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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현존 육상동물중 가장 거대한 신체를 자랑한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7.5톤, 인도 코끼리조차 5톤의 체중을 가지고 있으니, 지구인들 대략 100명분의 체중이다.
코끼리의 세포가 지구인들의 세포보다 100배 클 리는 만무하므로, 그 세포의 갯수 또한 지구인들보다 훨씬, 아마도 100배, 많을 게 자명하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는데, 그중 암세포로의 돌연변이도 일어날 터이며, 암세포는 단 한 개의 세포일지라도 암으로 자라 개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확률적으로 코끼리가 지구인들보다 100배 더 자주 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그 몸집이 되도록 살아 있을지, 어떻게 80년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오래된 수수께끼였다.
지구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p53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세포 분열중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에 작용하여 그 돌연변이를 수선하거나, 혹은 세포사(apoptosis)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지구인들이 한 벌의 p53 유전자를 갖고 있음에 비하여 코끼리는 스무 벌의 p53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구인들은 세포사이의 신호를 중개하는 LIF 유전자를 한 벌 가지고 있는데, 코끼리는 열 벌의 LIF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다만 코끼리의 LIF 유전자는 유사유전자(pseudogene)로 바뀌어 더이상 역할을 하지 않을 뿐...
여기서 약 8000만 년전 장비목의 놀라운 돌연변이가 일어나는데, LIF 유전자중 한 벌이 LIF6 유전자로 진화하고, 이 유전자가 p53 유전자의 신호를 받아 활성화되게 되었다.
최근 「Cell Reports」에 실린 논문이 밝혀낸 LIF6 유전자의 기능은 무엇인가?
세포 분열중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의 운명은 본시 (1) 그대로 간다, (2) 수리된다, (3) 죽는다의 세 가지중 하나이었다. LIF6의 기능은 이중 (1)과 (2)의 가능성을 차단함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벽에 구멍을 뚫고,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효소들이 흘러나오면 그 세포는 사망한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에게 조금치의 자비와 관대함도 보이지 않고 그냥 엄벌하여 즉결 처분을 내림이 바로 LIF6의 기능이며, 이것이 코끼리 7.5톤의 비밀이라는 것이다.
제국의 통치법과 왕국의 통치법은 같지 아니하다.
왕국이란 단일 요소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가령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 식물이나 미생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제국이란 왕국들의 집합으로서, 그 안에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왕국의 왕에게 백성이란 자기 자식이거나 자기 친척이거나 어떻게든 자기 무엇으로 여겨질 터이므로, 채찍과 당근중 당근을 자주 나누어줄 수 있다. 똑같은 잘못이더라도 내 새끼라면 좀 더 너그럽게, 좀 더 이해심 있게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국이라면 그런 식으로 할 수 없다. 제국이 성립하려면 필연적으로 그 중심이 되는 종족이 있고, 거기 협조하는 종족이 있고, 반항하다 복속 혹은 진멸되는 종족이 있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는 그러하지만 일단 제국이 서면 그 제국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로마 제국의 시민법이 만민법으로 발전하듯이, 만민을 평등하게 대접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평등하게 당근을 나누어 준다? 이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일이다. 그 대신 평등하게 채찍질을 한다? 이것은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즉 미국같은 거대 제국에서 "경찰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니, 미국 경찰은 조금이라도 범법을 하거나, 특히 공권력에 반항한다 싶으면 국물도 없이 즉각 처분에 나선다는 것이다.
코끼리의 LIF6 유전자는 제국의 통치법을 닮았다. 그러니 "泰山不辭土壤 故 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 能就其深."이라는 이사의 말은 그 말대로 사실이로되,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온정주의, 타협주의, 적당주의가 제국에서 통할 이치는 없는 셈이다.
미국은 지금 이 별을 다스리는 초거대 제국이다. 미국의 통치법과 정은이의 괘장의 대결.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여 남한의 너그러운, 그러나 남보기에는 알량할, 동포주의가 그 사이에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이다.
(※ 괘장: 처음에는 그럴듯하다가 갑자기 딴전을 부리는 일. 꼬장×)
("태산은 흙덩이라도 마다하지 아니하는 고로 능히 그 큼을 이룰 수 있고,
하해는 가는 줄기라도 가리지 아니하는 고로 능히 그 깊음을 이룰 수 있다.")
2018.10.27 14:42:56
고래나 상어에도 저와 유사한 유전자 부분이 있겠군요..... 그걸 밝혀서 응용하면 인간의 암이 치유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추천 한 방 드립니다.
제국이야기 부분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제국주의에 해당하는 제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이나 중국이나 인도의 핵무기에 대해서 그닥 심한 제재가 없는 것은 적대관계가 아니기 때문이겠죠. 핵과 미사일이 미국을 향한다는 판단이 안 생긴다면, 미국이 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이런 부분에서는 저와 우주 님의 견해가 엇갈립니다.
2018.10.27 16:13:11
미국이 인류사상 가장 너그러운 제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에 필적하는 제국은 아소카왕의 마우리아 왕조 마가다 제국 정도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 둘이 제국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둘 다 초창기 혹은 발전기에 대량 학살을 해서 그에 대한 뉘우침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눈에 뜨입니다.
북한 이외 국가의 핵무기에 대하여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미국과 특수 관계국이고,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미국의 비밀 코드가 있어야 폭발되게끔 봉인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원조는 공짜가 아닙니다. 인도와 공산지나는 주권국가이므로 미국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 지금 이 별에서 미국을 제외한 주권 국가는 사실상 러시아, 공산지나, 인도 3개국밖에 없다고 봅니다. 유일하게 추가로 주권 국가가 될 포텐샬이 있는 나라가 브라질이니, 소위 BRIC에는 그러한 함의가 있었습니다. 브라질은 일단 미국의 견제때문인지 망했습니다.)
2018.10.27 17:46:54
제국주의시대의 제국.... 미국을 제국주의시대의 제국으로 간주하면, 우주 님의 말씀대로 인류사상 가장 너그러운 제국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국주의시대는 영영 사라져 버렸죠. 따라서 미국을 제국주의시대의 제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제국이 아닌 다른 단어가 새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저는 주권 국가의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치나 정책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OPEC국가가 가진 영향력을 감안하여 우리는 적당히 양보하고 적당히 수그립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주권을 잃은 국가는 아니잖습니까? 영향력이 큰 나라가 있는가 하면 영향력이 작거나 거의 없는 나라도 있습니다.
2018.10.27 18:03:56
제국과 주권국가의 정의가 뭐냐를 엄밀히 따지기 시작하면 결론 보기 힘듭니다. 수학 기호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 논쟁은 피하고 싶습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제국까지 끝난 것은 아니며, 크림 반도 상황이나 위구르 및 티벹에 대한 공산지나의 탄압을 보면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는지도 의심스럽지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미 국가안보국의 비밀을 누설하였던 스노든이 그 몸뚱아리 하나 둘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러시아로 망명한 사실과, 여기 협조하던 위키릭스의 창설자 쥴리안 어산지 역시 몸뚱아리 둘 곳이 없어서 런던 소재 주영 에쿠아도르 대사관에 수년째 갇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 6년이 넘었군요. 금고형과 얼마나 다를지...)
찾아보시면 미국이 리드하는 국제 질서의 막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웬만한 직장 입사 지원 자격 보면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가 통상 문구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말하는 해외 여행은 바로 "미국 입국"을 의미합니다. 기소 유예가 벌금형보다 오히려 나쁜 까닭중 하나입니다.
에쿠아도르가 주권 국가 맞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 대한 답변은 미리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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