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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아크로의 글들을 읽어보니 아크로는 세번의 큰 균열이 있었던 것 같다. 대립이 발생한 시간 순으로 나열하자면,
첫번째 균열은 '유시민을 둘러싼 균열'.
두번째 균열은 '호남차별 인식에 대한 논란'.
마지막 세번째 균열은 '노무현의 호남차별 정책에 대한 해석에 대한 논란'.
세 개의 균열의 공통점은 노빠와 닝구의 '호남차별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그 인식의 차이에서 호남차별의 책임으로 분화되어 균열은 더욱 심해진다.
'영남정치인'이 책임, '영남인들'이 책임.
이 균열에 대하여 내가 누누히 언급했던 호남차별에 대한 사례 둘. 각종 사이트에서 댓글들을 유심히 보다보면 아직도 횡행하는 현상이다. 즉, 책임의 범위를 정치인에게 국한시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야그.
"비호남인 누군가가 잘못하면 그 잘못한 사람이 다구리를 당하는 반면 호남인인 누군가가 잘못하면 다구리 당하는 것은 '호남'".
"홍어 등 호남 차별 발언이 누군가에게 제기되면 대다수는 침묵. 그런데 그 홍어라는 호남 차별 발언에 반발하여 통구이라는 발언을 누군가가 하면 그 때서야 다수의 네티즌들이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발언들은 자제하자'라고 이야기한다."
이 현상이 과연 정치인의 책임으로 국한될 것인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너무 강한 발언이니까 표현을 달리하자면 '이런 호남차별이 만연하여도 방치되어 있는 차별한국에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 창피하게 여겨야 한다'.
아크로의 세번의 균열 중 핵심은 두번째 균열.
그런데 그 두번째 균열은 끝내 봉합되지 못했다.
노빠와 닝구 양자 진영에서 '호남차별은 있다'라는 것에는 합의를 했지만 노빠의 인식은 "'상당히 많은 일탈행위'이며 그 일탈행위는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는 성격이므로 자정능력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라는 것임에 반해 닝구들의 인식은 이 호남차별이 특히 호남인들의 삶을 바꾸고 나쁜 쪽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제도의 힘을 빌어서라도 시급히 척결해야 한다"는 것.
결국, 호남차별에 대한 노빠와 닝구 양 진영은 '현상이 있음은 인정하되, 그 현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노빠들은 다수가 떠났고 닝구들은 아크로의 메저리티가 되었지만, 한 때는 같은 정치적 동지였을 노빠들의 이탈에 대하여 '앙금과 아쉬움'이 교차했으리라.
이런 간극이 아크로 후원금 모금이 지지부진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크로의 기호(사인)는 '공론의 장'.
그 아크로의 사인을 기표와 기의로 나누면 기표는 '노빠가 주축으로 만들어진 사이트', 기의는 '닝구가 메저리티가 된 사이트'.
그 공론의 장에서 결국 봉합되지 못한 균열이 간극은, 노빠에게는 '닝구가 메저리티가 된 사이트에 왜 내가 후원금을 내?'라는 인식 그리고 닝구에게는 비록 메저리티기 되었지만 기의는 여전히 유효한 아크로에 '후원금을 내서 내가 노빠의 기의에 동의하란 말인가?'라는 인식이 교차되면서 후원금 모금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크로는 사이트의 번영을 위하여 '종의 다양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이트의 번영은 '한 종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경우'라는 것이 여러 사이트들에서 증명이 되었으니 아크로의 '종의 다양성 정책'은 아크로의 쇠락을 내정하는 정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쇠락은 노빠와 닝구의 끝내 봉합되지 못한 균열 때문에 가속화 되었다고 본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나이들이 먹어가면서 소속된 조직 내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는 위치가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생업이 바쁘므로 한가하게 사이트에 글을 쓸 시간조차 없는 것이 주요 이유이겠지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2018.10.09 12:02:47
페북으로 옮겨가며 일부는 보수진영의 필진이 되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페북에서 보고 배우는 게 훨씬 많아서 온라인 커뮤니티 공론장이 무의미해져 버렸어요.
2018.10.10 02:25:39
사이트의 구성원들의 동질감이 강한경우가 사이트 존속에 유리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같은것을 추구하는 동질감이 될수도 있고, 같은것을 반대하는 동질감이 될수도 있겠지요.
진영을 떠나서 진실을 추구하는것을 최우선시 한다면 다양한 관점들이 공존할수 있겠지만
아크로가 그러한 ‘진실추구'를 위해 만들어진곳도 아니고 정치사이트에서 구성원들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진실을 최우선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진영을 떠나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토론이 가능한 사이트가 있었으면 하는데
어찌되었건 아크로가 그나마 가장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아크로가 존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후원금은 현재 1년정도의 운영비가 있다고 하니 적어도 앞으로 +1년 정도는 재정적으로 버틸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오히려 참여율 저조로 인해 사이트가 유명무실화 되는것이 더 우려 됩니다만 저조차도 언급하신것처럼 사이트에 글쓰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나이가 들면서 내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것을 계속 깨닫게 되면서 글을 쓰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눈팅이나 간간히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2018.10.11 12:12:14
PiedPiper님/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잘 계셨지요? 바쁘시더라도 가끔 흔적을 남겨주세요... ^^
님의 말씀 중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글 쓰기 쉽지 않다'는 충분히 공감하고 또한 사람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말과 글의 무게감을 느껴가면서 당연히 드는 생각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데,
'내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다'라는 부분은 이해는 되는데 그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장애물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검증(다른 말로 (좋은 의미의)인정욕구)을 받고 싶지 않을까요?
2018.10.10 09:33:07
(추천:
1 / 0)
갈수록 두려움(?)이 앞선다고 할까요.
말씀하신대로 SNS는 전파의 매체이지 토론의 매체는 전혀 아닙니다.
트위터의 경우 선동형 매체이고
페이스북의 경우 고정적으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는 형태의 매체입니다.
저런 매체들의 특징은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과 유사한 의견들만 모이고
그와 유사한 사람들만 맺어줍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빠르게 갈라지고 굉장히 빨리 고립됩니다.
아크로의 경우는 말씀하신 내용에 한두가지 추가할 수 있는데요.
온라인(PC통신 이후)은 계속 새로운 인물이 유입되어야 버틸 수 있습니다.
항상 떠나는 사람은 생기니까요.
문제는 아크로에 글을 쓰고 토론을 하는게 요즘 세태에서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자료 찾아서 링크걸고 꼼꼼히 써야 하고...
어긋나면 상세한 토론도 해야하는데 많은 시간과 심력이 소비되죠.
그런 허들이 존재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정착을 못하지 않나 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죽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남한 정치가 현재 무슨 대립점이 있길 합니까.
그 어느때 보다 한쪽으로 쏠려있고 토론이나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니까요.
정치싸이트는 선거나 정치이슈에 대해 논박이 강할때 흥하는데...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 봅니다.
...
2018.10.11 12:16:50
Asker님/님 말씀 구구절절 맞는 말씀인데 뭐랄까? 아크로는 새로운 사람이 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에는 분위기(?)가 좀 무거운건 사실입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것으로 유명한 저도 아크로에 오면 아크로에 처진 결계 때문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정도가 꽤 줄어드니까요. (뭐... 줄어든게 그 정도야?라고 놀라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데 님이 핵심을 말씀하셨네요.
아크로의 쇠락은 정치가 죽었기 때문이죠.
과거 아크로에서도 계속 논란이 되었던 '새로운 게시글이 적어지는게 아크로가 죽어간다'...라는 주장들에 주로 getabeam님이 반론을 펴신, '지금은 정치철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것이고 그건 100%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지금은 정치철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님 말씀대로 정치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런데 당분간이라........... 님 말씀대로 정말 당분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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