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당대의 잠언(箴言)이 있다.

"내로남불"

그렇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등장할 때에는 주로 상대방, 상대 진영에 대한 비아냥의 일환이지만, 나는 이 경구가 지구인들의 불완전함을 웅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델포이 신전벽에 새겨져 있는 "너 자신을 알라."에 필적하면서, 또한 일맥상통하는 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내가 잘 아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학교 동기이자,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이들 부부가  마침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남을 계기로 기존 파출부를 해고하고 직접  가사 일을 하게 되었다. 시작할 당시에는 서로 임무를 나누어 "이건 누가, 저건 누가..." 이런 식으로 정해 놓았었으나, 하다 보니 그렇게는 안 되었고, 파레토 최적처럼 업무 분담이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날 이 부부가 가사 노동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는데, 서로 경악할 만한 내용이 되어 버렸다. 심각한 판단의 불일치(discrepancy)가 있었으니, 곧 남편은 자기가 가사 노동의 70%를 담당한다고 여긴 반면, 아내 역시 자기가 가사 노동의 70%를 담당한다고 여기더라는 것이었다. 가사 노동의 총량이 140%일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둘중 하나나 혹은 둘 다 상대방의 기여[도]를 잘못 판단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가사 노동량이 무슨 월급 명세서처럼 숫자로 비교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기는 하다.

이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으니,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일은 아나, 남의 일은 모르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원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자기의 업적은 잘 아나, 남의 업적은 잘 모른다.
• 자기가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게 된 전말은 당연히 선명하지만, 남의 폭언 폭행은 지랄침일 뿐이다.
• 자기가 사련에 빠진 온갖 경위는 잘 알지만, 남이 불륜에 빠진 사정은 내 알 바 없다.
• 전후 사정을 이해하면 관대해지고, 전후 사정을 모르면 엄혹해진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날 저자가 뉴욕시 지하철을 탔는데, 웬 어린 남매가 지하철 칸에서 소란을 피우며 떠들고 놀고 있었고, 그 근처에 추레하고 피곤해 보이는 남자가 애들을 단속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참지 못 하고 남자에게 다가 가서 애들이 잘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힐난하였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몹시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아, 예, 당신 말이 맞을 겁니다. 방금 아내가 백혈병으로 죽었는데, 제가 얼이 빠졌나 봅니다  애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를 몰랐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무책임하고 무례하고 공중 도덕심이 빵점이던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위로받아 마땅할 남자로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지구인들이  남의 사정을 잘 모른다. 텔레파시 능력이 아직 없는 것이다. 그러한 지구인 자신의 한계성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마태복음 7:1-2a)

(※ 이 내로남불은 약간 변형된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
바로 "노뽕교의 삼존불"중 하나이다.
법신불(성부) 노운지불
화신불(성자) 문저리불
보신불(성령) 내로니불)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