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며칠 전에 추미애가 이런 말을 했군요. (물론 추미애가 뭘 알고 저런 소리를 했다고 여겨지지 않지만서도) 저도 이 말에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각종 경제 지표들이 상당히 안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몇몇 경제연구소들에서 대한민국이 불황국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실물 경기가 안좋다는 것이겠죠. 이게 돋보이는(?) 이유는 뭐냐하면 다른 OECD 국가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경기가 - 특히 실업률 면에서 - 상대적으로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 최저임금 문제가 언론에 많이 두각이 되다보니까 그런지 국민들 사이에서 체감 경기 부진의 이유를 최저임금문제로 생각하게 된 듯 하네요.

물론 최저임금은 너무 급격한 인상했고, 그 후폭풍에 대해서 미리 전문가들과 상의 및 선행 연구를 안했으며,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일단 밀어부쳤습니다. 지금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부랴부랴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런 재정 투입 부분도 미리 예상하고 설계한 것이 아니라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아주 급하게 추진한 것이죠. 즉, 절차상, 기술적 문제가 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인상 자체가 만병 (e.g, 경영부진, 소비저하, 기업투자 감소, 일자리 소멸, 고용률 악화 등등)의 근원일 수 없습니다.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면 쉬울까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폭을 확연히 낮춘다고 대한민국 경제가 훨씬 좋아질까요? 경제 전체는 차치하고 일자리만 봐도 최저임금 인상율을 제로로 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겠습니까.

거시경제 지표들이 나쁘게 나오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벌어진 것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얼마전에 나온 KDI 보고서에서도 앞으로 비슷하게 인상하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미 그 보고서 자체가 청와대와 기재부의 검토를 거쳐서 나온겁니다. 정부에서도 뒤로 물러설 준비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내년은 10% 선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내후년에도 경제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아마 이보다 훨씬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왜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로 죄없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 가지고 싸우게 되었냐를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바로 결국 문재인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가 여러번 말했지만, 임금주도 성장론 자체가 경제학적인 근본이 없는 이론입니다. 그것을 베껴다가 쓴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이라는 것은 더 한심한 동어반복일 뿐이고, 게다가 최저임금인상 정책이라는 것이 소득주도성장론 자체와 무관한 정책입니다. (참고 http://theacro.com/zbxe/5401192 )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인상 이외에 현재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한다고 하면서 뭘 제대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취임하자 마자 대통령이 일자리를 집적 챙기겠다라고 하면서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같은 것 만들어서 언론에 쑈했던 것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탁현민 작품이라 여겨집니다만). 지금 그 현황판 어떻게 되었나요? 

37조 퍼붓고도…고용·투자 `반토막`

http://news.mk.co.kr/newsRead.php?sc=&year=2018&no=453414 

돈으로 치자면 1년만에 벌써 MB가 4대강에 썼던 것보다 훨신 많이 쓴 거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퍼부을 지 기대가 됩니다. 또 한편으로 세재 개혁은 어떤 정권이 어떤 식으로 하더라도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경제에 변화를 줄만한 수준으로 할 수도 없으니 기대도 안합니다.

그런데, 적폐청산의 핵심중의 하나였던 재벌개혁은 어떻게 됐나요? 뭐하고 있죠? 이런 와중에 왜 이재용은 왜 만났을까요? (남의 잔치에 가서 자기들 밥숫가락 꼽는 특기는 여전하더군요.)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들이라는 것도 뭐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그냥 추경해서 돈 좀 더 쓴거? 실제로 일년 넘게 한 일이라고는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은 놔두고 가장 아래 약자들끼리 싸우게 만든 것 밖에 더 있습니까.

여기서 본문 내용과 논외로 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 둘 중에 하나는 혁신성장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철폐 이야기입니다. 지난 대선 때 문빠들이 규제개혁 관련 논의가 나왔을 때 뭐라고 했는 지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웃기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규제프리존 이야기한 안철수를 천하의 신자유주의자로 양념치던 문슬람들 지금은 왜 입 꼭 다물고 있는 지 말이에요). 지금 문재인이 친히 나와서 쑈를 하고, 김상조도 멘트를 치고 있던데, 미안하지만 이 정부는 혁신성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준비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단어만 어디서 베껴왔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힘주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집권 후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위기의식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우려하는 점은 태양광 한다고 하면서 이득 보는 회사 주인들이 결국 586들이거나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던데, 비슷하게 혁신성장 한다면서 뿌릴 돈은 누가 헤처먹게 될런지요. MB는 하던 짓이 토목이라서 4대강으로 한탕 쳤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아요. 헤쳐먹을 portfolio이 아주 다양한 것 같아요.

하여간 이런 형편이다 보니 최저임금 정책만 가장 시끄럽게 된 것이고, 따라서 현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한 탓에서 온다라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뜻에서는 이것을 죽어라 물고 늘어지는 야권쪽이나 반문재인쪽도 마찬가지로 번지수 한참 잘못 잡고 있다고 봅니다. 생각있는 야권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뒷편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일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추미애가 맞습니다. 최저임금은 죄가 없습니다. 그냥 이 정부가 경제 정책에 무능력하고 일관성이 없다보니까 생기는 일들이 최저임금 탓으로 돌려진 것입니다.