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 013. 진화 심리학 가설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61

 

 

 

저명한 신경과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Why did freezing become a genetically hardwired behavior? Obviously, there’s no way to know for sure, since we have no fossil record tracing the evolution of behavioral or mental capacities. However, a reasonable hypothesis is that freezing is a beneficial response when faced with a predator. (Synaptic Self, Joseph LeDoux, 6)

 

왜 이런 얼어붙기가 유전적으로 입력된 행동이 되었을까? 행동 혹은 마음의 능력들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화석기록이 없기 때문에 그 이유를 확실히 밝혀낼 길은 없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가설에 따르면, 얼어붙기는 포식자와 맞닥뜨렸을 때 이득이 되는 반응이다. (『시냅스와 자아』, 조지프 르두 지음, 김봉균 옮김, 23)

 

화석 기록이 없다면 확실히 알 수 없단다. 참으로 순박한 논리다. 조지프 르두는 진화 생물학자들이 오직 화석 기록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르두는 여기서 쥐가 고양이를 보고 두려움 속에서 꼼짝 안 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쥐는 왜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도록 진화했을까? 물론 쥐의 그런 행동이나 마음 상태를 담은 화석 기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화석 기록이 없다고 좌절할 진화 생물학자들이 아니다. 이것은 빅뱅 이후 몇 초 동안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이 없다고 물리학자들이 좌절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쥐는 왜 고양이를 보고 얼어붙는가?”라는 질문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온갖 종류의 정보가 있다. 쥐의 DNA 정보, 쥐의 조상들이 살았던 지역의 생태계에 대한 정보, 얼어붙기 반응과 관련된 계통학적 정보(어떤 동물에게는 얼어붙기 반응이 있고 어떤 동물에게는 없는가?), 살아 있는 쥐가 얼어붙기 반응을 보일 때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현상들, 살아 있는 쥐가 얼어붙기 반응을 보일 때 나타나는 행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 얼어붙기 반응과 관련된 발생학적 사실들,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 오랜 기간 진화한 동물에 대한 정보, ...

 

만약 르두가 진짜로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위에서 나열한 온갖 정보들 그리고 위에서 나열하지 않은 온갖 정보들을 몽땅 이용하더라 도 그 이유를 확실히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어떤 표현형 A의 진화와 관련된 정보는 다른 표현형 B와 관련된 정보보다 확실히 알아내기가 힘들다. 그런 경우 표현형 A에 대한 진화 가설이 표현형 B와 관련된 진화 가설보다 검증하기가 힘들 것이다. 즉 어떤 진화 심리학 가설은 다른 진화 심리학 가설보다 검증이 힘들다. 이것을 부정할 진화 심리학자들은 아무도 없다.

 

또한 어떤 진화 심리학 가설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진화 심리학자들이 수십 명이 모여서 몇 시간 동안 궁리를 해도 도저히 검증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과학 분야에는 그런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먼 미래에도 결코 검증할 수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볼 때 검증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진화 심리학 가설들은 (거의) 모두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세상에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진화 심리학이 탄생하기 이전에 진화 생물학계나 심리학계에서 제대로 쓰던 검증 방법론을 계승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검증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다.

 

기존의 검증 방법론들과 앞으로 개발될 검증 방법론들이 우리에게 알려졌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정보들과 결합하여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진화 심리학 가설이 검증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사람은 결코 하늘을 날 수 없다”라고 장담했던 사람들만큼이나 어리석어 보인다.

 

 

 

억울하면 검증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시라. 미래에 개발될 검증 방법론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 기존의 검증 방법론과 세상에 널린 온갖 정보들에도 불구하고 진화 심리학 가설이 검증 불가능함을 한 번 증명해 보시라.

 

 

 

201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