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골에서는 토끼가 선생 노릇 한다."

오래된 조선 속담이다. 이 조선 속담은 비슷한 지나 속담인 "無虎洞中 狸作虎"에 비하여 매우 과장되어 있으나 여하튼 뜻은 일맥상통한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 시끄러운 사안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트럼프의 일방적 시리아주둔 미군 철수 결정이요, 그 둘째는 미-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내놓으라는 트럼프의 뗑깡(てんかん)으로 인한 연방 정부 셭다운이다.

첫번째 사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트럼프의 독단적 조치라는 점이다. 심지어는 국가안보실과의 의견 조율/청취도 없이, 볼톤더러 "나는 결정했으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설명하고 납득시켜."라는 어이 없을 수도 있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독재자로 불린 링컨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트럼프는 아이젠하워가 퇴임 연설에서 걱정한 바 있는 미국의 이른바 "군산 복합체"의 이익을 꺾을 작심을 하고 있었고, 이 군산 복합체의 대변인이요 괴뢰인 이른바 "deep state"를 타도함을 일차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deep state의 수장으로 알려진 미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죤 맼케인이 병사하였으니 트럼프로서는 손 안대고 코푼 격이며, 이를 기화로 군산 복합체의 이해 관계가 막대할 수밖에 없는 중동 시리아에서 2개월내로 발을 빼겠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골자이다. (물론 군부는 온갖 핑계를 대며 6개월로 시한을 연장하려고 시도중이며, 6개월이란 충분히 긴 시간일 수 있다. 가령 트럼프 암살 준비라든가...)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선언도 이 결정에 대한 군부의 반감의 한 표현이다.

두번째 사안을 이해하려면 미연방 예산 제도에 대하여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남한에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은 "동의"이다. 동의가 만일 시한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비일비재했음.), 일단 전년도 예산과 동일한 범위내에서 각종 경직성 경비(예컨대 월급) 지출이 이루어진다, 나중에 보정이 있겠지만. 반면 미국에서 예산안 의결은 법률 의결로 처리된다. 1년 만기 "예산법"인 것이다.  법이므로 하원과 상원을 각각 통과한 후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으면 발효되는 것인데, 트럼프가 미-멕시코 장벽 예산 57억돌라를 포함하지 않은 예산법에 대하여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위협을 하였고, 그 결과 하원에서 "예산법" 의결이 지연되었고, 지금 무법이므로 연방 공무원들이 주급을 못 받으면서 고초를 겪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보통의 연방 공무원들 평균 처분가 주급이 고작 500돌라라고 한다.) 연방 공무원들 생계를 인질로 잡고,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두 어미처럼  의회와 트럼프가 대립하고 있는데, 다른 점은 솔로몬이 없다는 점이다. (Politico and Morning Consult 여론조사: 트럼프 잘못 47%, 민주당 잘못 33%, 공화당 잘못 5%)

이 두 사안들이 하나는 국외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이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로 "신고립주의(신몬로주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이고, 없는 물건 안 나는 물건이 없는 나라이다. 석유도 충분하다. 미국은 섬나라처럼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대체 무엇때문에 미국 바깥의 일에 관심 가지고 쓸데 없이 엮여야 하는가? 미국이 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줘야 하는가?  무역이 왜 필요한가? 미군 해외주둔이 왜 필요한가? 육군과 해병대가 왜 필요한가?"

트럼프의 발상이 위와 같은 것이다. (본회원이 요즘 중요해지고 있는 코발트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주로 난다고 들었기에, 이건 혹시 미국에서 안 나는 것 아닐까 검색해 보았더니, 미네소타에 코발트 광산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조차 난다, 고품질은 아니지만. 디스프로슘이나 테르븀같은 희토류도 미국땅에는 쓸만큼 있다.)

트럼프의 관점에서는 미-멕시코 장벽만 건설하면, 캐나다야 사실상 미국의 자치령이므로, 북미에 "낙원 섬"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그러므로 남한 인민들의 생사 안녕 여부란 "내 알 바 뭐야?"인 셈이다. 그런 트럼프가 어느날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호랑이 없는 골에서 누가 선생 노릇을 하겠는가? 너구리도 아니요, 토끼도 아니요, 문저리도 아닌, "뚱돼지 새끼"가 선생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본회원은 그 돼지 새끼를 매우 혐오한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