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년전에 중국에 초청을 받아서 일선 도시 하나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은 뭘 하나를 해도 스케일이 다르구나,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구나, 이런 것들이 확 들어 오더라구요. 북경, 상해, 심천같은 곳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다들 저랑 동의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전하는 겉 모양을 관찰한 것보다 훨씬 더 놀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중국 사람들은 자본주의 정신을 뼈 속 깊숙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라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면일 뿐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빈부격차가 외국인의 눈에도 확연히 들어날 정도로 심한 데, 그것을 전혀 불만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대신에 (진짜 마인드 셋이 그런지는 100% 확신은 못하겠지만) 저런 빈부격차 따위는 자기가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란 말씀입니다. 저소득층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그 만큼 역동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건물과 도시의 하드웨어는 현재 한국의 그것과 별 차이도 없거나 오히려 더 스케일이 더 큰데, 마인드 셋은 97년 IMF 위기를 겪기 전 한창 발전하던 시기의 8-90년대의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 셋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사회적 역동성(mobility)이 충만한 분위기가 앞으로 한 십년만 방해받지 않고 지속 된다면 이미 아메리칸 드림이 역사속으로 살아져 버린 미국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겠다라는 것이 중국은 다녀온 제 소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서 느낀 바는 중국이 너무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신경을 돋구었을 지라도 중국은 머리를 낯추고 좀 더 참았어야 했지 않았을까 하네요.  비유를 들어 보자면 현재의 미국은 이제 전성기가 지나려고 하는 40대가 된 표도르라면, 중국은 이제 갓 스무살 된 주니어 레스링 선수권 대회 세계 대회 우승자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몇년만 납작 엎드려 지내면서 경험과 실력을 더 키웠다면, 스테미너, 민첩성이 모두 내리막길로 곤두박칠 치고 있는 무거운 근육만 남은 표도르를 꺾을 기회가 반드시 왔을겁니다. 그런데, 힘과 혈기가 넘치다보니 상대를 너무 얕봤어요. 표도르에게 섯불리 게겼다가 떡실신하고 있는 앞길이 구만리 같았던 스무살 청년을 보고 있는 게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의 현장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중국의 문제는 시진핑이라고 봅니다. 중국이 제 아무리 공산당 일당 독재라고 해도 리더 자리에 올라가려면 수도 없는 경쟁을 거쳐서 완성이 됩니다. 중국 지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중국공산당대회는 바로 그 공산당 내의 수 많은 계파간, 인물들간의 토론과 경쟁의 장이라고 하더군요. 시진핑이 헌법까지 뜯어 고쳐서 종신 주석이 되면서 중국의 리더쉽의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강력한 체제를 구축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을 없애 버린 순간부터 중국의 역동성이 곤두박질 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중국 관보나 중앙 방송에서는 매일 땡전 뉴스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시진핑 각하의 하루 일정, 그의 집안과 내력에 관련된 찬사같은 것으로 시작하는 바로 한국 80년대에 보던 그런 땡전 뉴스 말입니다.

아마 작년, 재작년의 시진핑, 또는 주석 자리를 올라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쟁하던 그 시절의 시진핑이었다면 지금 현재 미국과 섯불리 맞짱 뜨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종신 주석의 위치를 굳건하게 하려면 미국(트럼프)와의 기싸움에서 엎드리는 비굴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가오가 안서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수많은 정적들과 불만 세력들에게 헛점을 보여주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싸우고 싶어서 싸운 것이 아니라 그런 처지에 몰린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가 재빨리 눈치채고 지금이다하고 중국에게 시비를 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중국이 운도 없는 게 하필이면 현재 미국은 사상 최저 실업률과 높은 성장율로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국제 무역에 가장 민감한 것은 지국내 주식시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뭐 까이것 주식시장 좀 손해본다고 해서 불황이 올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대중 압박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미국 사람들 마음속에 중국이 크는 것을 내심 심히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제 느낌이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지금 중국을 무릎 꿇리지 못하면 앞으로 잡아 먹힐 것이다, 패권국의 자리를 중국에게 넘겨줄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는 미국인들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당장 국제 무역 마찰로 손해를 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나 관련 금융업계 사람들을 제외하고 (사실 이런 사람들은 일부 기득권들이고 이들이 또 민주당 자금줄이기도 하네요) 많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이번 미-중 전쟁에서 중국이 쥐어 터지는 것을 보면서 트럼트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참...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만, 이러니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민주당 그 어느 누구보다 트럼프가 바닥 정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뭐, 이글이 중국 이겨라라고 코치를 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와중에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정치에 영원한 친구와 영원한 적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본적으로 균형외교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현재 한국은 미국쪽 채널들을 긴밀히 돌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하기 싫은 친미를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만, 친중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조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트럼프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문재인은 무슨 깡으로 대북제제 완화를 부탁하러 마크롱과 메이를 찾아 갔을까요. 저는 그 시도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버젖히 쳐다보고 있는 백주 대낮에 정상회담 하면서 대놓고 그렇게 부탁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요. 하려면 치밀하게 실제로는 "뒷구멍"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책없이 물어보고, 대놓고 거절당하는 것이 균형외교인가요, 프로페셔널 외교인가요?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곧바로 열린 아셈회의에서 북에 CVID를 요구하고 대북제재 완전이행을 촉구하는 성명까지 하게 만드냐는 말이지요. 이런 와중에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문재인은 North Korean agent라는 말까지 나도는 것은 설상가상이고.

저는 솔직히 대북문제는 어떻게 풀어야하는 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 싸드 문제나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략 침묵 또는 방관의 자세였습니다. 좀 더 풀어보자면 햇볕정책식의 인도주의냐 아니면 강경정책을 써서 북한을 국복시키는 쪽이냐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심정적으로는 햇볕정책에 더 가까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둘 중에 한가지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무슨 산수 문제처럼 unique한 solution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두가지 접근법, 다 맞을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정책의 철학을 가지고 접근하던 대북 강격책의 철학으로 접근하던 간에 대한민국과 겨레에 이득이 되는 기술적 방법을 각각 다 도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정책은 정권의 철학에 맡기고, 해당 정권이 그 철학적 바탕을 어떤 기교를 써서 잘 실행해 나가는지 지켜봐주자라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언젠가 트럼프 노벨상 이야기 이외에는 별 말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못 봐줄 지경이네요. 이건 너무 아마츄어에요. 할려면 치밀하게 준비해서 똑바로 직격타를 때릴 각오를 하고 덤비야지, 어설프게 하려면 아예 안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작년에 G20에 가서도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더니, 이번에 아셈회의에 가서도 또 꿔다놓은 보리자루. 아이고 옆에서 다른 나라 정상이 말을 걸어주는 데도 대꾸도 못하고.... 내가 문재인이고 대북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일분 일초를 아껴서 다른 나라 정상들과 쇼셜하고 친분도 쌓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 친분을 바탕으로 얻어낼 것은 기필코 얻어 내겠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국내에서 특히 대권주자하실 때 그런 거 잘만 하셨는데, 외국만 나가면 맹탕인 것도 이해가 안가요.) 맨날 하는 일이라고는 A4 용지 들고 읽는 수준밖에 안되고.... 말 놔왔으니 하는 말인데 A4 용지 수정하느라 각국 정상들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도 늦었다? 쩝쩝쩝.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국내 경제 문제는 쪽박을 차고 있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대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겠죠. 한마디로 이번 정권은 경제 문제고, 대북 문제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가장 잘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괜히 나서서 망치지나 말고, 예전에 국회의원 하실 때 맛집 탐방하시느라고 일억원 (전체 국회의원 의정활동비의 35%) 쓰셨던 것처럼 청와대 주변에 맛집에서 맛있는 요리에 술이나 많이 잡수시고 즐기다가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제일 나을까도 싶네요. 우리 국민들도 그 정도 세금 낭비하는 거는 그동안 공도 있고 고생도 하셨고 하니 충분히 용납할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