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성폭력의 핵심

전명규 교수의 삼대장 가운데 조재범이 잡혔고 나머지 하나도 이 기사로 곧 잡힐 것 같다. 다 잡아야 한다. 근데 핵심이 뭘까? 한 번 봐보자.

2017년 2월부터 2년 가까이 취재해 온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빙상 성폭력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빙상 성폭력이 수면 아래서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한체대가 가진 '빙상선수 라이프 사이클 독점' 탓이다.

2. 한체대는 빙상 선수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지배한다. 어느 정도 성공한 빙상 선수는 '유소년 - 입시 - 국가대표 - 실업팀'라는 거대한 흐름을 탄다.

한체대 빙상장은 1인당 월 70만 원 정도를 받는 초중고교생 선수반을 운영했다. 약 70여 명이 거기에서 강습을 받았다.

이 선수 가운데 일부가 한체대 대학생이 된다. 한체대는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수시와 정시 모두 체육 특기생을 뽑을 수 있다. 한 조교에 따르면 한체대는 고교 서열 1위에게 한체대 입학을 제시하고 정시로 입학하도록 설득한다. 업계에는 "서열 1위가 우리 학교 수시 입학 예정"이라고 소문을 돌린다.

그런 다음 입맛에 맞는 '특정 선수'를 수시에 뽑는다. 서열 1위가 한체대 수시를 쓴다고 하면 누가 한체대 수시에 지원하겠는가. 미달이 난다. 그러니 입맛에 맞는 '특정 선수'는 무혈로 한체대 체육 특기생 수시를 거쳐 한체대에 입성한다. 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이 의혹을 받는다. (관련 기사: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09589)

3. 한체대 선수 출신이 국가대표 코치가 된다. 빙상연맹을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오랜 기간 장악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대표 코치는 아무런 힘이 없다. 전명규 교수의 지시를 받아 지도한다. (관련 기사: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294009)

4. 실업팀 대다수도 전명규 교수가 지배한다. 유소년 때부터 대학, 국가대표 때도 전명규 교수의 손길을 탔던 이들은 실업팀으로 가도 철저하게 전명규 교수의 하수인이 된다.

대한항공 빙상단 감독은 전명규 교수에게 지시를 받은 그대로 하다 보니 선수단 전체가 자신의 말은 듣지 않고 전명규 교수의 지시대로만 행동했다고 했다.

5. 전명규 교수와 그 하수인이 실업팀을 쥐고 있으니 빙상 선수의 졸업 뒤 삶까지 지배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유소년부터 모든 사람이 앞다퉈 한체대로 몰린다. "우리 애 메달은 못따도 먹고 살게 해주십쇼"하고 말이다. 이렇게 거대한 독점 구조가 형성된다.

피해 선수? 학부모? 다 반항 불가다. 성폭력 문제 등은 선수의 미래와 거래되니까. 성폭력을 당했다고 울상 짓는 선수에게 "실업팀을 보내줄게"라고 다독여 일을 해결했다는 정황은 이미 나온 바 있었다. (관련 기사: https://m.sports.naver.com/general/news/read.nhn…)

6. 성폭력 문제든 뭐든 누군가 전명규 교수의 지시를 따르거나 뒷배를 믿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다 징계를 받아도 아무 걱정 없다. 한체대 빙상장 사설 강사로 취직 시켜주면 되니까. 강습생 1인당 70만 원 정도 낸다. 70여 명의 강습생이 있으니 한체대 빙상장의 매출은 달마다 5000만 원에 이른다. 월급 500만 원씩 주며 10명도 고용 가능하다. 게다가 사설 강사는 장비까지 이익을 남겨 가며 판다.

7. 문체부는 지난해 빙상계를 털 때 이런 구조를 눈치 까고 한체대도 털고 싶어했다. 한체대는 교육부 소관이다. 그래서 "한체대 좀 털어 주세요"하고 교육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8. 교육부는 어쩔 수 없었다. 4월에 언론 보도 뒤에 한 차례 조사하고선 그냥 조용히 묻으려고 했는데 문체부까지 옆에서 찔러 대니 뭐라도 해야 했다. 교육부는 꾸역꾸역 5월에 2차 조사를 한 뒤 전명규 교수를 조사해 "수업 빠지고 골프치러 다녔다"며 한체대에 전명규 교수를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9. 중징계? 웃기네. 아는 사람이 보기엔 이건 경징계였다.

난 이걸 보자마자 교육부가 한체대에 경징계를 줬다고 판단했다. 교육부가 전명규 교수를 자를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게 드러난 까닭이다.

전명규 교수는 금메달 많이 따왔다며 훈장을 받은 게 있다. 훈장이 있으면 징계가 하나 깎인다. 중징계는 '파면-해임-정직' 순이고 경징계는 '감봉-견책' 순이다.

교육부는 언론에 중징계라고 보도하며 마치 "칼을 뽑았다"고 쇼했지만 그건 아는 사람에겐 '감봉'으로 들렸다. 중징계 가운데 정직을 내리고 훈장으로 바꿔치면 감봉 정도로 징계가 마무리 되거든.

전명규 교수 뭐 받았냐고? 감봉 받았다.

만약 칼을 뽑을 생각이 있었다면 '파면 요구'를 했겠지. 그럼 하나 낮아져도 해임되니까. 교육부는 안 그랬다. 왜냐고?

10. 교육부와 한체대는 인적 교류를 한다. 지난해 기준 한체대 차장급만 5명이 교육부에서 파견된 인사였다. 국립대가 교육부의 징계자나 낙하산을 돌봐주는 건 오래된 교육계의 관습이다. 이것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

내가 쉬어야 할 안식처에 내가 칼을 대야 한다면 누가 하겠는가 말이다. 교육부가 2차 조사 때 지금 이 기사에 나오는 성추행 의혹을 제보 받고도 씹은 이유가 이거다.

11. 이렇게 안락한 한체대는 범죄를 키우는 소굴이 됐다.

2014년 국가대표 지도자 성추행 의혹, 2019년 조재범의 성폭행 의혹, 지금 제기된 성추행 의혹의 공통점은 가해자로 지목된 셋 다 한체대 출신이다. 한체대에서 사설 강사로 활동했다.

어떻게 해결할까?

1. 전명교 교수의 하수인이라고 불린 3인 가운데 조재범은 이미 잡혀 들어갔다. 조재범은 경찰에 잡혀 들어간 뒤 전명규 교수 관련 비밀을 모두 폭로했다.

2. 지금 제기된 성추행으로 나머지 하나도 곧 법의 심판을 받을 거라 예상된다. 폭로가 더 나올 거다.

3. 나머지 하나 남았다. 이 사람은 2012년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도 한체대 빙상장에서 계속 일해오다 지금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로 있는 목동빙상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억대 도박으로 1년 자격 정지를 받은 바 있지만 곧 사면됐다. 이 사람은 그 어떤 징계도 받은 적 없었다. 이 사람까지 잡히면 폭로 열전이 펼쳐질 거다.

4. 어떻게 잡냐고? 동부지검은 교육부가 한체대 빙상장을 조사한 뒤 보낸 고발장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근데 별로 맛있는 게 없다. 큰 건 문체부랑 교육부가 다 가져가 버렸거든.

하나 남았다.

한체대는 2003년 빙상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연 6억 원을 현금으로 번다. 조재범은 현금만 받고 세금 안 내다가 벌금 및 추징금을 때려 맞은 적 있다. 조재범은 다른 한체대 사설 강사와 돈을 나눠 가졌다고 증언했다.

그냥 대충 계산해 보자. 16년간 연 6억 원을 벌었으면 이제껏 거래된 현금만 약 100억 원에 이른다. 강습비만 말이다.

사설 강사는 이익을 붙여 스케이트 날과 장비도 판다. 다 현금이다.

빨리 잡자.

* 에필로그

한 의원실에서 날 불렀다. "최 기자,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해?"

내가 답했다. "이거 해결 못해요."

그랬더니 "최 기자 입에서 해결방안이 안 나오다니... 필봉 꺾인 건가?"라는 답이 왔다.

아뇨. 안 꺾였어요. 정부에 기대를 안 하는 것 뿐입니다. 근데 사실 답은 있습니다.

1. 한체대가 체육 특기생을 정시 수시로 둘 다 뽑는 특권을 취소한다.

2. 국립대와 교육부의 인적 교류를 막는다. 교육부 공무원 은퇴 뒤 교육기관으로 재취업 못하게 막는다.

직업 자유를 침해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대체 60살 돼서 벌 거 다 벌고 은퇴한 사람에게 유관 기관 못가게 하는 게 뭔 직업 자유를 침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3. 공무원 징계 모델을 싱가포르 식으로 바꾼다. 싱가포르는 공무원 징계 가운데 70%가 파면이다.

4. 전명규 교수를 자른다.

왜냐고? 왜 그렇게 전명규 교수에 집착하냐고?

사례를 만들어야 해. 또 생길 거다. 포스트 전명규가 나오겠지. 그런데 사례가 생기면 좀 달라질 거다.

"전명규 교수도 잘렸다. 적당히 해라."

그 소리 들으면 좀 그나마 덜 할 거다.

* 제가 뭐 공유해 달라고 부탁 잘 안 하잖아요. 조금 부끄러우니까. 근데 이건 좀 부탁할게요. 많이 정말 많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