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난 20일(목) 밤 김포공항 여객기 탑승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우려와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조선일보 등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지난 20일(목) 저녁 9시 10분경 김포공항에서 김해행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하던 과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내용이 사실과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과장되어 있어 이 글을 통해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일 밤 국회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저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평소와 마찬가지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마지막 탑승절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 차례가 되어 탑승권과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어 투명창의 신분증을 공항 보안요원에게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케이스 안에 있는 신분증을 밖으로 꺼내어 다시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역 일정 등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2회, 많게는 6회까지 공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스마트폰 케이스에 담긴 신분증을 제시하면 확인 후 통과하는 방식이었기에 “왜 갑자기 신분증을 꺼내 제시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물었습니다. 보안요원은 “그게 규정이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러면 왜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고, 보안요원은 “그때는 혼잡스러워서 안 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규정대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직원의 답변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그런 근거 규정이 있느냐? 그렇다면 규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안요원은 따라오라며 저를 보안데스크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관련 규정은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보안요원은 규정을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대신에 컴퓨터에 녹음된 관련 업무 매뉴얼을 틀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음성 업무매뉴얼 어디에도 승객이 신분증을 직접 꺼내서 제시하라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근무자가 두 손으로 확인하도록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음을 들은 뒤 저는 보안요원에게 “규정에는 근무자가 탑승객의 신분증을 확인할 때 두 손으로 받아 확인하고, 친절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탑승객이 신분증을 꺼내서 두 손으로 제시하라는 조항이 아니지 않는가.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것은 매우 불친절하고, 시민들에게 오히려 갑질하는 것”이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랬더니 보안요원은 이번에는 “상부지시”라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니, 규정에도 없는데 누가 그런 지시를 한다는 말인가. 과연 그런지 직접 확인해볼 테니 책임자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언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코 욕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책임자는 자초지종을 들은 뒤에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최종 책임자인 한국공항공사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아 기다리다가 비행기 이륙시간에 임박해 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상황을 얘기했고, 공항직원들의 근거에 없는 근무행태와 불친절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날 해프닝의 전부입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보안요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 과장했습니다.
1. 조선일보의 보도와 달리 공항직원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 저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탑승권과 신분증을 모두 제시했습니다. 다만 규정에 없이 직접 꺼내 다시 제시하라는 요구에 항의를 했고, 신분증을 다시 꺼내지 않은 것에 대해 보안요원이 저의 신분확인을 거부한 것입니다.
2. 조선일보는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승객들이 “그거 꺼내는 게 뭐 힘들어요. 빨리 꺼내요”라고 현장 상황을 보도했으나 이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이날 탑승 수속을 밟는 제일 마지막 승객이었습니다.
3. 조선일보는 제가 공항직원에게 “이×× 책임자 데려와’, 이새×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고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저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그랬고, 이날도 공항이용에 있어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공항 의전실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하는 대로 직접 티켓팅을 하고, 신분확인과 검색절차를 거쳐 일반석을 이용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지켜본 대부분의 공항 관련 근무자는 직분에 충실하고 친절했습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 다소 불친절하거나 고압적인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보안검색이 강화되고, 공항 혼잡이 가중될수록 승객들이 불편하고 불쾌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권이나 특별대우를 바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회의원에게도 이렇게 근거 없는 신분확인절차가 거칠고 불쾌하게 이뤄진다면, 시민들에게는 얼마나 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길 바라는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입니다. 결코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의식을 갖고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의 욕설 운운은 말도 안 되는 거짓입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의 진실 여부를 차치하고, 저의 항의가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거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저의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임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게 처신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22일
김해을 국회의원 김 정 호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
저는 김정호 의원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미드 [보스턴 리걸](?)의 어느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백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에 한 흑인 청년이 길에서 집구경을 하다가 순찰 중인 경찰에게 체포됩니다. 경찰은 누구에게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흑인 청년은 아무 수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느꼈죠. 신분증 제시에 불응한 이유로 체포된 청년은 결국 무죄를 선고받는 걸로 끝나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동안 신분증을 꺼내어 제시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정호 의원이 순간적으로 불쾌감을 느꼈고, 규정 여부를 따지게 된 것으로 보이네요. 욕설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언성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저걸 국회의원 갑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정도나 되니까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규정 여부를 따진 것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dazzling 님, 저는 국회의원과 흑인을 비교한 게 아닙니다. 이번 해프닝이 일어난 게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흑인 청년에게 인종차별로 인식되어 불쾌감이 생겼고, 흑인 청년이 이에 불응하면서 체포되었죠. 보안원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평소와 달라서 불쾌감이 생겼고, 김정호 의원이 이에 불응하면서 이 해프닝이 이어졌습니다.
김정호 의원이 불쾌감을 느낀 원인이 '나 국회의원이야'라는 특권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르게 신분증을 꺼내어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인은 이런 불쾌감을 느껴도 그냥 참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었다면, 변호사 고용해서 고소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거든요.... 제 짐작으로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김정호 의원이 '내가 시민을 대표해서 그들과 따져 봐야 되겠다'라고 느꼈을 것 같네요...
이번 불응-항의 해프닝으로 저 보안원이 어떤 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면 누구도 시비를 걸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부당한 처벌일 때만 시비를 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례 때문에 앞으로 보안원들의 태도가 바뀐다면, 바로 저 국회의원님 덕분입니다.

위키릭스 님/
전에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때, 서울이 수도라는 건 관습헌법이라고 근거를 대었습니다. 저는 황당무계한 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관습헌법조항이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성헌법인 나라에서 관습헌법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몹시 불쾌했고,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김정호 의원 역시 평소와 다르게 신분증을 직접 꺼내어 보여 달라는 보안원의 말에 순간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납득이 가지 않자 다시 묻죠. 평소와 다르다고요. 그런데 보안원이 답하기를, 바쁠 때는 대충 검사, 안 바쁠 때는 제대로 검사라는 식으로 답변을 합니다. 그래서 김정호 의원이 규정을 따져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규정에 없는 일이라면, 탑승객이 굳이 보안원의 말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위키릭스 님의 말씀 '안전요원이 요구할 경우 승객은 그 요구가 불합리하지 않는 한 요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김정호 의원은 이런 조항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거고요. 이런 조항을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고, 국회의원 갑질은 아니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공항 보안원의 반론이 나왔네요.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64647
이 반론이 사실이라면, 김정호가 갑질하고, 페이스북에서 거짓말로 해명한 것이 됩니다.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녹화본을 보든지, 추가로 증언이 나오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심증은 공항 보안원의 말이 참말일 것 같습니다. 확인이 되는 대로 김정호 의원에 대한 제 의견은 철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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