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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모든 기업활동은 주주총회의 의결에 따릅니다 — 물론 특정 임원들이 주주총회에서 허락하는 범위에서 재량권이 있어 큰 문제가 아니면 주주총회 건너뛰고 임원들이 집행할수도 있죠.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주주총회에 불참해서 의결을 못하고 중요한 사항을 제때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게 Proxy Voting 즉 대리투표입니다. 참석할수 없는 주주가 대리인을 통해 투표하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게을러서 대리인도 안보냅니다. 그래서 회사들이 대신 대리인를 고용하여 투표할수있는 변태적 행태가 나타나죠 ... 회사는 굴러가야 하니까요.
이런 필요악으로 wall street 에 대리투표해주는 회사가 생깁니다. 그리고 번창하게 되죠. 더군다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주총회 의결이 되도록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들을 고용합니다. 그래서 더 번창해집니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장사를 하죠. 이런 대리투표 회사가 커져서 investment advisor 의 자격에 필요한 자본금이 축적되면서 investment advisor (투자자문가) 란 title 도 획득합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1986년 출범한 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라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입니다. 인간 거수기들 모아서 너무 쉽게 돈을 버니까 후발대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2002년에 생긴 Glass Lewis 죠. 이들을 Proxy (Advisory) Firm 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대리투표만 하는게 아니고 주주총회에 참석한 실제 주주에게 접근하여 투표방향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주주총회전에도 주주들에게 그런 홍보물을 돌립니다. Proxy Firm 들의 목적은 그들을 고용한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되게끔 하는건데요. 사실 실제로 하는 일은 영화에서 나오는 조폭들하고 비슷하죠 ... 그래서 투자자문 이란 호칭이 어울리지 않고 실제 투자자문들은 더더욱 이들과 섞이지 않으려합니다. Stanford 대학의 경영대학원 David Larker 는 Proxy Advisory Firms and Stock Option Repricing 이란 논문을 썼는데요. Private Firm 들 추천에 따라 투표를 하는게 실제 투자자들의 투자가치를 높아는데 무관하다 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넷이 빨라지고 Online trading 이 발달하면서 cross boarder trading 즉 다른나라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해서 주주총회 안가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납니다. 저도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
그런데 이 회사들이 사고를 치기 시작합니다. 회사들이 더 커지면서 이해관계도 많이 생기고 ... 여기저기서 이들에 대한 regulation 법을 재정해야 한다고 청원합니다. 그리고 미국 금감원 SEC 는 task force 를 구성하여 법 재정에 나서는데요. 아직은 미국내에서 몇가지 regulation 이외엔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law school 에서 논문들이 많이 나오는 분야죠.
가장 큰 문제는 Conflict of Interest 인데요. 이들이 단순 대리투표처럼 회사의 operation 을 원활하게 해주는 서비스 보다는, 담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임원을 선출하기도 하고, 엘리엇과 같은 activist fund 와 결탁하여 이윤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2006년 Pfizer 의 임원을 선출하는데 ISS 와 Glass Lewis 가 담합하여 그들에게 협조하지 않은 후보를 주주들이 선출하지 않도록 홍보하여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3년 8월 ISS 와 Glass Lewis 가 석유회사 Hess 의 임원들을 엘리엇이 추천한 사람들로 뽑아달라고 주주들에게 호소합니다. 이를 거부한 Hess 의 경영진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2017년 12월 엘리엇은 결국 John Hess 룰 축출합니다.
2017년 5월 엘리엇은 ISS 와 Glass Lewis 의 도움으로 굴지의 알미늄회사 Arconic 의 임원 3자리를 확보함으로 경영권을 접수합니다. 그리고 현재 Arconic 은 IFM 이란 회사가 인수하려합니다. 엘리엇이 꿀을 다 빨았나보네요.
2017년 12월 ISS 와 Glass Lewis 가 activist fund TCI 와 결탁하여 London Stock Exchange 의 CEO 를 축출하도록 주주들을 설득함으로 문제가 야기되었는데요. TCI 의 Christopher Hohn 은 당시 LSE CEO 선출 위원이였슴에도 불구하고 ISS 와 Glass Lewis 를 고용해 물밑작업을 한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하죠.
그 이외에도 무지 무지 많구여 한국에서도
2018년 5월 현대차 restructuring 도 ISS 와 Goass Lewis 의 합작이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2015년에도 ISS, Glass Lewis, 엘리엇이 뭉쳐서 제일모직 + 삼성물산 합병을 저지하려 했습니다.
Glass Lewis 는 2016년에 중국의 Xinhua 가 막대한 돈을 주고 인수했죠 ...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이런게 왜 필요할까요?
국민연금과 이씨가 협잡했을 가능성 충분히 있습니다.
이재용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 승계하려한건 당연합니다.
ISS, Glass Lewis, 엘리엇 트리오는 어떤가요? 그들이 협잡했을 가능은 없나요?
그리고 마치 ISS 와 Glass Lewis 가 세계 굴지의 투자자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시야를 넖히세요. 그리고 직접 확인해보세요. 찾아 보시면 모든 정보가 있습니다.
2018.11.24 12:48:52
사기업들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겠으나 국민연금펀드와 정치계 인물이 연루되는 건 한국과 미국 사이에 그 합법성에 온도차가 있지 않을까요. 정치자금만 해도 미국에서 합법인 정치자금경로가 한국에서는 단박에 불법인 경우가 많잖아요. 비교를 하자면 뭐랄까...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재단위원장급 정도 되는 사람을 아마존이 매수해서 자기들 유리한 합병에 이용하는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나요. 여기에서 매수란 실물현금을 제공하기보다 한국에서처럼 공조해준 정치인이 퇴임하고 나서 삼성의 큰 직함을 달고 낙하산으로 고용되는 경우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여튼 말씀하신 내용은 상당히 재밌어요.
2018.11.24 23:13:36
proxy voting, activists 이런 것들의 순기능과 악효과에 대한 논문들은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장하성도 그거 공부를 좀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수십년간 디베이트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이들의 역할이 자본시장 전체의 welfare에 도움이 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쪽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알겠습니다. 저도 많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두번째 쓴 단락에 대한 증거가 미흡합니다. (그냥 정황증거라고 해두죠.) 엘리엇과 ISS, Glass Lewis가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을 수도 있다는 님의 말은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그런데, 그 정황증거가 뭐라도 하나 있나요? 반대로 국민연금 이사진들과 삼성과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을 가능성에 대한 정황증거는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간에 서로 만났다는 것도 뉴스에 보도 되어 있고...
저는 어느 엘리엇 편도 아니고 삼성 편도 아닙니다. 그냥 사기업들끼리 서로 치고 박고 한 것이죠. 하지만, 사기업들 싸움에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얽혀들어갔는데, 상당히 의심가는 부분이 많으니 그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삼성도 승계를 꽤 괜찮게 마무리 했고 (또는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한스텝 더 갔고), 엘리엇도 많이 남겨 먹었습니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법적인 면에서나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에서나 그리고 레큘레이션의 문제 때문에 후진적인 면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이런 activist fund들의 공격 대상이 종종 되곤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삼성이 (국민연금을 끼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을 하려고 하자 돈 냄새를 맡은 외국 기업에서 그렇다면 나도 좀 먹어보자라고 뛰어들어간 것입니다. 원래 씨나리오상 삼성이 100을 먹을 것을 70 정도밖에 못 먹고 엘리엇한테 30을 뺏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100은 누가 손해를 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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