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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인지 여부는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으면 확실히 밝혀지겠지요. 지식도 자격도 없는 제가 우주 님에게 '망상이 맞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 겁니다.
1992년 대선 당시에 저는 군부대에 출퇴근하는 방위병으로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경남 하동이라서 동기들 대부분이 김영삼 후보를 찍겠다고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저 무식한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말아먹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방위병 동기들에게 김영삼을 찍지 말라고 설득했더랬습니다. 동기들은 '니가 김영삼이 무식한 줄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더군요. 저는 87년 대선 관훈토론에서 김영삼이 핵배낭과 핵발전을 구별하지 못하는 대답을 했던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당시에 패널 한 명이 김영삼 후보에게 묻기를 '한반도에 배치된 핵배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김영삼이 대답하기를, '핵발전은 좋은 것입니다'라고 끝을 맺더군요. 패널이 어안이 벙벙해 하며 잘못 들었나 싶어서 재차 물었습니다. '핵발전 말고, 핵배낭 말입니다'라고 물었더니, 김영삼 후보가 언성을 약간 높이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좋은 것이라니까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본 관훈토론이라서 정확한 워딩인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만, 대충 이러한 문답이었습니다. 핵배낭이 뭔지 핵발전이 뭔지도 모르는 애가 대통령이 되어서 내리는 결정이 올바르고 좋은 결정일 리가 없지요.
대선에서 김영삼이 당선되자 저는 그 날 밤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 1잔이면 30분쯤 뒤에 잠을 자 버리는 주량이라서 평소에는 술을 전혀 안 마시는데,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울적해서 술을 먹고 뻗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 뒤에 저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서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아주 큰 나라다. 김영삼이 아무리 말아먹어도 전부 다 말아먹지는 못할 것이다'
우주 님의 망상대로 문재인이 이 나라를 김정은에게 넘기고 싶다고 가정해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나라를 팔아먹는 조약을 맺어야 할 판인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그런 조약을 찬성할 리가 없지요. 미국이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진작에 암살을 하거나 정체를 뽀록내거나 했겠지요.
핵과 평화협정을 맞바꾸려는 협상을 진행 중인데요, 김정은 일당 입장에서 보면, 이건 목숨줄이라 이겁니다. 전쟁을 하겠다는 위협을 할 때 핵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 아니겠습니까? 그 핵을 없애면, 현재의 남북한 군사력 격차+경제력 격차로 보아서 김정은 일당이 손을 드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됩니다. 항복만 안 했다 뿐이지요.... 문재인이 바로 그걸 도모하는 중인데, 우주 님은 지금 망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삼 이데올로기를 대충 읽어본 입장에서 해명을 좀 하자면(사실 이때까지도 나름 강준만의 팬이었으니까... ^^) 이사람은 김영삼이 바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저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좋은 말을 해주게 하려면 1. 자신이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방법 2. 그 사람을 매수하거나 협박해서 사실이 아니라도 좋은 말을 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두번째가 압도적으로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김영삼은 그걸 젊어서부터 철저하게 깨닫고 이를 체화한 인물이고요.
김영삼이 핵배낭에 대하여 NCND 원칙을 이해하고 그렇게 답변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옛날부터 김영삼이 기자 인터뷰만 한다면 '이번엔 뭐가 터지려나...'하고 그의 지지자들이 모두 전전긍긍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
전에 어떤 조선일보 기자가 후일담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젊어서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이병철을 인터뷰하려는 간 큰 계획을 세웠다는 겁니다. 전혀 약속도 없었던 상황에서 무작정 그의 집(이었나 회사였나)으로 찾아가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려는 생각이었는데 당연히 그의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하고 경비원에게 붙잡혀서 차에 실려 강제로 돌려보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경비원이 이병철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통화하는 건 들었다고 합니다.
자, 그의 글은 여기서 끝나는데 과연 이게 전부였을까요? 강제로 차에 실리는 조선일보 기자 주머니에 두둑한 돈봉투가 들어갔을 거라는 짐작이 허튼 망상은 아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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