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윤서인이다. 나는 김세의다.

 

2018.10.27 새벽

 

어제 밤은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해 오늘 새벽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글을 쓴다.

어제 사법부는 만화가 윤서인과 전직 MBC 기자 김세의에 대해 백남기의 딸 백민주화를 사실 적시 유포로 명예 훼손했다는 이유로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게 나라인가? 이게 사법의 정의인가? 인민재판이다. 증거와 법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판사의 정치적 편향이나 권력의 눈치를 살핀 것이 아니라면 이런 양형이 나올 수 있을까?

무섭다. 그리고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가 20대였던 전두환 군부독재시대에도 이렇게까지 두렵지 않았다.

나는 우리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퇴행하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집권 후 벌어지는 꼴을 보니 이 믿음이 흔들린다. 어제의 윤서인, 김세의에 대한 선고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망 선고이다.

 

1. 이런 경우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나?

 

대부분 선진국들은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법률은 없고 민사소송만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법적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다. 형법 제307조와 309,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이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법적으로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경우는 드물다.

몇 년 전 김어준과 주진우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지만 사법부는 무죄 선고했다. 주진우와 김어준의 허위사실 유포의 목적은 누가 보아도 비방을 위한 것이 분명했고, 일반인도 조금만 찾아보면 그게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기자나 방송인인 주진우와 김어준은 그런 확인 작업을 하지 않고 기사화 했다. 명백히 허위사실을 출판행위를 통해 적시해 명예훼손을 했고 사실 확인 의무를 게을리 했으며 비방의 목적이 있음이 분명했음에도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위법 조각 사유를 들어 무죄 선고한 것이다.

이렇게 그 동안 우리 사법부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피고에게 관대했다. 그런데 윤서인과 김세의는 사실을 적시했는데도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벌금 700만원을 때렸다.

과거의 판례에 비해 엄격해진데다 유죄를 때리고 그 양형에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 판결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은 피해자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신이 공개하지 않은 사실을 다른 사람이 공개하고 비방하여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에 적용해야 하지 않나?

가령 내가 성소수자인데 이를 공개하고 싶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유포하고 성소수자인 나를 비방하고 다닌다면 이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 생각한다. 과거 내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여 낙태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아는 친구가 이 사실을 퍼뜨려 나를 곤경에 빠뜨렸다면 이 또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세의와 윤서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백민주화가 스스로 공개한 사실을 토대로, 그 사실이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됨으로 백민주화의 행위를 비판하고 풍자했을 뿐이다.

전자는 사실이긴 하지만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다 본인이 공개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고 또 이에 대해 비방까지 한 경우이지만, 후자인 김세의와 윤서인의 경우는 백민주화가 스스로 공개한 것에 대해 사회 일반적 통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풍자를 했을 뿐이다.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자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소송 왕국이 될 것이고 사법부가 마비될지도 모른다. 김세의가 적은 소회나 윤서인이 풍자한 만화 정도는 신문, 방송, 유튜브, SNS에 널리고 널렸다. 저 정도 수준의 비판은 내가 찾아도 수 만 건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번 판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저런 사례를 찾아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운동을 벌이면 검찰과 사법부는 감당할 수 있을까?

 

2. 허위사실 보도한 기자와 신문사는?

 

어제 언론들은 김세의와 윤서인의 재판 결과를 전하면서 윤서인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명백한 허위보도이다. 윤서인과 김세의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은 처음에 윤서인이 백민주화가 발리에 여행 간 것이 아닌데 여행 간 것처럼 웹툰에 묘사했다고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백민주화가 발리로 여행 간 것이 확인되자 검찰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공소 변경을 했고, 판사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7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윤서인의 웹툰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 사실에 의한 것인지는 아래의 동영상이 잘 설명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_IXTcXsQg

허위사실 보도로 윤서인의 명예를 훼손한 기자와 신문사에 대해 이 판사는 어떤 판결을 할까?

 

3. 국민들은 백민주화 행위에 대해 비판할 수 없는가?

 

백남기는 불법 폭력 시위를 하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고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10개월여 있다 사망했다. 의문의 사내에 의한 가격이 사망에 영향을 준 것이지 여부와 외인사인지 병사인지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검찰이 부검을 실시하려 했으나 유족들과 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유족들과 사회단체들이 철저한 사인 규명을 요구하면서도 부검은 절대 반대하는 모순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물대포가 백남기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괴 사내의 주먹과 무릎 가격도 백남기의 죽음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여러분들도 아래에 링크하는 당시 동영상을 보고 판단해 보시라.https://www.youtube.com/watch?v=dc7KK_u1ymM)

백선하 교수는 백남기에 대해 마지막까지 치료하고자 했으나 유족들의 연명 치료 거부로 투석 치료를 할 수 없어 백남기는 2016925일 사망했다.

유족들의 연명치료 거부가 있은 뒤는 사실상 백남기의 사망은 기정 사실화 되었고 924일에는 백남기가 위독하여 사망할지 모른다는 기사도 나왔다.

백민주화는 913일 발리로 갔다가 백남기가 사망한 925일 이후인 927일 입국한다. 913일부터 927일이니 발리 여행 기간이 2주가 된다.

백민주화는 925일 백남기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발리에서 SNS에 아버지 사망 소식을 전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다. 이 때 글의 발신지가 발리로 나와 이를 본 사람들이 의아해 하자 백민주화는 발신지를 서울대병원이라고 조작한다.

발신지를 조작한 것이 들통나고 백민주화가 발리로 여행 간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거기다 백민주화가 SNS에 발리에서의 여행에 대해 쓴 글과 사진이 공개되자 비난은 더 거세졌다.

이렇게 되자 백민주화의 언니 백도라지는 동생은 시댁 형님(동서)의 친정이 있는 발리에서 시댁 형님의 아들의 세례식이 있어 발리에 간 것이지 여행이나 휴가를 간 것이 아니었다고 강변한다.

이러는 와중에 윤서인과 김세의는 백도라지의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만화와 글을 올린 것이다. 윤서인과 김세의가 쓴 내용과 유사한 글은 당시 SNS나 인터넷에 무수히 많았다. 대부분 국민들은 아버지의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아버지의 사망이 임박한 상황에서 발리로 여행 가서 여행을 즐기는 밝은 모습의 사진과 글을 올리는 백민주화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더구나 발리에서 아버지의 사망 사실과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발신지를 서울대병원으로 조작까지 했으니 아직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가 백민주화를 곱게 보기는 힘들지 않았겠나? 서구 사회라 하더라도 당시의 백민주화 행위를 비판하지 않았을까?

시댁 형님의 친정, 그것도 국내도 아닌 발리, 시댁형님의 아들 세례식 참석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아버지 부음이 코앞인데 2주간 해외여행 가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이해할까?

이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소회의 글을 올린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윤서인과 김세의가 훼손했다는 백도라지의 명예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사회의 도덕윤리적 관점에서 비난 받을만한 행위에 무슨 명예가 있는가?

백민주화가 발신지를 발리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조작한 것과 논란이 일자 SNS에 올렸던 발리에서 찍은 사진과 글을 삭제한 것은 백민주화 스스로도 자신의 행위가 당당하지 못해 숨기려 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4. 김세의와 윤서인이 근거한 것은 백민주화가 공개한 내용일 뿐

 

판사는 윤서인의 웹툰과 김세의의 소회의 글이 백민주화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했다. 그런데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풍자가 무엇인가? 풍자의 속성상 잘못된 일이나 사람을 비판하는 목적이 없을 수 있을까? 자신이 비도덕적이라 생각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소회를 적는데 그에 대해 비판하는 목적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김세의나 윤서인이 별도의 노력이나 수단을 동원해 백민주화가 발리에 간 일이나 백민주화가 올린 글들을 찾아내 그것을 근거로 웹툰을 그리고 소회를 밝혔다면 적극적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 할 수 있겠지만, 백민주화 스스로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일반인들이 알게 되었고 이미 언론과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두 사람이 사실로 확인된 이를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인데 이게 유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5. 백민주화는 제한적 공인이라 사실 적시해도 명예훼손이라고?

 

판사는 개인의 사생활은 공적 논쟁과는 관계가 없고, 특정한 시기 '한정된 범위' 내에서 관심을 끄는 '제한적 공적 인물'에 대한 사생활을 언급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해당 인물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적 논쟁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며 유죄 선고를 했다.

그런데 나는 판사의 이 논리에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판사의 말대로 백민주화는 아버지의 불법 폭력 시위와 경찰의 물대포 사건, 그에 따른 아버지의 사망이라는 특정한 사건에 노출된 제한적 공적 인물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왜 김세의와 윤서인이 대상으로 한 백민주화의 행위는 제한적 사적 행위로 보지 않고 백민주화의 사생활로 치부하는가? 김세의와 윤서인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백민주화의 일반적 사생활을 대상으로 비방하거나 희화화했다면 판사의 선고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김세의와 윤서인은 판사가 말한 공적 사건제한적 공적 인물공적 사건과 관련된 제한적 사적 행위를 한 것을 대상으로 자신의 소회를 말하고 풍자를 했을 뿐이다.

세월호 사고 유족들이 대리기사에게 갑질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 언론들과 국민 대부분은 갑질한 세월호 유족들을 비판, 비난, 비방을 했다. 김세의와 윤서인에게 유죄를 내린 논리라면 이 갑질한 세월호 유족들이 자신들을 비판, 비난, 비방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다면 이 판사는 유죄 선고를 내릴까? 갑질한 세월호 유족들도 제한적 공적 인물이고 세월호 사고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일로 비난을 받았다. 세월호 유족과 갑질 사건, 백민주화와 백민주화의 행동(발리 여행, 발신지 조작 등)이 무엇이 다른가? 똑같이 공적 사건제한적 공적 인물’, ‘공적 사건과 연관된 행위아닌가?

 

6. 나는 김세의다. 그리고 윤서인이다.

 

김세의와 윤서인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 곧 닥칠 일이며 우리에게 닥칠 일이다.

이건 좌/우의 이념 문제도 아니고 진보/보수가 싸울 일도 아닌 우리의 자유에 관한 심각한 문제다.

나는 그래서 지금부터 김세의이고 윤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