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능한 진보의 멋진 신세계

일부러 제목은 아이러니하게 지었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유능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진보적이라고 할수도 없다. 그들이 만든 세상 또한 멋지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2) 회귀적 보상 심리로 탄생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

댓글로 쓰려다가 글을 잠깐 늘린다.

X세대 (70년대 중반생~80년대 초중반생, 지금 30대~40대) 와 베이비붐 세대 (50년대생, 지금의 60대+)  가 지금의 문재인 정부와 이전의 박근혜 정부를 만든 원동력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세대 사람들의 회귀적 투표, "나의 전성기. 나의 젊음의 보상"에 대한 아이돌로 문재인과 박근혜가 각각 간택되어 2012년과 2017년의 선거에 임한것 같다는 말이다.

근데 회귀적 투표는 결국 과거의 미화이고, 미화된 과거를 현대에 불러내었을때, 그 시대 착오적인 현상은 오래 가지 못하게되고, 그게 신화의 종말이 라고 생각한다.

토토가를 불러내는건 한두번이면 족하지만, 90년대 가수들이 90년대 가요를 1년내내 TV에서 부르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농구 대잔치 원년 멤버들을 불러서 올스타전 한번은 할수 있지만, 두번 세번은 못한다.

마리텔에 종이접기 김영만씨 불러와도 한 화 밖에는 채우지 못한다.

박근혜 정권은 50년대생의 베이붐 세대 젊은 날에 대한 환상에 박정희식 경제 개발이라는 조미료를 얹었다. 그리고 그 정권이 몰락했을 때 실질적으로 그 신화는 끝난 것이다. 다음번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는 아무리 박정희 코스프레를 해도, 그게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는 없다.

문재인 정권은 70-80년대 X세대의 젊은 날에 대한 환상에 민주화 투사 노무현 비극(!)이라는 조미료를 얹었다. 그리고 이 정권이 몰락할때 그 신화도 다시 끝날 것이다. 비누방울처럼 그 거품이 터저나갈 것이기 때문에.

두 정권 모두 정권이 만들어 진 순간 그 정권을 만들어낸 에너지는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정권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과거를 비추는 거울을 통해 보여준 화려한 약속은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그대로 동작하게 만들기 쉽지 않다. 


(3) 문재인 정권의 초반 인기는 물론 단순 하니문 기간 때문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트럼프가 북한을 폭격할 것 같았단 위기 상황이 평창 올림픽을 구실로 일단 위기를 봉쇄하고, 남북 대화를 통해 극복되었다는 성과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약발이 금새 식어 버린 것은, 외교 문제 특히 남북 문제라는 게 우리 '유능한 진보'님들이 바라시는 것처럼 한달음에 달려 갈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플레이어와 여러 나라들의 이해가 갈려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은 적어도 우리만큼, 아니면 우리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다. 당내 권력 투쟁이나 한두번의 선거 승리처럼 여론전과 정보조작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북핵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금방이라도 2017년의 위기상황으로 쉽게 되돌아 갈 수 있는 위험 천만한 상태이다. 


(4) 그리고 냉엄한 경제 문제가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현정부의 코어 지지자들은 볼멘 소리를 한다.

"기레기들의 농간이다. 어찌 모든 경제 문제가 전부 최저 임금 정책 때문이라고 덮어 씌우냐."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전부 최저 임금 정책 때문이겠는가. 미-중 경제 분쟁의 영향도 분명히 있고, 기술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여전히 낮은 인건비를 유지하면서)  대한민국의 과거 주력 사업들을 잠식한 문제도 있고, 조선 산업등 10년전에 잘나가던 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진 문제도 있고... 반도체 (디램과 낸드) 하나만 보고 가기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고 ...

내외적 구조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한국 경제가 거기에 타격을 받고 그게 불경기로 나타나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 볼 수 있다.

지금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을 앞에다 놓고, 그것을 풀기 위해 지금 정부는 어떤 정책을 집중해 펼치고 있으며, 그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 (내기를 기대하는가?) 여기에 대답할 사람 있는가?

지난 1.6년동안 기억에 남는 정책이라는 것들은  "소득 주도 성장" 한다고 소리를 요란하게 냈던거?  기본적으로 내수 진작 정책 아니었나?

그를 위해 최저임금 상승이 최전선에 놓였던 것 아닌가? 그밖에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공무원 숫자 늘리는거? 탈원전 정책 한다고 태양광 패널 밀어 붙인거? 쌈지돈 처럼 써먹는 국민연금인데 소득 대체율 올린고 보험료율 높인다고 간본거? 

기레기들의 악의적인 보도들을 걸러 듣더라도, 과연 지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의도한 바대로 성공적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러니 이제 일부 코어 지지자들은 막나가기 시작한다.

먼저 최저 임금 관련.  "최저 임금도 못 줄 정도면 가게 닫으셔야지."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 구조조정 하라는 말아닌가. 낮은 임금으로 고생하는 젊은 알바생들 걱정하던 따뜻한 마음씨의 유능한 진보 현정부 지지자들이 갑자기 냉혹한 경제학의 법칙의 집행자로 변신하신다. 

근데 지금 대한민국 자영업자라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기업의 고용을 통한 인력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어쩔수 없이 생계로 택하는 사람들 아닌가?   "코딩하다 막히면 닭집 아저씨가 해줄 수 있음." 이라고 자조적으로 농담하던 그 퇴직한 닭집 아저씨들이 바로 자영없자 아닌가? 이 사람들의 많은 수가 가계 문을 닫게 되면 그들의 셍계 수단을 어떻게 유도할지 생각이라도 하고 정책을 던지고, 그 정책을 응원하는 건가?

"임금이 아니라 임대료가 문제다. 건물주들이 나쁜놈들이다."

임대료야 궁극적으로 낮아지겠지. 가게들 다 망하고, 상권이 다 죽어서 임대로 들어올 사람들이 없어지면. 정부가 건물주들 팔을 비틀어서 이미 계약되어 있는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낮추게 할 수 있겠나. 그런게 다 싫으면 지들이 응원하는 정부한테, 임대료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진지하게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하던지. 

지금 코어 지지자들은 그냥 "내가 사랑하는 달님 정부" 대신 욕받이할 악마집단이 필요할 뿐이다. 


(5) 지금 성적 표는 처참하다.

일자리 예산 85조 써먹고도 도무지 예산을 어디에 써먹었는지 참담한 성적을 내고 있는 고용률. (김태우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중 고속도로 공사 커피 머신 몰아주기 기사를 보면, 이 예산이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감이 온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64491
... 도로공사는 지난 6월부터 청년 일자리 지원을 내세운 커피 브랜드인 'ex-cafe'를 전국 8개 휴게소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 김 수사관 감찰보고서에 나온 대로 우제창 전 의원 회사 '테쿰'의 커피 기계·원두 등을 쓰고 있었다. 계약 조건도 테쿰에 상당히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질적으로 내수 증진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깊어가는 내수의 부진. 그리고 내수에 가장 민감할 자영업자들의 폐업사태.

반도체 호황에 묻혀 있었으나, 드러나기 시작하는 수출 부진.

이 모든 경제적인 압력이 국민들에게는 실업과 불경기로 체감이 되는데, 정부의 리더쉽은 보이지 않으니, 국정 운영 지지율인 떨어 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허허실실 웃으면서 사진 찍는 것도 한두번이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초조해진 현정부 코어 지지층의 대응은?

현실 부정과 우기기다. 

경제 위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 = 경제는 언제나 똑같았다) , 이 모든 것은 기레기의 농간이라는 뜻이다. 정계 복귀하신 우리 유시민 선생께서, 코어 지지층들이 듣고 싶어할 만한 이 이야기를 무려 TV 토론회에서 해 주셨다.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의 달레반 1인은 진짜로 윤서인이 전향이라도 한듯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경기가 안좋다고 하냐' 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 모습을 언제 보았더라?

맞다 참여정부 말기였다. 그때도 IMF 후유증으로 경기가 어렵고, 풀린 돈이 제어가 안되서 부동산등 일부 자산이 급등했을 때, 사람들이 어렵다고 볼멘 소리를 하자, 몇가지 숫자를 휘두르면서  (이를테면 참여정부 말기쯤 처음으로 주가 2000에 도달한거) "입닥쳐라, 경제는 어렵지 않다."라고 우겼다. 그래서 망했다.

지금은 숫자들도 않좋다. 그리고 주가도 200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방향이 반대라서 그렇지.


(6) 그렇다고 이 정부는 새롭거나 정의로운가?

그것도 아니다.

신재민, 김태우의 폭로 내용을 보자.

지금 정부와 친정부 언론과 스피커들이 기를 쓰고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다. 김태우는 비리 감찰관. 신재민은 관종. 

그럴 수도 있다. 사실 그럴것이다. 김태우 본인도 자기 신분 이용해서 잘먹고 잘살었을 거고, 신재민 역시 평범한 모범생 출신이었던 것 같다.

메신저를 아무리 패대기 쳐서 그들의 메시지를 희석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관계 자체는 팩트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를테면 신재민

정무적 판단으로 인핸 1조 채권 상환 당일 취소 (실제로 갑작스레 일어난 일)와 불필요한 4조 국채 추가 발행 강요 (결국 실제 발행은 되지 않았다).

사실 자체는 있었던 일 아닌가? 친문 스피커들이 패대기 치는 것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연간 국채 발행원이 몇조원인데 꼴랑 1조, 4조 가지고 그러냐. 이자 비용 2천억 아무것도 아니다. 관종 신재민"

자기돈 아니라 국민 세금이라고 너무 막 쓰는거다. 국가의 지도자이건 공무원이건,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공공성 (public matter)에 대한 이해와 책임이 너무나도 부족한거 아닌가? 모범생 인생 살아왔다고 얼굴에 써있는 신재민씨가, 자기 상식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나름 분노해서 "폭로" 했던 것도 바로 이부분 아닌가?

자기돈 아니면 막 써도 되냐? 국민 세금인데.

불필요한 추가 이자비용 2000억, 정부 총 지출에 비하면 작은 돈이니까, "박근혜 정부보다 통계적으로 나아보이고, 뭔가 기사에 한줄 더 쓰기 위한 정무적 판단"을 위해 그냥 막 던져도 되나.

4조가 작은돈이면 이명박 4대강 예산 (5년간) 22조는 왜 그렇게 분노했냐? 

KT&G 사장 교체 시도. 문건 자체도 실제로 존재했고, 그 입수 경위도 본인이 실제로 밝혔다. 무엇보다 임종석 수석이 결국 인정한거 아닌가.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너무 많이 줘서 견제가 필요하다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체 말이다. 


(7) 신재민이 폭로한 사건들. 정권 잡고 "큰일" 많이 해보신 분들이 보기에는, "뭐 그정도 가지고 나대냐 관종 색휘야," 라고 넘어갈 작은 일들로 보이시겠다.

그치만 김태우의 폭로와 함께 이런 폭로들에서 드러난 면면들에게는 보여지는 일관성이 있다.

바로 "공공성의 부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정부와 그 정책이 대한민국이라는 비실체적 존재 -- 보다 정확하게는 그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동작하고 있는 가 하는 문재이다.

정부의 수장과 그 주변의 국가 운영자들은, 그리고 그들의 수족이 되어 책임지는 자리에 임명된 사람들은 이러한 공공재 (public matter) 로서의 국가를 인식하고 그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아니라 자기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파적 이익을 주변 사람들의 개인적 영달을 위해 나누어 주고, 그 과실을 따먹는데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탈원전 태양광 사업이니 일자리 예산이니 하는 것들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가. 책임있는 공직과 공기업, 그 밖에 권력이 나누어 주즌 자리에 누가 임명되는가. 그 사람들은 어떤 비전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던가? 

나라살림 쪽쪽 빨아 먹거나 그 정책으로  친밀한 주변인들이 이득을 보던건 MB 카카와 그네 공주님 시절로 충분하지 않는가?

'홍준표 찍은 동네 니들은 당해도 싸' 라던지 '어짜피 20대는 우리 지지하지 않는 계층' 이라고 떠드는 친문 스피커들의 말이 실제 청와대의 생각은 아니라고 믿는다.  TV에 전문가가 나와서 이야기하면, "저사람은 MB나 그네시절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라며 편을 갈라 붙이는 수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진 모습들, 인사 문제의 실패, 터저나오는 폭로, 낙하산으로 임명된 비전문가들, 그로 인한 설익은 정책과 정부의 컨트롤 부재. 에서 이전 정부 못지 않은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엄선된  지난 10년간 굶었던 사람들이 게걸 스레 달려드로, 자기 멋대로 흔드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만약 경제 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성과가 좋았다면 지금 정부의 그런 선택들이 인정받았을 지도 모른다.

허나 그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는 이상, 지금 정권은 그 선택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