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강대국의 영고성쇠는 죽 있어왔다. 그중에는 가장 오래 지속된 이집트 왕국도 있었고, 가장 먼저 등장한 정복 제국인 아카드 제국도 있었고,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였던 몽골 제국도 있었고, 가장 먼저 지구 전역을 아울렀던 대영제국도 있었다.

이런 문명과 강대국의 흥망을 연구한 사람들 역시 죽 있어왔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투스의 「역사」의 기술 목적이 페르샤와 헬라 사이의 전쟁 및 페르샤의 몰락이 신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의지와 지역의 조건에 의함임을 밝히고자 함이었고, 현대에 와서도 토인비의 「역사의 한 연구」나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은 널리 알려지고 읽히는 책이다.

그 이어지고 교대된 숱한 강대국중 미국의 특별한 점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지리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북 아메리카 대륙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 면적도 유사하고, 그 지형도 유사하고, 그 기후도 유사하고, 그 토양도 유사하고, 그 식생도 유사하고, 그 자원도 유사하다고 한다. 물론 북미 대륙에는 넓은 프레이리가 펼쳐져 있는 반면, 남미 대륙에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있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각 대륙이 지구인들로 포화될 지경이 아닌 이상 남북 아메리카의 현 단계의 발전 가능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북미에는 미국, 캐나다, 맥시코, 플러스 조무라기 산악국가들이 존재하면서, 앞의 두 나라는 세계적 선진국이 되었고, 세번째 나라 또한 지역 강대국인 반면; 남미의 사정은 막장 혹은 막장을 조금 면한 정도로 근근히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니 매우 대조적이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는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할 테지만, 본회원이 생각하는 가장 그럴 법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북미에 앵글로색슨족은 살러 갔고, 
남미에 라틴족은 벌러 갔다."

살러 간 앵글로색슨족은 당연히 번식을 위하여 처자식 모두 데리고 갔으니, 미국 원주민과 성교할 필요가 없었고, 원주민들은 인종 청소, 즉 말살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죽은 인디언만이 좋은 인디언이다."라는 유명한 격언도 등장하게 된다.

반면 라틴족은 처자식을 본토에 두고 몸만 떠나온 상태이었으므로 당연히 현지처가 필요하였고, 광산에서 은금을 캐기 위하여 미국 원주민 노동자들이 필요하므로 인종 청소를 할 이유가 없었다. 한 밑천 두둑하게 챙겨 본국으로 귀환하여 본처와 함께 떵떵거리고 살 작심이므로, 식민지 사정이 어떻게 망가지느냐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고, 성교하다 생긴 메스티조야 자기 알아서 살아가면 살아가는 것일 뿐이었다.

살러 간 사람들은 영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청교도들과 영국에서 살기 힘들어 뛰쳐나온 빈민들이었으니 배수의 진을 친 셈이며 헝그리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었으나, 벌러 간 사람들은 모험심과 한탕주의만을 탑재한 부랑아들이었다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영국령 아메리카는 앵글로색슨 단일 종족 사회로 유지된 반면, 남미는 백인, 인디오, 흑인 노예, 메스티조(백인×인디오), 물라토(백인×흑인), 삼보(인디오×흑인)의 다인종 국가들이 난립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중구난방의 상황인 셈이다.

단일 종족 상태를 유지하던 영국령 아메리카는 미국 독립을 통하여 미국과 캐나다의 분단을 겪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가 분단국가 사이라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어퍼 캐나다의 성립 과정을 보면 미국 독립에 반대하던 왕당파 앵글로색슨이 온타리오로 도주하였다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 당시의 캐나다인들이란 김일성의 지배가 싫어서 월남한 사람들이나 이승만의 지배가 싫어서 월북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나중에 로워 캐나다(퀘벡)를 흡수하여 대국으로 별도 발전하게 되는데, 물론 대영제국의 배경이 작용하기는 하였다.

이후 독립한 미국이 이른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에 따라 프랑스령 아메리카, 스페인령 아메리카, 러시아령 아메리카 및 영국령 아메리카의 일부를 차츰 흡수 합병함으로써 북미의 동서 해안을 아우르는 거대 국가를 건설하게 되는데, 여기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점은 이 거대한 국가가 유럽으로부터 여러 종족들의 이민을 받으면서도 앵글로색슨 단일 언어, 단일 문화, 단일 법치로 통일되어 하나의 왕국처럼 기능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완전한 왕국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다. 루이지아나 주에서 여전히 대륙법이 적용되고 있음이나, 아프리카에서 수입해 온 노예들의 후손들이 남부에 많이 남아 있음이나, 스페인령 아메리카 지역에 멕시코 종족이 남아 있음이나, 군데 군데 섬처럼 인디언 네이션들이 남아 있음이 그 증좌이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가 과거의 수많은 제국들에서 그랬듯이 제국의 분열과 멸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민족들이 특정 지역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거나, 설령 그런 경우에라도 변경이나 산악 지역에 섬처럼 고립된 채 웅크리고 있을 뿐이기때문이다. 미국이 대륙을 관통한 후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영역에 포함된 곳들도 있는데, 이들중 일부는 독립을 유지하다가 반미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고(쿠바), 일부는 친미 국가로 독립하였고(필리핀), 일부는 자치령으로 남기를 원하고(괌, 사이판), 일부는 주로 승격되기를 원하고(푸에르토 리코), 일부는 독립을 원할 수도 있지만(하와이);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미국 본토가 조각조각 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류역사상 등장하였던 어떠한 해양 제국도 미국만큼 거대한 배후지(본토)를 보유한 적이 없기도 하다.  그 결과 이제는 미국이 영토적 야심을 더 낼 이유가 없다. 이런 점들이 미국이 과거의 제국들과 명백히 다른 점이다. 미국을 현대의 로마 제국이라고 부르며, 미국 시민권을 현대의 로마 시민권이라고 부르기는 하나, 고대의 로마 제국과 이 현대의 로마 제국이 동일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근거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은 루스족에서도 관찰된다. 러시아 연방 또한 설령 지금보다 더 망하더라도 코카사스 산맥 일대의 일부 이슬람 교도들의 분열 가능성 이외에 유럽과 연해주사이에서 러시아가 조각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연해주에서 살던 타타르족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가? 어이 없게도 서남쪽 끝의 크리미아 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에 하나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겼더라면 조선인들의 운명 또한 그와 유사하였을 터. 조선이 일본에 병합됨으로써, 러시아령에 거주하던 고려인들과 달리, 민족 대이동만은 모면하였으니 불행중 다행 아니겠는가.

백인들중 앵글로색슨족의 잔혹함이 이와 같을진대, 설령 공산 지나가 그 인구에서 나오는 국내총생산을 가지고 수치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있더라도, 그 호전성과 그 전투력, 즉 침략 능력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미국이 서태평양 전구(theater)에서의 전쟁에서 지더라도 미국 본토가 깨질 가능성은 앞에서 기술한 이유로 매우 낮지만, 공산 지나가 그 전쟁에서 질 경우 공산 지나가 조각 조각 날 가능성은 훨씬 크다. 그러므로 공산 지나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되는데,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명령을 따르지 않은 습근평의 행동이 금명간 어떠한 결과를 불러 올지 지켜볼 일이라 하겠다.


(※ 미국을 인류 역사상 가장 관대한 제국중 하나로 부르나, 그 관대함은 생래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사의 전개 과정에서의 대학살에 대한 부채 의식의 결과일 수 있다. 즉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도궁비현(圖窮匕現)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