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e philopatry”란 수컷은 자신이 태어난 무리에서 쭉 살고 암컷은 커서 다른 무리로 떠나는 체제를 말한다. female philopatry”는 그 반대다. 즉 암컷은 자신이 태어난 무리에서 쭉 살고 수컷은 커서 다른 무리로 떠나는 체제다. 다른 사람들이 이 용어를 어떻게 번역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럴 듯한 번역어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영어로 쓰겠다.

 

현대 도시 사회에서는 male philopatryfemale philopatry 개념이 거의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문명 이전에 인류는 수백만 년 또는 그 이상 동안 male philopatry를 유지해왔던 것 같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진화하는 동안 남자가 상대적으로 여자보다 친족에 더 많이 둘러싸여 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에게 친족과 관련된 심리 기제들이 상대적으로 더 긴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남자가 그런 심리 기제들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친족과 관련된 정보 처리를 더 잘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나는 남녀의 성차에 대한 이런 가설을 누가 제시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것은 내가 생각해낸 것이다. 다른 학자가 이미 발표한 적이 있다면 알려 주시기 바란다.

 

male philopatry에서 출발하여 남자가 여자에 비해 친족과 관련된 정보 처리를 더 잘하도록 진화했다”라는 가설을 생각해내는 것은 아주 쉽다. 정작 어려운 것은 가설의 검증이다.

 

 

 

동물계에는 male philopatry인 종도 많고 female philopatry인 종도 많다. male philopatry인 종의 경우에는 수컷의 경우에 친족과 관련된 심리 기제가 더 정교하게 진화했을 것이고, female philopatry인 종의 경우에는 암컷의 경우에 더 정교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여러 모로 인간보다 단순한 다른 동물의 경우에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만약 동물의 경우에 내가 예상한 대로 상당히 일관된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이런 패턴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더 크게 품어도 될 것이다.

 

 

 

친족 인지와 관련된 온갖 문제를 만들어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잘 푸는지 점수를 매겨 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남자가 더 잘 푼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선천적 성차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문화권에서 남자가 이런 면에서 더 낫다는 점이 들어난다면 내가 제시한 가설이 힘을 얻을 것이다.

 

 

 

동물의 경우 만약 어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면 내가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선천적 능력 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male philopatry인 종의 경우 어른인 수컷이 어른인 암컷에 비해 자신의 친족과 상호작용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학습에 의해 친족 인지 기제가 더 발달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암컷이 자기 무리를 떠나기 이전인 나이일 때 암수 차이를 비교해야 선천적 능력 차이인지 여부를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덕하

201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