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는 진영주의에서 벗어나라

- 최진기의 전력 관련 강의에 대해

 

2018.08.22.

 

지난 주, 독도문제에 대해 최진기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래도 최진기의 강연은 들을 만 한 것이 많고 특히 역사, 문화, 경제 분야의 강의 중 몇몇은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최진기는 진영주의에 젖어있고 모든 사안을 자신의 이념적 관점에 너무 경도되어 바라보고 있어 그의 해석과 전망이 잘못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의심되는 부분은 반드시 검증해야 하구요.

최진기의 강의나 강연은 들으면 그럴 듯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확인해 보면 그의 예측과 전망이 제대로 맞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최진기가 진영주의에 경도되어 대중들을 기만한 케이스를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여름 폭염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일고 그 주범으로 누진제가 거론되자 최진기는 전력요금 관련하여 오마이스쿨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옹호하는 듯한 강연을 합니다.

<20188, 최진기의 누진제 옹호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bDLFN3Eo31E

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적극 찬성했고, 2016년 누진제 폐지와 완화를 주장한 당시 야당인 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을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이런 제 의견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최진기가 최근 누진제 자체를 옹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그 강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지엽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최진기가 누진제누진세라고 제목을 달고 강연중에도 자꾸 누진세라고 하는 것은 귀에 거슬렸습니다. 전기요금은 전력을 사용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지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지요.

최진기의 강연의 진짜 문제는 진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번 강연도 이에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이는 최진기가 2013년에 전력 관련해 강의했던 내용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보수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의 최진기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문제점과 자칭 진보 정권인 문재인이 집권하고 있는 2018년의 최진기의 전력산업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다릅니다. 전력(산업)이라는 것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진대 왜 최진기는 말이 180도 달라졌을까요?

<2013, 최진기의 전력위기 주범에 대해 강의하는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kjS6czUM8GA&feature=youtu.be

최진기는 2013년에는 전력위기의 주범이 산업용이며 기업들에게 전력요금을 싸게 공급해 기업들이 전력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위기가 와 국민(가정)들은 고통을 받는다는 식으로 강연합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와 일본, 독일 등의 다른 OECD 국가의 단가와 비교하고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싸다며 자신의 주장이 명백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듯이 열변을 토했죠. 하지만 최진기는 다른 나라의 가정용이 산업용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고,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싸게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2012년에 산업용의 원가보상률이 가정용의 원가보상률을 상회했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전력사용량 중 가정용은 18% 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가정에만 전기를 아끼라고 독려한다며 정부를 성토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 때문에 국민들이 죽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팍팍 심어주고 있죠.

2013년의 최진기의 강의는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만 취사선택하여 통계를 왜곡하여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강변해 대중들을 기만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집권하고 있는 보수 정권에 전력위기의 책임을 지우고 반기업 정서를 국민들에게 고취해 선동하기 위함이었다고 추론한다면 무리일까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만 보더라도 뻔히 알 수 있는데도 최진기는 왜 저런 식으로 기업 때문에 전력 위기가 왔다고 사기를 칠까요?

이명박 집권기와 박근혜 집권 초기(2013)까지 우리나라에 전력위기가 온 것은 전적으로 노무현 잘못인데도 최진기는 노무현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집권기에 블랙 아웃 위험이 오고 부분 단전까지 한 것은 전임 정권이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하고 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은데다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실에 맞지 않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이 집권하자 노무현 정부가 예측한 전력수요보다 훨씬 높은 전력사용이 일어났고 전력예비율은 급격하게 떨어져 이명박 재임 내내 여름철이면 블랙 아웃을 걱정하게 된 것입니다. 민간 LNG 발전소는 풀 가동하게 되어 이명박 재임 기간 중 SK, LG, 포스코 등 민간 LNG 발전업체는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었습니다. 이에 놀란 이명박은 발전소를 더 지어 박근혜 정부에 이르자 전력예비율이 크게 올라가게 되고, LNG 발전량은 줄일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자 한전은 전력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의 전력 구입량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되어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반면, 민간 LNG 발전업체들은 LNG 발전 가동률이 떨어져 수백억씩 적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때문에 전력위기가 오고, 민간 LNG 발전업체들은 떼돈을 벌게 된 사실은 최진기는 말하지 않고, 엉뚱하게 기업들에게 산업용 전력요금을 싸게 공급하는 특혜를 주어 기업들이 전기를 펑펑 쓰게 된 것이 전력위기의 주범이라고 사기를 쳤습니다.

이랬던 최진기가 문재인 정권하의 2018년이 되자 입장을 180도 바꿉니다. 이번에는 산업용이 결코 가정용에 비해 싸지 않다는 점을 다른 국가와 비교하며 설명해 줍니다.

가정용 누진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2016년 당시 야당들이 온 동네방네에 누진제 폐지와 완화 현수막을 걸고 근 1달여 동안 박근혜 정부에게 총공세를 가할 때는 가만 있다가 올 8월에 다시 누진제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 온다고 여론이 좋지 않자 이번에는 누진제를 옹호합니다.

2016년 당시 야당의 아우성 때문에 2017년부터 누진제를 완화해 실시했지요. 그 결과 고소득 전력다소비 가정은 월 수십만원 전력요금을 덜 내는 반면 한 달에 300kwh 이하를 쓰는 서민층과 중산층에게는 전혀 수혜가 없었습니다. 15천억에 달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삭감의 혜택은 거의 전부 고소득 전력 다소비 가구에게 돌아갔지요. 최진기는 이런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빈부의 차별이 있다며 서민층에 대한 전력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기초수급자 등 서민층에 대한 전력 지원정책이 예전부터 있었고 이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최진기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폭염으로 에어콘 설치가 많아 LG나 삼성은 떼돈을 벌었을 것이니 이들 기업들에게 전력요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는 최진기의 말에 저는 실소가 나왔습니다.

최진기의 논리대로라면 폭염에 빙수를 많이 팔게 된 가게는 전기요금 더 내고, 여름 지나 에어콘 안 팔리는 계절이면 LG나 삼성의 전기요금은 깎아주어야 하지 않나요?

저런 인식을 갖고 있는 자가 경제문제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행세하며 강연하고 그 강연을 진실인 것처럼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을 완전히 배제하며 강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Fact를 말하고, Fact를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에 따라 해석하고 그에 기반해 예측해야지,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에 Fact를 맞추거나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삼아서는 안 됩니다.

진영주의에 빠져 똑같은 사실이나 사안을 두고 내 편에게는 유리하게 해석하고, 상대 편에게는 불리하게 해석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과거와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과거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대중들은 전문가도 아니고, 생업에 바빠 검증해 볼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강연자(최진기)가 과거 어떤 강연을 했는지도 알 수도 없고, 설사 과거에 똑같은 사안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강연과 달랐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데도 둘 다를 맞다고 인식했다는 자신을 알 수가 없습니다. 강연자(최진기)는 대중들을 농락했지만 대중들은 자신이 농락당한 줄 모르는 것이죠. 이건 사기이며 비극이지요.

 

최진기는 진영주의에 경도되어 있어 그의 강연은 조심스럽게 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진기가 대중들에게 인문학을 쉽게 설명하고 흥미를 갖게 만든 공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약장사 같은 강연이라 가벼워 보일 때도 있고 엉뚱한 헛소리를 할 때도 간혹 있지만, 그래도 그의 인문학 강의는 도움이 될 때도 많으니 제 글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