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리퍼.

연쇄살인범죄계 넘버원 슈퍼스타.

그동안 수많은 연쇄살인범이 명멸했지만 잭 더 리퍼의 명성을 감히 따라가는 연쇄살인범은 없다.


미국 최초 연쇄살인범이며 살인을 위하여 '살인 호텔'까지 만들면서 살인 행각을 자행했던 HH 홈스.
현대암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 연쇄살인범 조디악.
연쇄살인범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백주대간에 그 것도 살인할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친척집에서 최초로 살인을 한 후 하루만에 열 명 이상 살인을 한, 헐리웃 영화화된, 일반적으로 칙칙한 '연쇄살인범죄'와는 달리 '응? 뭐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연쇄살인범죄계의 이단아.

잭 더 리퍼는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에서도 캐랙터화 되었으며 만화 코난 시리즈에서도 동명의 범죄자가 등장하고 음악에서도 잭 더 리퍼를 소재화 하는 등 잭 더 리퍼의 넘버원 슈퍼 스타 위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잭 더 리퍼가 연쇄살인범계 넘버원 슈퍼스타의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가 영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유, 범죄수사학 측면에서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라는 타이틀 홀더 이외에 끝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연쇄살인범죄계의 넘버원 슈퍼스타 잭 더 리퍼.

잭 더 리퍼의 일화들을 접하다 보면 한그루의 발칙한 상상력이 동원된다.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은 추리소설이라는 쟝르를 창안한 에드거 알렌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행각에 영감을 받아 재 더 리퍼의 연쇄살인행각을 벌리던 시점부터 추리소설계의 거성 셜록 홈즈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트가 등장, 그 시대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모든 소설 쟝르 중 추리소설 장르가 압도적인 위치를 차치하게 한 것은 아닐까?"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을 때 영국 언론들은 '사실보도'보다 '어떻게하면 더 자극적으로  보도할까?'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당시에도 살인사건들이야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겠지만 특정인이 살인을 연쇄적으로, 또한 시신에 남긴 엽기적인 칼질들은 당시 대중들에게 충격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사실, 우리가 읽고 있는 추리소설들은 연쇄살인범죄를 순화시켜 전개한 것이다. 범죄대상이 불특정다수에서 특정 다수로, 그리고 연쇄살인이라는 범죄형식은 비슷하지만 추리소설에서의 연쇄살인은 살인범이 '살인동기'를 숨기기 위하여 또는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알아채린 사람'을 죽임으로써 발생한다. '살해되어야 할 이유'를, 추리소설에서는 확실히 부여하기 때문에 '살해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없는 연쇄살인범죄보다 훨씬 덜 칙칙한 것이다.


아마도,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범죄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추리소설이라는 쟝르는 '에드가 알렌 포우의 새로운 소설 쟝르 시도'로서만 소설 역사에서 남았을지도 모른다.


영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자 범죄수사학 측면에서 보자면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잭 더 리퍼. 

그런데 잭 더 리퍼가 가지고 있는 '범죄수사학 상 최초의 연쇄살인범'이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당시의 과학수사기법이 좀더 발달했다면 미국의 최초의 연쇄살인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HH 홈스에게 넘겨주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익사체가 단순 익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익사 전에 어떤 방법이 신체에 가해지거나 또는 물에 빠지기 전에 죽음에 이르러서 실제 사인은 '익사가 아닌 것'을 밝히는 것은 현대 과학수사기법에서는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당시의 과학수사기법은 HH 홈스가 이런 시절 친척을 비롯한 여러 명을 익사시켰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리고 '살인 호텔'로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죄를 일으켰을 때도 HH 홈스의 어린 시절의 범죄 행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HH 홈스가 감옥에 수감되어서 썼던 회고록에도 어린 시절의 범죄 행위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HH 홈스의 어린 시절의 살인행각은 어쩌면 소문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 익사사고의 통계에서 특정 지역에 특정 기간에 익사사고가 많았고 그 익사사고의 피해자가 HH 홈스의 친척이거나 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는 증언들은 백년이 지났음에도 HH 홈스에게 짙은 혐의를 갖게 한다.


묻혀 있던 HH 홈스의 어린시절의 살인행각은 HH 홈스의 고손자가 주장한 가설이 논란이 되면서였다.


"잭 더 리퍼와 HH 홈스는 동일 인물"


잭 더 리퍼가 연쇄살인행각을 저지른 해와 HH 홈스가 살인호텔을 지어 연쇄살인을 저지른 해가 같은 연도였다는 것을 안다면, 이 가설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도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려면 더우기 편도가 아닌 왕복이라면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드는 현실에서 비행기가 없었던 당시에는 동일 인물이 영국으로 건너가 연쇄살인행각을 벌인 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살인호텔을 짓고 연쇄살인행각을 저지른다는 것은 아마도 소설로 쓴다면 '참, 소재가 얼마나 없었으면 이런 황당한 소재로 소설을 쓸까?'라고 비난을 받았을테니까.


이런 이해하지 힘든 가설을 가지고 HH 홈스의 고손자와 전직 CIA 요원이 한 팀이 되어 역사 고증에 나섰다. 그리고 최초로 밝혀낸 것이 '알리바이 부재'.

범죄수사에서 필수적인 알리바이 부재 증명인데 잭 더 리퍼가 영국에서 연쇄살인행각을 벌린 기간 동안 HH 홈스의 미국에서의 행적은 기록에 없다. 알리바이 부재 증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술하자면, 잭 더 리퍼가 영국에서 연쇄살인행각을 벌리기 전까지 HH 홈스의 미국에서의 행적은 기록에 뚜렷히 남아있다.


여담이긴 한데, 미국의 기록 역사를 보고 감탄을 했다. 백여년 전의 사소한 기록까지 남아서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탄과 함께, 지금은 폐기 물질로 전락한 진중권이 일갈이 생각이 났다.


"자신의 생각을 우리의 언어로 쓰기 시작한 것이 50년도 채 안되니 우리나라의 문서들이 문서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예시로 박정희 혈서 사건 관련하여 그 사실을 보도했다는 신문(그 신문 이름은 잊어버렸다만)은 서울대 보관본에 의하면 거젓이었다. 그 혈서 사건이 발생한 시기의 신문은 서울대에 없었으니까. 당시 나는 그 사실을 기반으로 '박정희 혈서 사건은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가 꽤 오랜 시점이 지나서 다른 곳에서 박정희 혈서 사건을 보도한 그 신문의 원본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나는 사과를 했다.


그런데 내 사과와 관계없이, '벅정희 혈서 사건'은 주장의 올바를 순서였을까? 일단 선동하고 증거를 찾지 못하면 선동한 내용만 남고 증거를 찾으면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않느냐?'라는 아주 저급한 사건 증명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논란도 '참말/거짓'으로 주장되어지다가 '사실과 변명'으로 논점이 바뀐 이 사건은 만일, 기록보관에 충실했다면 그런 소모적인 논쟁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모적인 논쟁들 역시 기록들의 충실한 보관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보관의 충실함에 있어서는 영국이 더 충실했다. 영국의 대영제국박물관은 천여년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니까. 우리는 국민성향 상, 이런 기록을 충실히 남기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청와대의 기록물만 해도 정권이 바뀌면 확확 바뀌는 것은 물론, 예로 '독도 관련 문서들'도 정부관련 사이트에서의 기록들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그리고 그런 틈을 타 이미 파해된 주장들이 리바이벌 되어 소모적인 논쟁을 벌리는 것이 현실이니까.


언제쯤이면 우리나라는 기록을 소중히 여길까?


각설하고,


영국에서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행각이 벌어지기 전, HH 홈스는 살인호텔 건설용으로 수많은 토지들을 매입했다. 그런 기록들이 관찰되었다가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행각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HH 홈스의 미국에서의 행각은 기록물들에서 자취가 사라졌다.


잭 더 리퍼와 HH 홈스가 동일인물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하여 HH 홈스의 고손자와 전직 CIA 요원은 영국으로 건너간다.


전술하였지만 천년 이상의 기록들이 충실히 보관된 대영제국박물관의 기록들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충분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자료를 제공한다.


가설이 참임을 증명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으로 19세기말 영국인이 쓰는 영어와 미국인이 쓰는 영어의 차이점.

내가 범죄수사학을 즐겨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첨단과학기법을 동원하는 방법을 지켜보는 것인데 19세기 당시 영국의 수십만권에 이르는 책들과 기록들과 미국의 비슷한 수치의 문서들에서 나오는 표현 등을 비교하여 당시 영국인과 미국인이 '표현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 그 표현의 차이는 연도별로 사용빈도수를 통계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잭 더 리퍼가 한 신문사 사장에게 보낸 편지가 분석이 되며 잭 더 리퍼는 '영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 잠정적 결론. 잭 더 리퍼가 편지 서문에 썼던 'Dear Boss'라는 표현과 서너개의 표현은 당시 영국인은 잘 쓰지 않았던 표현인 반면 미국인이 주로 썼던 표현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


물론, 이런 기법에 감탄사를 자아내기는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연쇄살인범이라는 특질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부분은 심리학적으로 아주 긴 분석글을 표현해야 하는데, 설사 그 분석이 틀린 것일지라도, 그건 생략하기로 하고 연쇄살인범의 특질은 강박관념과 강박관념에 의한 언어표현에 대한 집착 등을 생각해볼 때 그런 특이점을 간과한 채 단지 통계 숫자만으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후로 전개된 가설의 증명들, '동일인물이다'라고 추정되는 증거들은 증거로서 너무 희미하고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행각의 피해자의 머플러에 남아있던 혈흔들의 DNA 분석의 결과 'HH 홈스의 고손자'와 일치하는 것이 없다는 결정적인 불일치 증거들, 그러나 잭 더 리퍼는 DNA를 분석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남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머플러에 잭 더 리퍼의 혈흔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이 '결정적인 불일치 증거'가 과연 '불일치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칙칙한 연쇄살인범죄의 기록이 아닌 '잭 더 리퍼와 HH 홈스는 동일 인물'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첨단과학기법을 보는 것과 그동안 나타난 증거들, 그 증거들이 가설에 합당한 것이든 아니든, '어떻게 그런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라는 상쾌함(?) 그리고 다큐를 시청하는 동안 내 자신, 두뇌를 동원하여 또 다른 추리를 하는 즐거움에 빠져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가설이 어떻게 결론을 맺었는지 모른다. 내가 즐겨보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다큐로 방송 중인데 흐름 상 이번주에 '어떤 결론'을 맺고 종영되었을 것인데 다음 주 월요일 새벽 한시에 히스토리 채널을 켜보면 종영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겠다. 그리고 종영되었다면 재방송 시간을 기다리면서 어떤 결론을 이 다큐는 맺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최초 연쇄 살인범 잭더 리퍼와 미국 최초 연쇄 살인범 HH 홈스는 동일인물'이라는 가설의 상쾌함, 그 가설을 추적하기 위한 약간은 어설퍼 보이지만 나름 치밀했던 추적 과정 그리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이 '참'임을 증명하기 위한 첨단과학의 동원들..... 


칙칙한 연쇄살인기록 다큐에 비하면 너무도 재미있었던 이 다큐를, 범죄과학수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비록 재방송이라도 챙겨보시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추리를 좋아한다면, 당신을 상큼한 추리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 확실하므로.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