터 종합평가로 바뀌어서 국가 균형발전, 사업의 시급성등의 요소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더라도, 좀 어이없는 결과가 나와서 사업이 진행되어 예산 낭비가 실행되기도 합니다. 경인운하(아라뱃길)가 그 좋은 예 일 것입니다. (관련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04/2010080400141.html)

근데 갑자기 뭐가 그리 급한지 심지어 이거 마저 안하겠다고 하면서 각지방의 여러 사업을 일괄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시켜주고 올해 갑자기 하겠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그렇게 이런 사업 죄악시 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내수 활성화에 올인 하는 듯 하더니, 올해는 뭐가 그렇게 갑자기 급해져서 무리수를 두는 것 입니까? 지지율 떨어지고 분위기 나빠지는 듯 하니까 내년 총선을 위해 돈을 퍼부어야겠다나 보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습니다. 

(2-C) 급하면 해야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뭐가 나쁜가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죄악시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5년간 22조)이 바로 억지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 시킨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다들 기억하시는 것 처럼 우리 가카 께서는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가지고 나오셨었습니다. 근데 이거 실제로 하려니까 비용대비 편익이 택도 없다는 건 금방 밝혀졌습니다. 근데 우리 꼼꼼하고 실용적인 가카께서는 대운하는 어짜피 구색이었고, 중요한건 공사하는 거였기 때문에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4대강 "치수" 사업. 그걸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 조항"을 개정해서 -- 재해 예방 사업의 경우에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 하도록 함 --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하고 밀어 붙이신거 아니겠습니까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359499.html )

지금 4대강 조사 평가 위원장 하던 홍종호 교수가 정부 발표에 멘붕와서 "계속해야 하나 괴리감 느껴" 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291358001&code=940100 )


(2-D) 이명박의 4대강 예비 타당성 문제는 강바닥 긁기라서 문제고, 문재인은 인프라 개발이니까 상관 없다? 제목으로도 써먹었지만, 그럼 이명박이 대운하를 만들었으면 그것도 인프라니까 찬성했을 거라는 말입니까?

당연 택도 없는 돈낭비니까 반대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게 택도 없는 돈낭빈지 아닌지 한번 보자는게 예비 타당성 조사 아닙니까. 

"지방 인프라 건설을 방해하지 말아라, 이 서울 독재자 놈들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한 SOC 인프라 건설 사업 합시다. 

예비 타당성 조사 한 다음에 말입니다.

일년에 비행기 수십번도 안다니는 빈 공항을 같은거는 다들 고개를 젓지 않습니까? 아니면 일본 잃어버린 10년시절, 아무도 안가는 산꼭대기 까지 굽이굽이 아스팔트길을 깔아두었더니, 양아치들이 두부배달 자동차들 끌고 와서 드리프트 레이싱을 하던 만화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운 것입니까? 


(2-E) 모든 SOC 개발 사업이 죄악이 아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이런 사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사실 지금 비아냥소리를 듣는건 자업 자득입니다. 자기들이 기존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개발 사업들을 죄악시 했었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 6일, 후보자토론회) : 국민 세금을 땅 파는 토목공사가 아닌 국민 일자리 만드는 데 최우선으로 사용하겠습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117503

[문재인 / 당시 대선 후보 (2017년 4월 12일)]
“재정자금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쓰일 것입니다. SOC에 집중 투자했던 과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습니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9/2019012990121.html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SOC 개발 사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내년 총선용으로 돈뿌려야한다는 절박함이 아니라면,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낭비의 요소를 줄이도록 합시다.

급하게 졸속으로 진행해봤자 1주일만에 기업들 준비시켜서 사진한번 찍고 끝난 동대문 CES (네이밍 하고는, 압구정 로데오 뭐 이런 느낌?) 같은 결과 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만약의 지금 당장 큰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되는 급박한 경제 상황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일단 정부가 반성하고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뭐해서 경제를 "긴급 부양책. 묻지마 따지지마 돈살포"가 필요한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말입니다. 일자리 예선 85조는 어떻게 된건지 말입니다. 


(3) 사족. 공시지가. 

한가지만 살짝 더 짚고 가고 싶습니다. 

올해 초 정부 주도로 "공시지가 현실화" 라며 공시지가를 확 올려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보수언론과 국토부는 세금 폭탄 이야기로 한번 싸우고 지나갔습니다만...

전 당시에도 살짝 다른 생각이 들었고, 이시점에서 조금 그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번 예산 타당성 면제 사업등으로 올해 또다시 역대급 토지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토지 보상금은 보통 공시지가 + 알파로 정해집니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는 중이니까 이번에는 '알파'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너무 낙관적이고 순진한 거 아닐까 합니다.

손혜원 의원의 예를 볼때 이미 중요한 부분은 정보를 미리 알고 계시는 분들, 혹은 그런 정보를 만들어 내시는 분들이 이미 다 소유하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올라간 공시지가 만큼 보상받을 돈도 늘어났을 거라는 생각이 살짝 들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