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쉽게 감동하고, 의욕도 쉽게 생깁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동은 잘 못 느끼게 되고, 의욕은 쉽게 사그라듭니다.

익명28호 님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둘째 이유로 짐작되는 것은 '존경심의 결여'입니다.

같은 뜻을 가지고 힘을 합치던 사람들의 과오가 드러나면서 존경심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죠.

혐오감이 생기면서 마음을 주기가 싫어지고, 그래서 같이 일하기가 싫어집니다.

적당히 알려지고, 적당히 몰라야만 존경심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승만의 실체가 낱낱이 알려졌다면, 그가 독립운동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없었을 테죠.)

오늘날 인터넷으로 정보가 쉽게 퍼지는 상황에서는 비밀 유지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공의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서 살겠다는 익명28호 님의 결정을 찬성합니다.

남들은 이민도 간다고 하는데, 관심을 끊는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죠, 뭐...


미국의 역사가 궁금해서 간략하게 다룬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형태로 성립되었는데,

독립하기 전부터 '흑인노예제도'에 대한 찬반으로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갈등하고 있었더랍니다.

처음에 13개 주로 시작해서 점점 영토를 넓혀서 주들이 연방에 추가되었는데요,

흑인노예제를 찬성하는 노예주와 반대하는 자유주로 반반씩 나뉘어 있었답니다.

주들을 연방에 추가할 때, 자유주 1개+노예주 1개로 추가했더랍니다.

자유주가 더 많아지면 반대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헌법이 개정될 우려가 있고,

노예주가 더 많아져도 반대의 개정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그랬답니다.

흑인노예제도에 관한 갈등과 대립은 상대방을 말로 설득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되었습니다.

흑인노예제도를 유지하려던 남부의 여러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합니다.

남북전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흑인노예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말이 납니다.  

제도 하나를 놓고 내전까지 벌여야만 했더랬습니다........

이게 인간의 행태죠.

흑인노예제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등과 대립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보수우파와 개혁좌파의 다툼은 어린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치더라도,

모두가 앞장설 수는 없습니다.

앞장서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뒤에서 뒷받침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몸으로 때우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돈으로 때우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글로 때우는 사람도 있어야 하죠.

각자 나름대로 기여하여 힘을 합치면 됩니다.


아무 것도 바꾸지 말자는 보수.....

보수는 참 쉽습니다.

걍 가만히 있으면 되거든요.

하나씩이라도 바꾸자는 개혁....

개혁은 참 어렵습니다.

반대자들, 무관심자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무능하고 멍청한 리더까지 있으면 더 힘들어지지요... 자괴감이 든다니까요...)


열정에 쉽게 휩싸이는 젊은이는 참여하고,

실망과 회의에 지친 늙은이는 뒷받침하는 식으로 개혁을 해나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